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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성시간 묵상글
  • 작성일2017/11/16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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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시간 묵상글  

 

 

뿌리가 나무에게 말을 했습니다. 처음 그대와 나는 씨앗의 모습으로 한 몸을 이루며 이 세상에 태어났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는 어두운 흙 속에 묻혔고, 그대가 여린 싹으로 터서 땅 속 어두움을 뚫고 태양과 하늘을 향해 위로 솟아오를 때 나는 오직 흙 속 깊이 아래로 아래로 눈먼 손 뻗어 어둠을 헤치며 내려만 갔습니다. 

 

그대가 줄기로 솟아 푸른 잎을 낼 때, 나는 여전히 더욱 아래로 박힌 어둠을 더듬었다. 그것도 단단한 흙을 뚫고 비집어 가며 내려만 갔습니다.  

 

나무가 된 그대가 드디어 따사로운 햇볕을 쪼여가며 꽃을 피우고 춤추는 나비와 벌과 사랑을 속삭일 때에도 나는 거대한 바위에 맞서 몸살을 앓아가며 보이지 않는 눈으로 바늘 끝 같은 틈을 찾아야 했습니다. 어느 날 그대가 사나운 비바람을 맞아가며 가지가 찢기고 뒤틀려 신음할 때, 그대의 고통을 함께 하지 못하는 나는 안타까운 마음뿐이었으나 그대만을 믿었습니다. 

 

내가 이 어둠을 온 몸으로 부둥켜안고 있는 한 그대는 쓰러지지 않으리라고, 드디어 시련은 사라지고 가을이 되어 네가 탐스런 열매를 가지마다 맺을 때, 나는 더 많은 물을 얻기 위해 다시 아래로 내려가야만 했습니다. 

 

잎이 지고 열매 떨구고 그대가 겨울의 휴식에 잠길 때에도 나는 흙에 묻혀 기쁘게 숨을 쉬었다. 그러나 그대는 봄이 오면 다시 새로운 영광을 누릴 것이다.  

 

그대는 과연 나와 한 몸이라는 것과 함께 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까?

이처럼 세상은 모두들 한 몸을 이루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어느 한쪽이 베푸는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상대편은 병들거나 죽게 됩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창조하시며 인간들로 하여금 온 세상을 다스리라 하시고 서로 공존하도록 하셨습니다. 그러나 세상의 균형은 깨졌습니다. 이런 세상을 안타깝게 여기신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아드님을 세상에 보내셨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모든 사람을 비추시며 새 생명을 주셨습니다. 

 

인간은 결코 홀로 존재할 수 없고 세상 만물로부터 생명을 섭취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므로 인간은 세상 만물, 그리고 이웃과 함께 가야만 합니다. 어느 한쪽이 병들거나 썩게 된다면 모두가 어둠과 죽음 앞에 굴복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 현실로 다가온 오염된 세상을 성심의 사랑 안에 하느님께서 지으신 사랑 안에 하느님께서 지으신 원래의 모습대로 회복시키는데 전념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