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6월 성시간 묵상글
- 작성일2020/05/21 07:07
- 조회 1,159
시기와 부정에는 정도를, 고통에는 인내를, 낙담한 이들에게는 희망과 용기를
김수환 추기경님이 보여 주신 길
세상에는 여러 줄이 있습니다. 추석이나 설 명절이 가까워 오면 대도시, 특히 서울에 사는 사람들은 고향 가는 표를 사기 위해 대합실 앞에서 100미터 정도 줄을 서기 일쑤입니다. 누군가가 새치기라도 하면 고성이 오가고 험한 말이 터져 나옵니다. 새로운 아파트가 들어서는 지역을 가면 주택 청약표를 사기 위한 줄이 있지요. 당첨이 되어야 하니 초조하고 긴장이 감돕니다. 한편, 권력의 실세를 찾아가 줄을 서기도 합니다. 대학교의 총장 후보자가 거론되자 밤마다 찾아가서 줄을 서는 직원들이 있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이렇게 자기 이익을 위해 줄을 서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자기가 좋아하고 즐기는 일을 위해 선 줄도 있습니다. 2002년 월드컵이 우리나라에서 개최되었을 때 표를 구하기 위한 줄이 있었지요. 당시 그 줄에 섰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기다려도 마냥 좋았다고 합니다. 축구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러한 기다림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 것이지요.
김수환 추기경님이 선종하셨을 때에도 긴 줄이 생겼습니다. 명동 대성당에 안치된 그분을 조문하기 위해 찾은 인파가 40만 명을 넘었습니다. 엄동설한인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새벽 2시부터 3킬로미터나 이어지는 긴 줄을 본 기자가 표현하기로는 한마디로 놀라움 그 자체였다고 합니다. 그분의 죽음을 애도하고 이승에서 마지막으로 그분의 얼굴만이라도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에게는 영하의 추위도, 꼭두새벽도 상관없었던 것이지요. 김수환 추기경님은 어떤 삶을 살았기에 그렇게 많은 인파가 모여든 것일까요?
“호랑이는 죽으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으면 이름을 남긴다.” 아주 유명한 속담이지요. 김수환 추기경님이 선종한 날을 회상하며 다시 한번 이 말을 실감합니다. 일자리를 얻기 위해 줄을 서는 것도 아니었고, 배고픈 이들이 한 끼 식사를 얻어먹기 위해 선 줄도 아니었습니다. 단지 한 사람의 마음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줄 서게 한 것입니다. 가난한 사람이나 부유한 사람, 지위가 높은 사람이나 낮은 사람, 노인이나 젊은이 할 것 없이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그 대열에는 편 가르기도 없었고, 새치기나 고함 소리도 없었습니다. 영하의 추위 속에 서너 시간씩 기다려야 했지만 몸이 불편한 이들과 노인들에게는 앞으로 가라는 말과 함께 양보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있었습니다. 김수환 추기경님을 위한 이 줄이 사람의 선한 본성을 되찾아 주는 것 같았지요. 그분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위안을 얻었을 것입니다.
언젠가 택시를 탄 적이 있었습니다. 택시 기사님이 저를 아래위로 보더니 “신부님이십니까?” 하고 물었지요. 제가 “네, 그렇습니다.” 하고 대답하자 기사님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김수환 추기경인가 하는 분 있지요. 역대 대통령들이 모두 변변치 않고 해 먹기만 하니 그분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면 안 됩니까?” 이 이야기를 들은 저는 교회에는 법이 있어 어렵다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그 기사님의 말에서 사람을 사랑으로 대했던 추기경님을 참된 지도자로 인정하는 민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김수환 추기경님이 보여 주신 길
세상에는 여러 줄이 있습니다. 추석이나 설 명절이 가까워 오면 대도시, 특히 서울에 사는 사람들은 고향 가는 표를 사기 위해 대합실 앞에서 100미터 정도 줄을 서기 일쑤입니다. 누군가가 새치기라도 하면 고성이 오가고 험한 말이 터져 나옵니다. 새로운 아파트가 들어서는 지역을 가면 주택 청약표를 사기 위한 줄이 있지요. 당첨이 되어야 하니 초조하고 긴장이 감돕니다. 한편, 권력의 실세를 찾아가 줄을 서기도 합니다. 대학교의 총장 후보자가 거론되자 밤마다 찾아가서 줄을 서는 직원들이 있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이렇게 자기 이익을 위해 줄을 서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자기가 좋아하고 즐기는 일을 위해 선 줄도 있습니다. 2002년 월드컵이 우리나라에서 개최되었을 때 표를 구하기 위한 줄이 있었지요. 당시 그 줄에 섰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기다려도 마냥 좋았다고 합니다. 축구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러한 기다림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 것이지요.
김수환 추기경님이 선종하셨을 때에도 긴 줄이 생겼습니다. 명동 대성당에 안치된 그분을 조문하기 위해 찾은 인파가 40만 명을 넘었습니다. 엄동설한인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새벽 2시부터 3킬로미터나 이어지는 긴 줄을 본 기자가 표현하기로는 한마디로 놀라움 그 자체였다고 합니다. 그분의 죽음을 애도하고 이승에서 마지막으로 그분의 얼굴만이라도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에게는 영하의 추위도, 꼭두새벽도 상관없었던 것이지요. 김수환 추기경님은 어떤 삶을 살았기에 그렇게 많은 인파가 모여든 것일까요?
“호랑이는 죽으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으면 이름을 남긴다.” 아주 유명한 속담이지요. 김수환 추기경님이 선종한 날을 회상하며 다시 한번 이 말을 실감합니다. 일자리를 얻기 위해 줄을 서는 것도 아니었고, 배고픈 이들이 한 끼 식사를 얻어먹기 위해 선 줄도 아니었습니다. 단지 한 사람의 마음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줄 서게 한 것입니다. 가난한 사람이나 부유한 사람, 지위가 높은 사람이나 낮은 사람, 노인이나 젊은이 할 것 없이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그 대열에는 편 가르기도 없었고, 새치기나 고함 소리도 없었습니다. 영하의 추위 속에 서너 시간씩 기다려야 했지만 몸이 불편한 이들과 노인들에게는 앞으로 가라는 말과 함께 양보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있었습니다. 김수환 추기경님을 위한 이 줄이 사람의 선한 본성을 되찾아 주는 것 같았지요. 그분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위안을 얻었을 것입니다.
언젠가 택시를 탄 적이 있었습니다. 택시 기사님이 저를 아래위로 보더니 “신부님이십니까?” 하고 물었지요. 제가 “네, 그렇습니다.” 하고 대답하자 기사님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김수환 추기경인가 하는 분 있지요. 역대 대통령들이 모두 변변치 않고 해 먹기만 하니 그분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면 안 됩니까?” 이 이야기를 들은 저는 교회에는 법이 있어 어렵다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그 기사님의 말에서 사람을 사랑으로 대했던 추기경님을 참된 지도자로 인정하는 민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 한 권으로 시작하는 신나는 신앙생활 中
- 전달수 안토니아 신부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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