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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한국 천주교회의 호소문
  • 작성일2017/08/21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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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한국 천주교회의 호소문
 
“주님의 빛 속에 걸어가자!”(이사 2,5)
 
한국 천주교회는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날로 고조되는 위기 상황에 직면하여, 다음과 같이 호소합니다.

1. 남북한의 지도자에게 호소합니다.
 

북한의 ‘화성 14형 미사일’ 시험 발사 이후 한반도는 일촉즉발의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북한의 핵실험은 명백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의 위반이며, 주변국의 핵무장을 부추겨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파괴하는 행동입니다. 한국 천주교회는 최근 북한의 무모한 도발행위를 강력히 규탄하며, 한반도의 긴장을 자극하고 평화에 역행하는 모든 움직임을 반대합니다. 한반도의 궁극적이며 진정한 평화는 핵무장으로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남북한 지도자들은 평화를 위한 대화를 하며, 주변 국가들과 협력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가 보장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노력을 기울여 주기를 호소합니다.

2. 한반도 주변국의 지도자들에게 호소합니다. 

무고한 생명을 희생하는 전쟁을 쉽게 말하는 행위는 그 자체만으로도 반인륜적 폭력입니다. 야만과 광기를 드러내는 폭주는 무수한 죽음과 공멸, 인류사의 퇴보와 상처만을 남길 것입니다. 한국 천주교회는 한반도 사태와 관련된 모든 나라들이 보편적 인류애와 인류의 정신적이며 도덕적인 성장을 되돌리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촉구합니다. 한반도 주변국 지도자들은 이번 사태를 성숙하고 원만하게 해결함으로써, 외교와 정치의 참 본질인 인류의 공존과 평화에 기여하길 호소합니다. 

3. 우리 국민에게 호소합니다. 

핵무장의 확산은 한반도 및 세계 평화를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악행입니다. 전쟁은 되돌릴 수 없고 회복할 수 없는 파괴와 상처를 우리 민족에게 남길 것입니다. 한반도의 평화는 핵무장과 군사력 강화로 보장받을 수 없습니다.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는 민족의 화해와 공동발전을 추구하는 대화를 통해 정의를 실현하려는 노력으로 달성될 수 있습니다. ‘평화는 정의의 열매’(이사 32,17)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국민들은 지금의 위기를 조장하는 악의 힘을 저지해야 합니다. 남북한이 군사비로 지출하는 천문학적 비용을 축소하여, 인간의 능력을 계발하고 고통을 치유하며 문화 창달 및 발전에 사용되어야 합니다. 우리 국민이 한 마음으로 한민족과 세계 인류의 진정한 정의와 평화를 확립하는 노력에 동참하기를 호소합니다. 

4. 그리스도인과 세계 시민에게 호소합니다. 

한반도의 평화는 동북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 평화의 균형추와 같습니다. 한반도의 현 상황은 우리 모두의 양심과 지성이 연대와 연민, 협력과 존중의 자세로 함께 대처하는 노력을 요청합니다. 무관심과 침묵으로 이 사태를 방관하지 말고, 지성과 양심, 윤리와 비판적 사고로 문제의 본질을 파헤치고 해결할 지혜를 찾아갑시다. 특히 하느님의 창조와 구원사업의 협력자로 부름 받은 모든 이에게 호소합니다. 비핵화 실현과 한반도의 평화정착은 인류의 미래세대에게 모든 피조물의 가치가 온전히 실현되는 세상에서 정의와 사랑을 꿈꿀 수 있는 전환점을 마련해줄 것입니다. 한반도를 비롯한 갈등지역에서 “칼을 녹여 쟁기를 만드는” 변화가 일어나도록 기도와 행동 안에 연대합시다. 하느님의 정의와 사랑의 빛이 서로를 향한 증오와 갈등의 어둠을 물리칠 수 있도록 행동하는 기도로 연대합시다. 

특별히 한국 천주교회 신자들은 8월 15일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에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성모님의 전구(轉求)를 청하며, 평화의 일꾼으로 거듭납시다. 한반도의 위기 해결을 위해 세계 형제자매들의 관심과 기도, 식별과 협력을 호소합니다. 한국 천주교회는 이를 위하여 기도하고 함께 할 것입니다. 

“하느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저희에게 평화를 주소서. 아멘.”
 
2017년 8월 15일 광복 72돌을 맞아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이 기 헌  주교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유 흥 식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