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자의 교서 ‘대원칙’, 전례서 번역과 추인에 지역 주교회의의 더 많은 노력 촉구 장신호 주교(교황청 경신성사성 위원, 대구대교구 총대리) 한국천주교회는, 이미 널리 알려진 것처럼, 2017년 12월 3일 대림 첫 주일부터 [로마 미사 경본], [미사 독서], [복음집], [미사 통상문]을 공식적으로 사용합니다. 이에 따라 라틴어 표준판 본문에 더욱 충실하게, 대표적으로 “또한 사제와 함께”는 “또한 사제의 영과 함께”로,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 흘릴 피다”는 “너희와 많은 이를 위하여 흘릴 피다”로 바뀌며, 사제가 하는 “하느님의 어린 양”은 그 앞에 “보라!”를 덧붙여 “보라! 하느님의 어린 양 세상의 죄를…”로 바뀌게 됩니다.
2017년 9월 9일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교회법 제838조 수정에 관한 자의 교서 ‘대원칙’(Magnum Principium, 이하 ‘대원칙’; 2017년 9월 3일 서명)을 발표하셨습니다. ‘대원칙’은 교회법 제838조의 수정을 통하여 전례의 적응과 번역 문제에서 “교황청 경신성사성과 지역 주교회의 사이에서 어려움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고, 오히려 “완전한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깨어 있고 창의적인 한결같은 협력”을 하는 관계를 서로 확립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대원칙’에서 제시하는 이 협력은 어떤 것일까요? 전례서 번역이 “원문을 충실하고 정확하게 모국어로 옮기는 작업”(올바른 전례, 20항)이라는 인식과 그것을 구현하게 하는 것이 사도좌의 역할이라는 사실을 뒤로 하고, 지역 주교회의가 자유롭게 처음부터 끝까지 판단하고 결정할 권한을 갖고 사도좌는 이를 확인만 해 주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사도좌와 지역 주교회의 양쪽 모두 자신의 몫을 더욱 능동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것입니다.
‘대원칙’에서 라틴어 전례문의 번역과 관련하여 제시한 교회법 제838조 3항(수정)은 “주교회의 소속 지역을 위하여, 규정된 범위 안에서 충실하고 적절하게 적용한 전례서의 각국어 번역판들을 준비하고 승인하는 것, 그리고 사도좌의 추인을 받은 후에 그 전례서들을 출판하는 것은 주교회의에 속한다.”(필자 사역, 굵은 글씨는 문서 ‘교회법 제838조에 관한 주석’에서 강조된 부분임)라고 말합니다.
지역 주교회의의 임무는 사도좌의 추인을 받기에 앞서 “모국어 번역판들을 충실히 준비하고 승인하는 것”입니다. ‘대원칙’은 주교들에게 충실히 번역할 막중한 책임을 더욱 강조하며, 적절하게 주교회의 산하 “전례위원회에 맡겨 통합적이고 정확하고 충실한 번역을 마련하도록” 요청하고 있습니다. 경신성사성 차관 아서 로시 대주교의 해설 ‘자의 교서 [대원칙] 해석의 열쇠’라는 문서에서 사도좌의 추인은 통과 의례 같은 “선택적 개입이 아니라” 필수적인 “유권 행위”라고 밝혀, 사도좌의 추인 없이 전례서를 발행할 수 없다고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경신성사성의 추인 과정에서, 표준판 라틴어 본문과 대조, 성사 양식문은 물론, 감사 기도, 미사 통상문 등의 ‘점검 목록’에서 번역문의 충실성과 일치성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요구되는 것입니다.
이 자의 교서에서 경신성사성은 ‘대원칙’에 따라 새로운 추인 절차를 만들어야 한다고 하였는데, 한국 천주교회의 경험에 미루어 본다면, 경신성사성은 각국 주교회의에 라틴어 표준판에 충실한 번역임을 확인할 도구(예컨대, 라틴어-모국어 대조본)를 마련하도록 요청하고, 필요하다면 지역 실무자는 로마에 출장, 상주하면서 추인 절차에 협력하며, 경신성사성 실무자는 낱낱이 살펴야 하는 ‘점검 목록’을 확인하여 통보하고, 나머지 본문은 지역 주교회의의 충실성을 증언하는 의장 주교의 공문을 신뢰하면서 주교회의 총회의 표결 결과를 확인하고 추인할 것입니다. 이 자의 교서는 2001년 경신성사성 훈령 “올바른 전례”(Liturgiam authenticam)의 연장선상에서 그것을 완성하는 것이지 파기하는 것이 결코 아니며, 결국 ‘대원칙’으로 교회법 개정을 통하여 추구하는 것은 전례서 번역과 추인을 위하여 각국 주교회의가 더 많은 노력을 해 주기를 요청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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