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주교주교회의 2017년 추계 정기총회 임시 주한 교황대사 대리 연설 (2017년 10월 17일) 존경하는 추기경님과 주교님들,
이번 추계 정기총회에 저를 초대하시어 “임시” 교황대사 대리로서 연설할 수 있게 해주신 데 대하여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안드레아 추기경님과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히지노 대주교님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자 합니다.
존경하는 모든 한국의 대주교님과 주교님께 인사드립니다. 주교님들께서 교황대사관의 임무에, 특히 다수의 주교님들께 지난 몇 달간 보내 드린 주교 후보자에 관한 수많은 질문지에 응답해 주시고 한국 교회와 사회에 봉사하는 여러 측면의 일을 함께하여 주시는 등 풍성한 지원과 협력을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주교님들의 값진 협력 덕분에 교황대사관의 업무가 경감되었습니다. 또한 저희 업무가 주교님들께 더욱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특히 2017년에 지난 춘계 정기총회 이후로 주교 축성을 받으신 전주교구장 김선태 사도 요한 주교님, 제주교구 부교구장 문창우 비오 주교님, 서울대교구 보좌 구요비 욥 주교님께 따뜻한 인사를 전합니다.
또한 은퇴하신 전주교구장 이병호 빈첸시오 주교님께서 전주교구에서 거두신 사목의 결실과 교황대사관에 보여 주신 우정과 신뢰에 각별한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한국 교회를 위한, 그리고 이를 뛰어넘는 주교님의 귀중한 노고는 오직 주님만이 보상해 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기회를 빌려 저는,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님께서 2017년 9월 6일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교황대사로서 마지막 강론에서 말씀하셨듯이, 새로운 교황대사 임명을 기다리는 이 기간에도 교황대사관은 “전권을 맡아” 한국 교회에 계속하여 봉사해 나갈 것임을 주교님들께 약속드리고자 합니다. 주교님들께서 맡으신 하느님 백성은 물론 사회의 영적 물적 행복을 위한 사목 직무와 염려에 도움을 드리고 사도좌와의 친교와 협력 관계를 증진할 것입니다.
실제로 주교들의 사목 임무를 위한 지침 「사도들의 후계자」(Apostolorum Successores)(2004)에서 “모든 주교는, 온 교회에 대하여 수위권을 행사하고 복음의 빛을 모든 민족들에게 전해 줄 임무를 맡은 주교단의 단장인 교황에게 협력하여야 한다.”(13항)라고 강조합니다. 모든 주교님과 베드로의 후계자의 이 탁월한 협력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주교회의에 속하는 사도들의 후계자들이 사도좌와 친교 안에 단체적 협력을 이루도록 북돋우며 뒷받침합니다. 그러므로 이 지침은 이렇게 단언합니다. “주교회의는 다양하고 효과적인 방식으로 회원 주교들 사이의 단체정신(affectus collegialis)을 실현하고 발전시키는 데에 이바지합니다. 주교회의를 통하여, 주교들은 자기 지역 신자들을 위한 사목 임무를 공동으로 수행합니다. 그러한 활동은 특히 오늘날 합의되고 잘 조정된 정책을 통하여 개별 교회의 공동선을 마련하려는 주교들의 필요에 명백하게 부응합니다. 주교회의의 과제는 하느님 백성 전체의 선익을 위하여 주교들의 직무를 돕는 것입니다”(28항).
이에 비추어 개인적으로 저는, 한국 주교님들께서 교황 성하께 또 주교님들 사이에 보여 주시는 효율적 협력과 형제적 친교의 정신에 감사와 경의를 표하고 싶습니다. 주교님들께서는 한국 교회의 내적 일치와 보편 교회와의 일치를 더욱더 공고히 하고 계십니다.
이 진정한 보편성(catholicity)은 한국 교회의 특징을 이루는 탁월한 자세로서 로마에도 잘 알려져서, 먼저 교황 성하와 국무원의 직접적 협력자들 그리고 교황청의 다른 부서들에서도 널리 인정받고 있습니다.
2017년 7월 4일에 인류복음화성 장관 페르난도 필로니 추기경님께서는 주교회의 2017년 춘계 정기총회 회의록을 언급하시면서, 추기경님과 주교님들께 다음과 같은 강력한 권고를 전달해 줄 것을 교황대사관에 요청하셨습니다. “한국 교회가 성장하고 다시 젊어지도록 주교회의와 또 모든 주교님께서 자신의 교구에서 청년 사목을 위한 공동의 노력을 활기차게 하고 증진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아울러 필로니 추기경님께서는, 사제 생활을 향한 신학생 양성을 증진하여 이들이 하느님 백성의 참된 목자가 되어 복음화의 역동적이고 믿음직한 주역이 되도록 한국에서 『사제 양성의 기본 지침』(Ratio Fundamentalis Institutiones Sacerdotales)을 이행하시는 주교님들의 귀중한 노력에 찬사와 격려를 보내십니다.
또한, 지난 춘계 정기총회 결정들과 관련하여, 2017년 7월 24일 인류복음화성은 주교회의 성직주교위원회의 영문 명칭의 변경과 수도회 담당 주교 선출에 관한 주교님들의 결정을 승인하였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필로니 추기경님께서는 “한국 주교회의가, 교회 안의 주교들과 수도자들 간의 상호 관계를 위한 지침서 「상호 관계」(Mutuae Relationes)와 수도자들을 그들의 역할뿐만 아니라 하느님 백성의 교회 생활 안에서 필수적이고 본질적인 부분임을 인식하는 친교의 신학(Theology of Communion)에 비추어 수도자들과 긴밀하게 협력할 것”을 권유하셨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저는, 성좌로부터 받은 지침에 따라, 필로니 추기경님께서 교황 성하를 대신하여 최근에 선교 지역 국가의 모든 주교님에게 보내신 2017년 7월 11일 서한의 중요성에 관하여 강조하고자 합니다. 필로니 추기경님께서는 주교님들이 하느님 백성의 사목을 위하여 그들의 첫째가는 협력자인 ‘사제들과의 관계’를 이루는 데 지침이 되고 영감이 되어야 하는 “영적 부성”에 관하여 말씀하셨습니다.
모든 주교님께서 이미 이 서한을 받으셨고, 필로니 추기경님께서 다음과 같이 상기시켜 주신 바를 신중히 고려하며 이것을 이번 총회 동안 논의하실 것입니다. “모든 주교는 자기 사제들에 대하여 특별한 영적 부성, 곧 하느님 안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 영적 부성을 느껴야 합니다. ‘모든 종족이 아버지에게서 이름을 받습니다’(에페 3,15). 주교는 하느님 아버지를 본받아 자신의 사제들에게 한결같은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주교는 모든 사제를 돌보는 아버지가 되어, 거친 면들은 다듬도록 도와주고, 시련을 겪을 때에는 격려해 주며, 잘못들은 바로잡아 주고, 각 사제의 자질들이 단일한 사제 가정 안에서 존중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러한 생각은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뜻과 매우 밀접하며, 교황 성하께서는 ‘한국 방문 때에’, 2014년 8월 14일 여기서 한국 주교들과의 만남에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여러분이 언제나 여러분의 사제들 곁에 머무르도록 부탁합니다. 날마다 일하고 성덕을 추구하며 구원의 복음을 선포하는 그들 곁에서 용기를 북돋아 주십시오. …… 여러분의 사제들 곁에 머무르십시오. 당부합니다. 사제들 곁에 가까이 머무르십시오. 사제들이 주교를 자주 만날 수 있게 하십시오. 형제로서 또한 아버지로서 주교가 이렇게 가까이 있는 것, 사제들은 사목 생활의 많은 순간에 그것을 필요로 합니다. 주교가 사제들과 멀리 떨어져 있어서는 안 됩니다. 더군다나 사제들을 멀리해서는 더더욱 안 됩니다. 이런 말을 하는 것이 가슴 아픕니다. 저의 고향에서 몇몇 사제들이 저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것을 여러 번 들었습니다. ‘주교님께 전화해서 면담 신청을 했고, 석 달이 지났는데도 아직 답이 없습니다.’ 자, 그렇다면 형제 주교님, 만일 오늘 한 사제가 주교님께 면담 신청을 하는 전화를 했다면, 오늘이나 내일 곧장 그 사제에게 전화하십시오. …… 아버지의 대답을 즉시 들려주십시오. 제발, 여러분의 사제들에게서 멀어지지 마십시오.”
존경하는 대주교님들과 주교님들, 마지막으로 저는, ‘한반도의 화해, 대화, 평화를 위한 주교회의의 적극적 헌신과 지치지 않는 노력’에 대하며 성좌의 감사를 전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감사와 연대는 김희중 히지노 대주교님께서 최근에 새로 선출된 대한민국 대통령의 교황청 특사로서 교황 성하를 방문하셨을 때에 뜻깊게 표현되었습니다.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님께서는 곧바로 오랜 시간 히지노 대주교님을 접견하셨습니다. 또한 교황 성하 알현은 3일 동안 두 번 있었습니다. 두 분은 모두 새 정부와 한국 국민이 북한과 대화, 상호 존중, 화해의 길을 걸어가도록 격려하셨으며, 외교적 협상과 인도주의적 연대로 우리의 목적인 평화를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더욱 최근 2017년 8월 23일에 파롤린 추기경님께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신 뒤에 기자들에게 답변하시며, 세계의 평화를 위협하는 많은 갈등과 긴장 앞에서 성좌의 입장을 더욱더 명확히 하셨습니다. 교황 성하를 대신하여 파롤린 추기경님께서는 모든 이에게 다음과 같이 권고하셨습니다. “군사력의 역학에만 기초를 두지 말고 타협적 정치적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 군사력에만 기초하는 해결책은 그 어떠한 것도 잠시 사태를 안정시킬 수 있을지라도, 재 아래 불씨를 남겨 두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깊은 화해와 평화, 정의, 모든 이의 권리 존중을 위하여 모두가 헌신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해결책들은 불안정한 채 남아 있습니다.”
확실히, 이러한 지혜의 말씀은 갈등과 긴장의 상황에 있는 한국에게 매우 적합하고 적용할 만한 것입니다. 한국 교회는 평화의 가교를 놓고 화해와 희망의 길을 마련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친애하는 대주교님들과 주교님들, 추계 정기총회 안건으로 제시된 많은 주제들을 토의하기 시작하시는 데에 교황대사관은 진심 어린 애정과 깊은 존경, 그리고 기도로 함께하겠습니다. 한국 교회의 선익과 하느님의 영광을 위한 결실을 기도합니다. 임시 주한 교황대사 대리 마르코 스프리치 몬시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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