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설] 주교회의 2018년 추계 정기총회 교황대사 연설
- 작성일2018/10/16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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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교회의 2018년 추계 정기총회
교황대사 연설
(2018년 10월 16일)
존경하는 추기경님과 주교님 여러분,
한국 교회의 주교님들 모두에게 진심으로 경의를 표하며, 제가 이 멋진 나라에 도착한 이래로 여러분께서 저에게 자애롭게 베풀어 주신 따뜻한 환대에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이번 2018년 추계 정기총회에서 연설하도록 초대해 주신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히지노 대주교님을 비롯하여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안드레아 추기경님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저는, 오늘 우리와 함께하지 못한 세 분의 주교님께서 젊은이에 관한 주제로 바티칸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제15차 정기총회에 참석하고 계심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이 참석은 한국 주교단의 공로에 대한 공식적인 확인이고, 또한 여러분 사목을 위한 쇄신의 원천이 될 것입니다.
교황대사관은 언제나 그래 왔듯이 계속 한국 교회와 사도좌의 친교와 협력 관계를 증진하는 데에 봉사할 것입니다. 또한 하느님 백성과 사회 전반의 영적 물적 안녕을 위한 한국 교회의 노력에 도움을 드릴 것을 약속드립니다.
우리가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는 4년 전 교황님의 한국 사목 방문 때에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하신 말씀 가운데 몇 가지 중요한 점들을 간략하게 되새겨 보고자 합니다. 이는 베드로의 후계자께서 한국 교회 공동체에 전달했던 지향들을 더욱 잘 따르고자 노력하는 우리에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사도 방문 동안 한국 교회에 남기신 중요한 유산의 의미는 기억, 희망, 증언, 이 세 단어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기억
2014년 8월 16일 한국 순교자들의 시복 미사 강론에서, 교황 성하께서는 다음과 같이 강조하셨습니다. “순교자들의 승리는, 한국의 천주교인 여러분이 모두, 하느님께서 이 땅에 이룩하신 위대한 일들을 기억하며, 여러분의 선조들에게서 물려받은 신앙과 애덕의 유산을 보화로 잘 간직하여 지켜 나가기를 촉구합니다.” 또한 교황 성하께서는 다음과 같이 밝히셨습니다. “순교자들의 유산은, 선의를 지닌 모든 형제자매들이 더욱 정의롭고 자유로우며 화해를 이루는 사회를 위해 서로 화합하여 일하도록 영감을 불어넣을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이 나라와 온 세계에서 평화를 위해, 그리고 진정한 인간 가치의 수호를 위해 이바지하게 될 것입니다.”
교회의 근본 역할은 미래의 번영으로 나아가는 길을 마련하는 이러한 소중한 유산을 보존하고 증진하는 것입니다. 교회는 어른이 조상들에게서 전해 받은 신앙의 횃불을 젊은 세대에게 전하는 영적 가정입니다. 과거의 증인들에 대한 기억은 현재를 위한 새로운 증언이 되고 또 미래를 건설하는 강한 희망이 됩니다.
희망
2014년 8월 15일 솔뫼 성지에서 교황 성하께서는 제6차 아시아 청년 대회에 참석한 청년들과 만나시어 희망의 중요성을 특별히 강조하셨습니다. 교황 성하께서 설명하신 대로, 젊은이는 언제나 가치를 두고 살아갈 만한 어떤 것을 찾는 사람이고, 순교자는 그 어떤 것을 증언하는 사람, 나아가 자기 목숨을 바칠 만큼 가치가 있는 어떤 분을 증언하는 사람입니다. 그분은 바로 사람이 되신 사랑의 하느님,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증인이신 예수님이십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질문에 대답하시며,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의 소망을 희망의 덕과 연결하여 말씀하셨습니다. “무엇이 희망입니까? 참으로 많은 희망이 있지만, 아름다운 희망이 하나 있습니다. 한국은 하나[의 민족]이고, 하나의 가족입니다. 여러분은 같은 언어를, 가족의 언어를 씁니다. …… 북한에 있는 여러분의 형제자매들을 생각하십시오. 그들은 같은 언어를 말합니다. 가족 간에 같은 언어를 쓸 때에는 희망이 있는 것입니다.” 비록 갈 길이 멀고 해결할 문제들이 많지만, 우리 마음과 생각은 희망으로 가득합니다.
우리 인간의 마음속에, 특히 젊은 세대의 마음속에 그리스도인의 이러한 희망이 계속 자라나게 합시다. 그래서 한국 순교자들의 전구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승리에 대한 우리의 믿음을 바탕으로 평화와 화해를 이루는 일에 아무런 조건 없이 헌신합시다!
증언
2014년 8월 16일 평신도 사도직 대표들과 만나신 자리에서 교황 성하께서는, 한국 교회는 평신도들이 맡았던 으뜸 역할에 대한 기억을 매우 특별한 방식으로 간직하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땅에서 1700년대 후반에 그리스도인 공동체를 세운 이들은 젊은 한국인 평신도들 이었습니다. 그러한 초기 증언에서 위대한 공동체가 성장하였습니다. 100여 년 동안 끔찍한 박해를 겪었고 수많은 사람이 순교하였습니다. 이렇게 한국 교회는 신앙과 선교 열정, 그리고 평신도의 순교에 토대를 두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한국의 초기 그리스도인들이 예루살렘의 제자 공동체를 모범으로 삼아 모든 사회적 장벽을 뛰어넘는 형제적 사랑을 실천하였음을 상기시켜 주셨습니다. 그들의 빛나는 증언은,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이 너그럽게 가장 가난한 이들과 소외받은 이들과 함께 나누라고 촉구합니다. 이어서 교황님께서는 집요한 악마의 활동에 주목하셨습니다. 악은 사람들과 민족들 사이에 불화의 씨를 뿌리고 배척을 낳으며 돈의 우상화를 부추기고, 젊은이들의 마음에 공허의 독을 주입합니다. 그러나 교황 성하께서는 거듭 말씀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 사랑의 희생으로 이러한 악에 맞서 싸우셨고 또 물리치셨습니다. …… 이러한 믿음을 가지고 우리는 전쟁과 분단의 아픔으로 고통받는 한국의 모든 자녀가 형제애와 화해의 삶을 누리려는 염원을 이룰 수 있도록 기도드립니다.”
최근 몇 달 동안, 교황 성하께서 최소 열 번에 걸쳐 기회가 닿을 때마다 한반도의 평화를 공식적으로 호소하시며 모든 이가 평화를 위해 기도하여 줄 것을 권고하셨습니다. 교황님께서는 정치 지도자들이 평화와 상호 이해를 위한 공동의 과업에 헌신해 나가도록 끊임없이 권고하십니다. 성좌는 상호 신뢰와 우호 관계를 목적으로 하는 최근 남북의 만남을 격려하고 함께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바티칸을 공식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을 모레 접견하시고, 한국과 전 세계의 평화를 이룩하기 위한 그의 훌륭한 노력에 힘을 실어 주실 것입니다. 주한 교황대사관은 사랑하는 이 나라와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향한 이러한 여정을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교황 성하께서는, 이 주교회의에서 이루어진 한국 주교님들과의 만남에서 “번영에 대한 유혹”에 맞서 싸우라고 형제애를 담아 조언하셨습니다. “저는 믿음 안에서 제 형제들의 힘을 북돋아 주어야 할 형제로서 여러분에게 말씀드립니다. 주의하십시오. 여러분의 교회는 번영하는 교회이고, 선교하는 훌륭한 교회이며, 커다란 교회이기 때문입니다. 악마가 가라지를 심지 못하도록 주의를 기울이십시오. 바로 교회의 예언자적 구조에서 가난한 이들을 제거하려는 유혹에 빠지지 마십시오. 부자들을 위한 부유한 교회, 잘나가는 교회 …… 그런 교회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번영의 신학’에 이르렀다고 말하지는 않겠습니다만, 그저 그런 안일한 교회는 되지 않도록 하십시오”(2014년 8월 14일).
이 나라에서 소임을 시작하고 첫 몇 달 동안 저는 한국 교회의 일관된 노력과 훌륭한 업적을 보며 감탄하였습니다. 이는 모두 주교님들, 신부님들, 봉헌 생활자들, 그리고 많은 평신도들이 함께 이룬 모범적인 동반 상승효과 덕분입니다. 이들은 모두 합심하여 소외된 이들을 위해 봉사하고 그들을 교회 공동체 안으로 맞아들여, 주님 안에 참된 형제자매가 되도록 하는 데에 헌신하고 있습니다. 소외된 이들은 불우한 이들일 수도 있지만, 분명히 우리가 사랑하고 존중하며 형제로서 연대해야만 하는 이들이기도 합니다.
이민과 난민을 포함하여 가난한 이들과 작은 이들을 향한 우선적 사랑, 그리스도와 어머니이신 교회의 그 사랑을 지속적으로 실천해 나가시는 여러분께 저의 힘을 보태 드립니다.
또 다른 사목적 관심들
1) 교황님께서는 2014년 8월에 주교님들께 하신 연설에서 한국 교회 최고 목자들에게 이렇게 권고하셨습니다. “어린이들의 교육을 특별히 배려하여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어린이에 대한 사목과 교육은, 최대한 안전하고 건강한 환경을 어린이들에게 제공해야 하는 시급한 필요와 별개로 이루어져서는 안 됩니다. 이는 어린이에 대한 어떠한 종류의 학대도 방지하는 환경입니다. 한편, 어린이를 해치는 모든 그릇된 행위를 완전히 근절하는 데에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그러한 그릇된 행위가 특히 성직자들이나 봉헌 생활자들에게서 비롯되는 경우에 더욱 그러합니다.
기쁘게도, 이번 정기총회의 주요 안건으로 ‘교회 내 성폭력 방지 특별위원회’ 시행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국 교회 안에 신뢰할 만한 기구를 설치하고 온갖 학대에 맞서 싸우며, 동시에 모든 사람 특히 어린이들에게 안전하고 안락하며 건강한 쉼터를 마련해 주려는 한국 주교단의 노력을, 교황대사로서 교황 성하를 대신하여 지지하고 있음을 거듭 강조드립니다.
교황님께서는 지난 8월에 “하느님 백성에게 보내는 서한”을 통해 보편 교회에 이 중대한 주제에 관하여 말씀하셨습니다. 교황님의 서한은, 이토록 숭고하고도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여러분에게 분명 영적인 빛을 비추고 사목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습니다. 또한 저는 성직주의 성향에 대한 싸움의 필요성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한국 교회도 예외 없이, 일부 성직자들이 성직주의 성향을 지닙니다. 이에 대하여 그리스도의 대리자께서 하신 권고를 실천합시다. 그분께서는 “성적 학대, 권력 남용, 양심을 저버린 행위가 발생한 모든 공동체에서 매우 공통적으로 보이는 현상”인 “교회 권위를 잘못된 방식으로 이해하는 것”을 질책하십니다. 성직주의가 바로 교회 권위를 잘못된 방식으로 이해하는 사례입니다. 성직주의는 “그리스도인의 특징을 무효화할 뿐만 아니라 성령께서 사람들의 마음에 심어 주신 세례의 은총을 축소시키고 평가절하하는” 시도입니다. 이어 교황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사제 스스로 또는 평신도들이 양산하는 성직주의는 교회의 몸 안에 분열을 초래하고, 오늘날 우리가 규탄하는 수많은 악을 지속시키고 부추기고 조장하는 것입니다. 학대에 대해 ‘아니요.’라고 말하는 것은 모든 형태의 성직주의에 대해 단호히 ‘아니요.’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2) 젊은이와 그들의 종교 교육에 대한 여러분의 사목적 관심이라는 폭넓은 맥락에서, 군 복무 중에 그리스도교 입문 성사를 받은 젊은이들을 환대하고 동반하여 본당 공동체 안에 통합할 적절한 방법론이 필요합니다. 이에 대하여 군종 신부들과 협력하여 전국 차원에서 방안을 모색해 주실 것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한편으로, 많은 수의 젊은 성인들이 군 복무를 하면서 가톨릭 교회로 개종하고 세례를 받고 있음은 상찬할 만합니다. 다른 한편으로, 대부분 그들의 교리교육은 입문 단계에만 머무는 것이 사실입니다. 따라서 전역 후에도 이 젊은이들은 환대하는 교회 공동체 안으로 들어가도록 인도받아야 합니다. 교회 공동체는 그들에게 체계적인 교리교육과 영성 교육을 제공하여야 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명심하고 체계적인 교리교육과 영성 교육의 시행을 위해 필요한 조처를 마련해 주시기 바랍니다.
3) 교황대사의 주요 임무 가운데 교회 일치와 종교간 대화가 있습니다. 교회법에 명시된 대로, 교황사절의 소임은 “주교들과 협력하여, 가톨릭 교회와 다른 교회들이나 교회 공동체들, 또한 비그리스도교 종교들 사이에 적당한 교제를 증진시키는 일”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교황청 종교간대화평의회는 몇 가지 권고를 보내왔습니다. 체계적으로 이를 이행하고자, 그 내용을 여러분과 함께 나눕니다. “1983년 설립된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 위원회는, 현재 교황청 종교간대화평의회 위원이기도 하신 김희중 히지노 대주교님을 위원장으로 하여 활발한 활동을 펼쳐 왔습니다. 주한 교황대사들도 종교간 화합을 증진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불교와 유교의 종교 지도자들과 그들의 역사적 장소들에 대한 방문은 언제나 매우 소중한 일입니다. 이에 교황대사관은 유교 신자들과의 공식적 대화의 가능성을 타진해 볼 수 있습니다.” 친애하는 형제 주교 여러분, 저는 이러한 교황청 종교간대화평의회의 권고를 실천하기 위해 여러분의 제안을 기다립니다.
4) 마지막으로, 이번 정기총회의 합의체적 토론을 위해 제가 드리고자 하는 말씀은,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각별히 마음 쓰시는 사목 의제에 관련한 것입니다. 자비의 특별 희년 폐막식에서, 교황 성하께서는 가톨릭 공동체들에게 새로운 복음화의 역동적 힘을 계속 살려 나가라고 권고하셨습니다. 교황 성하께서는 이와 같은 관점에서, 하느님 백성을 향한 교회의 어머니다운 염려의 표징으로, 자비의 선교사들의 임기를 무기한 연장하기로 결정하셨습니다.
한국에서는 18명의 사제들이 ‘자비의 선교사’로 임명되었는데, 이들 대부분은 서울대교구와 대전교구 소속입니다. 교황청 평의회의 지침에 따라, 가능한 다른 사제들을 ‘자비의 선교사’로 임명하여 주시고 ‘자비의 선교사’의 귀중한 역할을 강화할 적절한 장소와 시기들을 지정해 주시어, 여러분 지역 교회에서 이 새로운 교회 직무를 더욱 활성화할 방법들을 찾아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한국 젊은이들의 복음화가 더욱 잘 이루어지려면 환대와 화해의 직무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맺음말
친애하는 대주교님과 주교님, 여러분께서 이번 정기총회 의안집에 있는 여러 의미 있는 주제들을 토의하시는 데에 진심 어린 관심과 깊은 존경과 기도로 함께하고자 합니다. 한국에서 교회의 선익과 하느님의 영광을 위한 여러분의 노력이 풍성한 결실을 맺기를 바랍니다.
이 땅의 교회가 영원히 복음의 기쁨으로 풍성한 열매를 맺도록 기도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주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