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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교구장 신년메시지
  • 작성일2019/01/04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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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기해년 신년 메시지

 

+ 찬미예수님,
원주교구 교우 여러분! 그리고 수도자와 성직자 여러분!
기해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의 복을 빕니다.

기해년이니 180년 전 기해박해가 먼저 떠오릅니다. 103위 성인들 가운데 정하상 바오로 회장님을 비롯하여 54분이 기해년에 순교하셨습니다. 신앙의 자유가 없었고, 신앙을 배우고 지키기가 매우 어려웠던 그 시절 신앙의 선조들은 목숨까지 각오하고 하느님을 믿었습니다. 그분들을 생각하면 작게 느껴지는 우리들입니다.

이제 편안한 세상이 우리의 신앙을 박해합니다. 하느님보다 재물에 더 관심을 가지라고 우리 신앙을 유혹합니다. 하느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도 아무 탈 없이, 오히려 경제적으로 잘 산다고, 신앙에 그렇게 목을 맬 필요가 없다고 꾀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세상이 재미없는 교회를 소홀히 하도록 부추기고 있습니다.

악마는 늘 달콤합니다. 뿔 달리고 삼지창 들고 음흉하게 생긴 모습으로 나타나 유혹한다면 아무도 그 꼬임에 넘어가지 않을 것입니다. 악마들의 유혹은 교묘합니다. C.S. 루이스는 그의 저서 [스크루테이프 편지]에서 악마의 수법을 잘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 내용은 삼촌 악마 스크루테이프가 조카 악마 윔우드에게 사람들을 유혹하는 기술을 가르쳐 주는 것입니다. 그 가르침은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1. 물질주의가 미래의 철학이라고 믿도록 만들어라.
2. 유혹하려면 사물의 일상성에 주의를 집중하도록 끊임없이 그를 몰고 가라.
3. 실망이나 침체된 기분을 한껏 이용하라.
4. 마음이 내적인 삶에 몰두하도록 하라. 즉 가장 진보적이고 가장 영적인 것으로만 쏠리도록 권장함으로써, 그 결과로 가장 기본적인 의무를 소홀히 하도록 만들어라.
5. 극단적인 애국자나 열정적인 반전주의자가 되게 하라.
6. 인간의 마음을 하느님으로부터 분리시키는 것으로서 공포와 불안보다 더 효과적인 것은 없다.
7. 극단적인 행위는 그 어느 것을 막론하고 모두 장려되어야 한다. 그로 하여금 애국주의나 반전주의를 자신의 종교의 일부로 취급함으로써 일을 시작하도록 유도하라. 집회, 소책자, 정책, 의식운동, 대의명분, 개혁운동 등등이 그에게 있어서 기도나 성사나 자비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한 그는 우리 악마들의 것이다.
8. 사람들이 악마의 존재에 대한 일말의 의혹이라도 떠오르기 시작하거든, 그에게 몸에 찰싹 달라붙은 빨간바지를 입은 인물의 그림을 제시하고, 그가 그런 것을 믿을 수 없도록 설득하도록 하라. 현대적 상상에서는 악마가 현저하게 희극적 인물로서 대두되고 있는 사실이 우리 악마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이 밖에도 정신에서 지식을 멀리하게 하는 것, 사회적, 성적, 지적 허영심을 적절하게 이용할 것, 웃음을 제지시키는 일, 시간을 낭비하는 일, 겸손의 자만심을 갖게 하는 일, 미래 속에 살게 하는 일, 병을 고치기 위해 이 교회 저 교회 다니게 하는 일, 미식을 탐하게 하는 일 등으로 유혹하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2019년 기해년 한해 우리는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에게 우리를 유혹에 빠지지 않고, 악에서 보호해주시기를 더욱 겸손하게, 더욱 진지하게 기도합시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시기로 준비해 주신 하느님 나라에 비하면 우리들이 겪어야 하는 대가는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악마의 유혹을 이기는 방법은 하느님을 우리 중심에 두는 일입니다. 이웃에게 관심을 보이는 일입니다. 원수에 대한 미움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일입니다.

교우 여러분! 2019년 기해년을 박해를 이겨냈던 신앙의 선조들의 마음으로 삽시다.
여러분 모두에게 새해 하느님의 축복을 빕니다.

 

2019년 기해년 새해 첫날에


천주교 원주교구 조규만 바실리오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