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폐지/종신형 입법화를 위한 입법청원
- 작성일2019/04/01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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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한국 천주교 염수정 추기경 외 105,178인
2. 청원의 취지○ 1953년 제정된 우리 형법이 법정형으로 사형을 규정한 범죄는 형법에서 살인죄 등 16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등 특별형법에서 32개, 군형법에서 반란죄 등 33개, 개폐가 논란되고 있는 국가보안법에서도 반국가단체 구성죄 등 4개, 모두 33개 법률 140여 가지 범죄에 대하여 사형을 법정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 정부가 수립된 1948년부터 1997년까지 50년 동안 총 902명, 연평균 19명의 사형을 집행해 왔습니다. 이것은 일반법원의 사형선고와 집행에 관한 통계로서 군사법원의 사형선고와 집행에 관한 통계를 포함한다면 그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입니다.
○ 이러한 사형제도는 우리 헌법이 천명?보장하고 있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생명권의 보호라는 헌법적 요청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이며, 사형제도 폐지의 세계적 추세를 거스르는 것입니다. 2017년 기준으로 법률적, 실질적 사형폐지국은 142개국에 이르고, 2017년 한 해 동안 사형을 집행한 국가는 23개국에 불과합니다. 유럽연합에서는 사형제 폐지가 사실상의 회원 가입 조건이며, 사형 집행 가능성이 있는 국가에 대해 범죄인 인도를 거부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와 같이 사형제도의 폐지는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인 흐름입니다.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을 고려할 때, 그 위상에 맞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3. 청원의 내용○ 한국 천주교회는 선종하신 김수환 추기경을 비롯한 주교들과 사제, 수도자, 평신도들이 한마음으로 사형폐지를 위하여 노력해 왔습니다. 특히 2000년에는 대희년(大禱年)을 맞아 그 해를 ‘사형폐지의 해’로 정하고 대대적인 서명운동을 벌였으며, 사형제도를 폐지한 뒤의 대안으로 종신형제도를 제시하여 사형제도에 대한 이론적 논의를 촉발하기도 하였습니다.
○ 이와 같은 노력으로 제15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사형폐지법안’이 제출되고, 제16대 국회에서는 국회의원 155명, 제17대 국회에서는 175명의 서명으로 ‘사형폐지법안’이 발의되었으나 회기 종료와 함께 폐기되었습니다. 18대 국회에서도 김부겸 의원 등 53인이 발의한 사형폐지에 관한 특별법안, 주성영 의원 등 10인이 서명한 사형폐지에 관한 특별법안이 발의된 바 있으며, 제19대 국회에서도 유인태 의원 등 172인이 발의한 사형폐지에 관한 특별법안이 발의된 바 있습니다. 특히 제19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은 안타깝게도 최종 의결되지 못하고 임기 만료로 폐기되었지만, 국회의원 과반수 이상이 서명한 법안이 발의되었다는 것은 큰 진전이었습니다.
○ 종교계와 인권단체들을 중심으로 한 대한민국의 사형폐지운동 진영은 2007년 12월 30일 사실상 사형폐지국이 된 이후 피해자 지원을 위한 연구와 실천, 사형수와 피해자 가족 간의 화해 프로그램 등을 통해 좀더 폭넓은 접근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사형 폐지는 강력범죄를 가벼이 여긴다는 의미가 아니라, 진정한 문제해결을 위한 가장 원칙적이고 근본적인 방법으로 나아가는 교두보가 될 것입니다.
○ 사형제 폐지는 중범죄자들을 무죄방면한다는 뜻이 아니라 사형이 아닌 다른 형벌로 처벌한다는 것입니다. 중한 범죄를 저지른 자들에게는 중한 형벌을 내림으로써 사회 안전을 확보하고 사회로부터 격리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형벌의 목적은 종신형(무기징역형)으로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 다른 국가들의 사례와 학계의 연구를 통해 충분히 입증된 바 있습니다. 따라서 사형제가 아닌 종신형으로도 범죄자에 대한 격리와 사회 안전의 확보는 충분히 가능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점이 있다면 무기징역의 가석방 요건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보완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이번 입법청원에는 고 김수환 추기경님의 유지를 받아 염수정 추기경을 비롯하여 천주교 대주교, 주교, 사제, 수도자, 평신도 105,179명이 서명했습니다. 생명과 인권의 원칙에서 제출되는 이번 입법청원이 국회에서 사형제도를 폐지하고 그 대안을 만드는 입법활동에 반영되어 20대 국회에서는 사형제도가 반드시 폐지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