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화] 2019년 제24회 농민 주일 담화
- 작성일2019/06/24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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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 주일의 의미
오늘은 하느님 창조의 손길을 이어 가고 있는 생태 사도인 농민들의 노고에 감사하는 농민 주일입니다. 오늘 특별히 우리는 농민들과의 연대의식을 재확인하고 땅과 생명에 대해서 다시 한번 성찰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땀을 흘려야 양식을 먹을 수 있으리라.”(창세 3,19) 하신 성경 말씀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땅을 일구며 흘리는 땀과 수고가 필수적이라는 의미입니다. 우리가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농민들이 땅을 살리고 곡식을 거두어들이는 농업에 헌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농업의 의미
인류는 자연과 함께 공존하면서 농사를 통하여 삶의 양식을 얻어 왔습니다.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농촌과 농민이 있기 때문입니다. 시장에서 먹을거리를 손쉽게 구매하며 살아가는 우리는 농촌과 농민의 존재와 고마움을 잊어버리기 쉽습니다.
농업이 무너지면 삶의 근거가 허물어지게 됩니다. 우리 존재를 근본적으로 가능하게 해 주시는 생명의 근원이 하느님이시라면, 현실적으로 우리의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생명의 양식을 제공해 주는 이는 농민입니다. 우리는 한마디로 농촌과 농민에게 우리의 생명을 빚지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 농촌 살리기 운동 25주년
특별히 올해는 우리 교회가 ‘우리 농촌 살리기 운동’을 시작한 지 25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교회는 우리 농촌 살리기 운동 창립 선언문을 통하여 농촌과 농민, 그리고 농업의 위기를 우리 모두의 위기로 인식하고, 농민과 도시민이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자고 호소하였습니다. 또한,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통합 생태론의 입장에서, 우리의 믿음과 생활을 일치시키는 신앙인들의 참된 자세를 갖도록 촉구하였습니다.
그러나 지난 25년을 되돌아볼 때, 우리는 교회 공동체와 가정 안에서 과연 어떻게 이 정신을 공유하고 실천하려는 노력을 해 왔는지 자문하게 됩니다. 농민들과 함께 살아가려는 구체적인 의지와 노력이 부족했음을 반성하며, 다시금 공동체적 실천을 이어 갈 것을 새롭게 다짐해야 하겠습니다.
도시민과 농민의 연대
도시민과 농민의 연대는 단순히 도시민이 농민에게 베푸는 선행이 아닙니다. 그것은 공동의 집인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의 책임과 연대를 의미합니다. 도시민으로서 피폐해진 농촌과 농민에게 착한 이웃이 되어 주는 구체적인 사랑의 표현은 참신앙인의 모습입니다.
프란치스코 교종께서는 “이 세상의 그 어떤 것도 우리와 무관하지 않다.”(「찬미받으소서」, 3항)라고 가르치십니다. 농민과 농촌이 소외되고 피폐해진다면 그것은 곧 도시민의 삶의 자리도 안전하지 않다는 뜻입니다. 지속 가능한 삶은 우리 모두의 안전이 보장될 때 비로소 가능합니다. 파괴와 멸망으로 치닫는 우리 사회의 위기를 막는 의인 열 명이 되는 것이 곧 우리 신앙인의 참자세입니다.
우리가 이렇게 할 때, 하느님께서는 우리 모두를 살게 해 주시며 일으켜 주실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 농촌 살리기 운동’은 결국 교회의 근본정신으로 되돌아가는 운동입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강우일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