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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화] 2019년 제93차 전교 주일 교황 담화
  • 작성일2019/08/06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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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2019년 전교 주일 담화 (2019년 10월 20일) 세례 받고 파견된 이들: 세상 안에서 선교하는 그리스도 교회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베네딕토 15세의 교황 교서 「가장 위대한 임무」(Maximum Illud, 1919.11.30.) 반포 100주년을 기념하여, 저는 온 교회가 2019년 10월 한 달을 선교 정신으로 살아가는 특별한 때로 지낼 것을 요청하였습니다. 베네딕토 15세의 이 사도적 제안에 담긴 앞을 내다보는 예언자적 전망에 따라, 저는 교회의 선교 노력을 쇄신하는 것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매우 중요하다고 확신하였습니다. 죽음을 겪으시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을 세상에 선포하고 전해 주는 교회의 사명을 복음의 힘으로 다시금 일깨우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이번 전교 주일 담화의 제목은 10월 특별 전교의 달 주제와 동일하게, “세례 받고 파견된 이들: 세상 안에서 선교하는 그리스도 교회”입니다. 이 특별 전교의 달 거행은, 우리가 무엇보다도 먼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이 지니는 선교 차원을 재발견하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우리는 이 믿음을 세례를 통하여 거저 받았습니다. 우리가 하느님 자녀가 된다는 것은 단지 개인적 행위가 아니라 언제나 교회적 행위입니다. 우리는 수많은 다른 형제자매들과 함께 하느님, 곧 성부와 성자와 성령과 맺는 친교를 통하여 새 생명으로 태어나는 것입니다. 이 거룩한 생명은 팔려고 내놓은 상품이 아니라 -우리는 개종 권유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내어 주고 전달하며 선포할 보화입니다. 바로 이것이 선교의 의미입니다. 우리는 어느 누구도 예외 없이 이 선물을 아무 조건 없이 받았고 조건 없이 나누고 있습니다(마태 10,8 참조). 하느님께서는 모든 사람이 구원을 받고 진리를 깨달으며 구원의 보편 성사인 교회를 통하여 당신 자비를 체험하게 되기를 바라십니다(1티모 2,4; 교회 헌장 48항 참조).

교회는 세상 안에서 선교하고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은, 우리가 하느님의 시선과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봄으로써 모든 사물의 올바른 차원을 알게 해 줍니다. 희망은 우리가 동참하는 하느님 생명의 영원한 지평을 향하여 우리 마음을 열게 해 줍니다. 성사들과 형제애를 통하여 미리 맛보는 그 사랑이 우리를 재촉하여 땅끝까지 나아가게 합니다(미카 5,3; 마태 28,19; 사도 1,8; 로마 10,18 참조). 누리 끝에 이르기까지 밖으로 나가는 교회는 지속적이고 항구한 선교적 회심이 필요합니다. 이처럼 한없이 열린 마음과 자비로운 나아감이 참으로 실현가능하다는 사실을 얼마나 많은 성인들과 신자들이 증언하고 있습니까! 이것이 사랑의 다그침입니다(2코린 5,14-21 참조). 내어 주고 희생하며 조건 없이 베푸는 것이 사랑의 본질적 논리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을 선포하는 이는 하느님의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가장 위대한 임무」 참조).

선교 명령은 우리에게 직접 와 닿습니다. 저는 언제나 선교사이고, 여러분도 언제나 선교사입니다. 세례 받은 모든 이가 선교사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은 결코 멈추어 있지 않고, 자기 자신에게서 벗어납니다. 사랑하는 사람은 다른 이들에게 매료되며 또 다른 이들을 매료시킵니다.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을 다른 이들에게 내어 주어 생명을 낳는 관계를 맺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에서 그 어떤 이도 쓸모없고 무의미한 사람이 아닙니다. 우리는 하느님 사랑의 열매이기에 모두 세상의 선교사입니다. 부모는 거짓말과 증오와 불충실로 사랑을 배신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생명의 선물을 다시 거두어 가지 않으십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모든 자녀가 당신의 거룩하고 영원한 생명에 참여하도록 영원으로부터 미리 정해 놓으셨습니다(에페 1,3-6 참조).

이 생명은, 죄와 죽음을 이기신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의 은총을 선사하는 세례성사 안에서 우리에게 베풀어집니다. 세례성사를 통하여, 우리는 하느님의 모상으로 다시 태어나고,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의 지체가 됩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세례는 구원을 위하여 참으로 필요한 것입니다. 세례성사의 보증으로, 우리는 결코 고아나 이방인이나 종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아버지 집에서 아들딸이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인 안에 있고 성체성사로 완성되는 그 성사적 실재는 회개와 구원을 기다리는 모든 사람의 소명이고 숙명입니다. 실제로 세례를 통하여, 아드님 안에서 모든 이가 아들딸이 되게 해 주는 하느님 은총의 약속이 성취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 친부모의 자녀이지만, 세례를 통하여 근원적 부성과 참된 모성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교회를 어머니로 삼지 않는 사람은 누구도 하느님을 아버지로 모실 수 없습니다(성 치프리아노, 「가톨릭 교회의 일치」, 6 참조).

따라서 우리의 사명은 하느님의 부성과 교회의 모성 안에 뿌리 내리고 있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하신 선교 명령은 세례성사에 내재되어 있습니다.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 너희는 성령을 가득히 받아, 세상의 화해를 위하여 일하여라’(요한 20,19-23; 마태 28,16-20 참조). 이 사명은 우리 그리스도인 정체성의 일부입니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소명을 깨닫게 할 책임이 있습니다. 모든 사람은 아버지의 자녀가 되고, 자신의 존엄을 인식하며, 임신[受精]에서 자연사에 이르기까지 모든 인간 생명의 고유한 가치를 소중히 여기도록 부름받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날 만연하는 세속주의가 역사 안에서 활동하시는 하느님 아버지에 대한 적대적 거부의 문화로 흐른다면, 이는 걸림돌이 되어, 각 개인의 삶에 대한 상호 존중으로 드러나는 참다운 인류 형제애를 가로막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하느님께서 계시지 않다면, 모든 다름은 끔찍한 위협으로 치부되고 그 어떤 참다운 형제적 수용도 인류의 풍요로운 일치도 불가능해질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베풀어 주시는 구원의 보편성을 따라, 베네딕토 15세께서는 모든 형태의 국수주의와 민족중심주의를 척결하고, 식민지 열강의 경제적 군사적 잇속을 위하여 복음 선포를 이용하는 온갖 행태를 종식시킬 것을 요청하셨습니다. 그분께서 교황 교서 「가장 위대한 임무」에서 상기시켜 주신 대로, 교회의 보편 사명은 조국과 민족에 대한 폐쇄적 소속감과 같은 배타주의적 개념들을 떨쳐 버릴 것을 요구합니다. 문화와 공동체가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의 새로움을 열린 자세로 받아들이려면, 민족과 교회 안에서만 머무르려는 모든 부적절한 성향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교회는 오늘날에도 집과 가족, 국가, 언어와 지역의 교회를 떠나라는 부르심에 세례의 은총으로 기꺼이 응답하는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이들은 예수 그리스도와 그분의 거룩한 교회의 성사들을 통하여 아직 변화되지 못한 세상의 사람들에게 파견되어, 거기에서 하느님 말씀을 선포하고 복음을 증언하며 성령께서 주시는 생명을 경축합니다. 또한, 자신이 파견된 그 지역 민족들의 문화와 종교와 대화를 나누고 개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면서, 회개를 호소하고 세례를 주며 그리스도의 구원을 가져다주는 것입니다. 이처럼, 교회에 언제나 필요한 만민 선교는 모든 그리스도인의 지속적인 회개 여정에 근본적으로 이바지합니다. 예수님의 파스카에 대한 믿음, 세례성사로 받은 교회적 사명, 자기 자신과 자기 고향과 지리적 문화적으로 거리를 두는 초연함, 죄에서 속량되고 개인적 사회적 악에서 해방될 필요성, 이 모든 것이 땅끝까지 다다르는 선교를 요구합니다.

「가장 위대한 임무」의 반포 100주년을 맞이한 이때에 아마존 지역 교회들을 위한 주교대의원회의 특별 회의를 거행하게 된 것은 주님의 섭리입니다. 이에 따라 저는, 예수님께서 당신 성령의 은사와 함께 우리에게 맡기신 선교 사명이 아마존 지역과 그 민족들을 위해서도 매우 시기적절하며 절실히 필요한 것임을 강조합니다. 새로운 성령 강림은 교회의 문을 활짝 열어 주어, 어떠한 문화도 자기 안에 갇혀 있지 않고 어떠한 민족도 고립되지 않으며 신앙의 보편적 일치에 열려 있게 해 줍니다. 어느 누구도 자아도취에, 자기 민족과 종교의 아집에 갇혀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됩니다. 예수님의 파스카는 세상과 종교와 문화가 편협함을 깨고 인간의 존엄성을 더욱 존중하도록 요청합니다. 또한 모든 이에게 참생명을 주시는 부활하신 주님의 진리를 향해 더욱더 온전히 돌아서도록 요청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2007년 브라질 아파레시다에서 라틴 아메리카 주교회의를 시작하며 베네딕토 16세 교황께서 하신 말씀이 떠오릅니다. 저는 여기에서 그 말씀을 전하고자 합니다. “라틴 아메리카와 카리브 지역의 나라들에서 그리스도교 신앙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했습니까? 이는 풍요로운 종교 전통 안에서 그들의 조상들이 무의식적으로 찾아 왔으나 알지 못하던 하느님, 곧 그리스도를 알고 환대하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그들이 묵묵히 기다려 온 구세주이셨습니다. 또한 이는 그들이 하느님의 자녀가 되게 하는 거룩한 생명을 세례수 안에서 받아들였음을 의미했습니다. 더 나아가 그들은 성령을 받아들였습니다. 성령께서는 그들의 문화를 풍요롭게 하시고 정화하시며, 강생하신 말씀께서 그 안에 심어 놓으신 많은 씨앗들을 싹 틔우러 오시어 그들을 복음의 길로 인도하셨습니다. ……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사람이 되신 하느님 말씀은 또한 역사와 문화가 되었습니다. 콜럼버스 이전의 토착 종교들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어 이 종교들을 그리스도와 보편 교회에서 분리시키려는 환상은 진보가 아니라 사실상 퇴보일 것입니다. 실제로 이는 과거에 고착된 역사의 한 장으로 후퇴하는 것입니다”(라틴 아메리카와 카리브 주교회의 제5차 정기 총회 개막 연설, 2007.5.13., [베네딕토 16세의 가르침][Insegnamenti] III, 1 [2007], 855-856면).

우리는 교회의 사명을 우리의 어머니이신 마리아께 맡겨드립니다. 복되신 동정녀께서는, 강생의 순간부터 당신 아드님과 이루는 일치 안에서 나아가셨습니다. 성모님께서는 예수님의 사명에 온전히 동참하셨습니다. 십자가 아래에서 성모님께 주어진 이 사명은, 성령과 믿음으로 새로운 하느님 자녀들로 태어나는 데에 교회의 어머니로서 협력하는 것입니다.

저는 마지막으로, 「가장 위대한 임무」에서 이미 선교의 도구로 제시된 교황청 전교기구에 관하여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합니다. 교황청 전교기구는, 선교의 핵심인 기도와 전 세계 그리스도인들의 후원으로 교황의 선교 임무를 돕는 전 세계적 네트워크로서, 교회의 보편성을 위하여 봉사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의 후원에 힘입어, 교황은 개별 교회들과 함께 복음화 노력을 기울이고(교황청 전교회), 지역 성직자를 양성하며(교황청 베드로 사도회), 어린이들의 선교 의식을 키우고(교황청 어린이전교회), 그리스도 신앙의 선교 차원을 증진합니다(교황청 전교연맹). 교황청 전교기구에 대한 저의 지지를 거듭 약속드리며, 2019년 10월 특별 전교의 달이 저의 직무를 도와주는 그들의 선교 봉사를 쇄신하는 데에도 이바지하리라 믿습니다.

남녀 선교사 여러분에게 그리고 세례의 은총으로 교회의 사명에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하는 모든 이에게 저의 진심 어린 교황 강복을 보내 드립니다.

바티칸에서
2019년 6월 9일
성령 강림 대축일 프란치스코
원문: Message of His Holiness Francis for World Mission Day 2019, Baptized and Sent: The Church of Christ on Mission in the World, 2019.6.9., 이탈리아어도 참조
영어
http://w2.vatican.va/content/francesco/en/messages/missions/documents/papa-francesco_20190609_giornata-missionaria2019.html
이탈리아어
http://w2.vatican.va/content/francesco/it/messages/missions/documents/papa-francesco_20190609_giornata-missionaria201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