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화] 2019년 세계 관광의 날 담화
- 작성일2019/08/22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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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세계 관광의 날 담화
(2019년 9월 27일) 관광과 노동: 모든 이를 위한 더 나은 미래
국제 연합 세계 관광 기구(UNWTO)가 장려하는 세계 관광의 날은 해마다 9월 27일에 거행됩니다. 2019년 세계 관광의 날의 주제는 “관광과 노동: 모든 이를 위한 더 나은 미래”입니다. 이 주제는 국제 노동 기구(ILO)가 올해 100주년을 맞이하여 추진하는 ‘일의 미래’를 위한 계획을 상기시켜 줍니다.
올해 우리는 노동의 전망에서 관광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이번 주제 선정은 특히 시의적절해 보입니다. 삶의 노동 차원은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점점 더 근본적인 중요성을 띠어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개인과 개인의 전인적 발전에 대한 기본 요구를 중심으로 하는 품위 있고 평등하고 자유로운 일자리를 모든 이에게 보장하고자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이러한 우리의 공동 노력을 간과한다면, 우리가 염원하는 목표인 평화, 안전, 사회의 발전과 통합에 도달할 수 없을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노동은 인간에게 고유한 것입니다. 노동은 하느님의 모습으로 창조된 인간의 품위를 표현해 줍니다.”1) 노동이 없는 곳에는, 진보도 있을 수 없고, 행복도 있을 수 없으며, 더 나은 미래도 분명코 있을 수 없습니다. 노동은 단지 일자리가 아니라, 인간이 사회와 세상 안에서 자기 자신을 실현하는 방식입니다. 노동은 개인의 전인적 발전뿐만 아니라 개인이 몸담고 살아가는 공동체의 온전한 발전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창조 때부터 우리는 노동하라는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또한 이렇게 덧붙여 말씀하셨습니다. “노동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노동은 이 땅에서 살아가는 의미에 속하며, 성장과 인간 발전과 개인적 성취의 길입니다.”2) 교황님께서는 제48차 이탈리아 가톨릭 사회 주간 행사(칼리아리, 2017.10.26-29.) 참석자들에게 보내는 영상 메시지에서도 말씀하셨습니다. “노동이 없으면 존엄도 없습니다.”
『간추린 사회 교리』에서 일깨워 주듯, “인간은 노동의 존엄성을 재는 잣대입니다.” 또한 『간추린 사회 교리』는 회칙 「노동하는 인간」을 인용하여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습니다. “인간의 노동이 고유한 윤리적 가치를 지닌다는 것은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러한 사실은 노동의 고유한 윤리적 가치를 성취하는 것이 인격체라는 사실과 명백하게 직접 연결되어 있다.”3)
요한 바오로 2세 성인께서도 제24차 세계 관광의 날 담화에서 관광에 대하여 특별히 다음과 같이 설명하셨습니다. 관광 분야는 “개인과 민족들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경제, 재정, 문화와도 밀접히 관련되어 있는 사회생활의 한 특별한 표현으로 여겨야 할 것입니다. 관광은 인간의 전인적 발전과 직접 관계가 있으므로 인간의 다른 활동들과 마찬가지로 관광도 가장 참되고 완전한 의미의 문화, 곧 사랑의 문화를 건설하는 데에 이바지하도록 이끌어야 합니다(「사회적 관심」, 33항 참조).”4)
오늘날 관광 분야에서 일하는 것과 관련하여 적지 않은 문제가 있습니다. 관광 분야의 노동은 점점 더 다채로운 전문성을 띤 특수 직업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여행 상담사, 여행 안내인과 인솔자, 요리사, 와인 감별사, 음식점 종업원, 비행기 승무원, 관광 마케팅과 소셜 네트워크의 전문가 등, 관광 분야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들은 불안정하고 때로는 불법적인 여건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부당한 보수를 받고, 힘든 노동에 시달리며, 흔히 가족과 멀리 떨어져 지내고, 고위험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으며, 가혹한 경쟁의 규칙을 따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한, 가난하지만 그 고유한 특징을 이루는 풍성한 자연 환경과 역사 문화 유산 덕분에 많은 관광 일자리를 지닌 나라들 안에서 벌어지는 노동 착취는 분노를 자아냅니다. 이 나라들에서 정작 토착민들은 지역 자원을 이용하여 얻는 혜택을 거의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환대해 주는 지역 주민들을 향한 폭력 행위와 그 문화적 정체성을 침해하는 행위 또한 용인될 수 없습니다. 환경을 훼손하고 마구잡이로 착취하는 모든 행위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2003년에 요한 바오로 2세 성인께서는 다음과 같이 밝히셨습니다. “관광 활동은 재정적 사회적 문화적 관점에서 빈곤 퇴치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관광은 다른 지역과 상황들을 알게 되고, 부유한 나라와 가난한 나라의 심한 격차를 깨닫게 되는 기회를 마련해 줍니다. 관광은 또한 지역 자원과 활동들을 더 잘 활용할 수 있고, 빈곤층의 참여를 촉진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5)
이러한 의미에서 자세히 살펴보면, 일자리 창출의 기회라는 관점뿐만 아니라 인간 증진과 사회적 문화적 진보의 기회라는 관점에서 관광 분야가 가져다주는 발전 가능성이 뚜렷이 드러납니다. 이러한 기회들은 특히 젊은이들에게 활짝 열려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가난한 국가들 안에서 창업 시도들을 통해서 젊은이들은 주도적으로 자기 발전을 이루어 나갈 수 있습니다.
세계 관광 기구가 배포한 자료들은, 전 세계 일자리 열한 개 가운데 적어도 하나는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관광 분야에서 창출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수백 만 명의 사람들이 관여된 이 수치가 계속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 줍니다. 이러한 현상은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측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확산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는 그 어떤 예상도 완전히 뛰어넘는 것입니다. 해외 관광객들이 1950년에 2,500만 명을 넘어섰고, 앞으로 십 년 뒤에는 전 세계 관광객이 20억 명에 도달하리라는 추정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을 고려할 때, 관광 분야의 노동을 통하여 이루어질 수 있는 만남의 차원은 고무적으로 보입니다. 관광 분야의 모든 단계에 종사하는 이들은 날마다 자신의 직무를 수행하면서 세계 각국에서 오는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친분을 쌓을 기회를 얻습니다. 이는 편견과 고정관념을 버리고 우정에 기초한 관계로 나아가는 첫 걸음이 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께서는 지난 3월에 청년 관광 센터의 설립 70주년을 맞이하여 소속 젊은이들에게 하신 말씀에서, 만남의 기회가 되는 관광에 대하여 이야기하셨습니다. 교황님께서는 “느린 관광”(slow tourism)의 증진을 위하여 그들이 기울이는 노력에 감사의 뜻을 전하셨습니다. “느린 관광은 소비주의 법칙의 충동을 좇는 것이거나 경험을 축적하는 데에만 마음을 쏟는 것이 아니라 사람 간 지역 간 만남을 북돋우고 서로 친분을 쌓고 존중해 나가도록 할 수 있는 것입니다.”6)
그러므로 교황청 온전한 인간 발전 촉진을 위한 부서는 국정 운영과 국가 경제 정책의 책임을 맡은 모든 이에게 관광 분야의 일자리, 특히 젊은이들의 일자리를 증진하여 줄 것을 당부합니다. 마찬가지로 국제 노동 기구 산하 ‘일의 미래에 관한 세계위원회’도 권고했듯이7), 노동은 개인의 존엄을 그 중심에 두어야 하고, 모든 이 한 사람 한 사람의 전인적 발전을 증진하는 도구가 되어야 합니다. 또한 노동은 모든 개별 공동체가 각자 고유한 특성에 따라 발전하는 데에 이바지해야 하고, 사람들과 민족들이 서로 우정과 형제애의 관계를 맺어 나가는 데에 도움을 주어야 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목적을 이루고자 노력하는 모든 이와 함께하며 아낌없이 지원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한편 관광 분야의 노동을 특징짓는 도전과 기회에 대하여 관광 종사자들과 책임자들도 인식해 줄 것을 당부합니다. 끝으로 특히, 이 고유한 인간 삶의 자리에 하느님 말씀이 빛을 비추고 생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도록 날마다 온 힘을 다하는 사목 일꾼들에게 감사드리고자 합니다.
2019년 7월 23일
교황청 온전한 인간 발전 촉진을 위한 부서
장관 피터 코도 아피아 턱슨 추기경
1) 프란치스코, 수요 일반 알현에서 한 교리교육, 2015.8.19.
2) 프란치스코,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 2015.5.24.,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015(제1판), 128항.
3) 교황청 정의평화평의회, 『간추린 사회 교리』(Compendium of the Social Doctrine of the Church),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006(제2판), 271항.
4) 성 요한 바오로 2세, 2003년 제24차 세계 관광의 날 담화, 2003.6.11.,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 26호(2003),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14면.
5) 제24차 세계 관광의 날 교황 담화.
6) 프란치스코, 청년 관광 센터(Centro Turistico Giovanile)의 소속 젊은이들과 지도자들 접견에서 한 연설, 2019.3.22.
7) 일의 미래에 관한 세계위원회 보고서 「더 나은 미래를 위하여 일하기」(Lavorare per un futuro migliore), 2019.5.22. 이 보고서는 홈페이지(https://www.ilo.org/rome/risorse-informative/comunicati-stampa/WCMS_664152/lang-it/index.htm에서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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