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화] 2019년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교황 담화
- 작성일2019/09/04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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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담화
(2019년 9월 1일)
“하느님께서 보시니 좋았다”(창세 1,25). 성경 첫머리에 나타나 있듯이, 하느님께서는 당신 피조물을 사랑의 눈길로 바라보십니다. 생명이 살아가는 땅에서부터 생명을 주는 물에 이르기까지, 열매를 맺는 나무에서부터 우리 공동의 집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동물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은 하느님 보시기에 사랑스러운 존재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러한 피조물을 인간에게 소중한 선물로 주시어 돌보게 하십니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선물에 대한 인간의 응답은 죄와 이기심과, 소유하고 착취하려는 탐욕으로 얼룩져 왔습니다. 자기중심주의와 사리사욕 때문에, 만남과 공유의 자리가 되어야 할 피조물은 경쟁과 분쟁이 펼쳐지는 각축장으로 변질되었습니다. 그리하여 환경 자체가 위험에 처하게 되어, 하느님께서 보시기에 좋은 것이 인간의 손에 착취당하는 것이 되었습니다. 최근 몇 십 년 동안 환경 훼손은 더욱더 심각해져 왔습니다. 계속되는 오염, 화석 연료의 지속적인 사용, 집약적 농업에 따른 착취, 삼림 파괴로 지구 온도가 안전 수준 이상으로 상승하게 되었습니다. 높은 강도로 빈번히 발생하는 기상 이변과 토양의 사막화로 우리 가운데에 가장 힘없는 이들이 극심한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빙하의 용해, 물 부족, 저수지 방치, 상당량의 플라스틱과 미세 플라스틱의 해양 유입도 마찬가지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대책이 더 이상 지체 없이 긴급히 마련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우리 자신의 생명을 포함하여 생명 자체와 자연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기후 비상사태를 자초해 온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는 우리가 누구인지 잊었습니다. 우리는 바로 하느님의 모습으로 창조된 피조물(창세 1,27 참조)로서 공동의 집에서 형제자매로 살아가라고 부름받았습니다. 우리는 폭군이 되라고 창조된 것이 아니라, 창조주께서 우리를 위하여 사랑으로 함께 연결해 주신 수많은 종(種)들로 이루어진 생명의 그물 중심에 있도록 창조되었습니다. 이제 하느님의 자녀, 형제자매, 피조물의 관리자인 우리의 소명을 다시금 발견할 때입니다. 이제 참회하고 회개하여 우리의 뿌리로 돌아갈 때입니다. 우리는 하느님께서 가장 사랑하시는 피조물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생명을 사랑하고 다른 피조물들과 친교 안에서 살아가라고 당신 선의로 우리를 부르십니다.
따라서 저는 신자 여러분에게 간곡히 당부드립니다. 시의적절한 교회일치운동의 결실로 거행되는 피조물을 위한 기간 동안 기도에 전념해 주십시오. 바로 오늘 9월 1일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에 시작되어 10월 4일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기념일에 끝나는 이 기간에, 우리는 우리 공동의 집을 위하여 더욱 열심히 기도하고 행동해야 할 것입니다. 이는 다른 그리스도교 신앙을 고백하는 형제자매들과 더욱 일치하고 있음을 느낄 기회입니다. 저는 특히 삼십 년 동안 이 날을 거행해 온 정교회 신자들을 기억합니다. 또한 우리는, 모든 이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이 생태 위기의 상황에서, 우리가 속해 있는 생명의 그물을 지켜 나가도록 함께 부름받은 선의의 다른 모든 이와 깊이 일치하고 있음을 느껴야 합니다.
피조물을 위한 기간은 자연과 친화되어 우리 기도를 새롭게 하는 때입니다. 그렇게 할 때에 창조주 하느님께 드리는 감사가 저절로 우러나오게 됩니다. 프란치스코의 지혜를 노래한 보나벤투라 성인은, 피조물을 하느님께서 우리 눈앞에 펼쳐 주신 첫 번째 “책”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로써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그 질서정연하고 아름다운 다양성에 경탄하며 다시 한번 창조주께 사랑과 찬미를 드리게 해 주십니다(「담화」[Breviloquium], II, 5, 11 참조). 이 책에서 모든 피조물은 우리에게 “하느님 말씀”(「코헬렛 주해」[Commentarius in Librum Ecclesiastes], I, 2 참조)이 됩니다. 기도와 침묵 안에서 우리는 피조물의 교향곡을 들을 수 있습니다. 이 노래는 우리가 자기중심주의에서 벗어나 하느님 아버지의 부드러운 사랑의 품을 느끼고 우리가 받은 선물을 기쁘게 함께 나누라고 초대합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생명의 그물, 곧 하느님을 만나고 우리 서로 만나는 자리인 피조물은 “하느님의 ‘소셜 네트워크’”(유럽 가이드와 스카우트[Guides and Scouts of Europe]의 교황 알현, 2019.8.3.)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경 말씀이 일러 주듯, 자연은 우리가 창조주께 전 우주의 찬미 노래를 드높이도록 이끌어 줍니다. “땅에서 싹트는 것들아, 모두 주님을 찬미하여라. 영원히 그분을 찬송하고 드높이 찬양하여라”(다니 3,76).
이 기간은 우리 생활양식에 관하여 성찰하는 때입니다. 또한 음식과 소비재와 교통수단, 수자원과 에너지와 다른 수많은 물질 재화의 이용에 관하여 우리가 날마다 내리는 선택들이 얼마나 자주 무분별하고 해악을 불러올 수 있는지 성찰하는 때입니다. 우리 가운데 너무나도 많은 이들이 피조물에 대하여 폭군처럼 행동하고 있습니다. 변화를 위하여 노력합시다! 더욱 소박하고 존중하는 생활양식을 받아들이고자 노력합시다! 이제 화석 연료에 의존하는 데서 벗어나 클린 에너지와 지속 가능한 순환 경제를 향하여 신속하고 단호하게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 또한 지역 주민들에게 귀 기울이는 법을 배웁시다. 오랜 전통을 지닌 그들의 지혜는 우리가 환경과 더 나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 줄 수 있습니다.
피조물을 위한 기간은 예언자적 행동에 나서야 하는 때이기도 합니다. 전 세계 많은 젊은이가 소리 높여 용기 있는 결단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너무 많은 약속들이 이행되지 않고 사리사욕이나 편의에 따라 간과되어 버리는 현실에 젊은이들은 낙담하고 있습니다. 지구는 함부로 이용해도 되는 소유물이 아니라 대대로 전해 주어야 하는 유산임을 젊은이들은 우리에게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또한 내일에 대한 희망은 고귀한 감정을 품는 것만이 아니라 바로 지금 여기에서 구체적인 행동을 요구하는 과제임을 젊은이들은 우리에게 일깨워 줍니다. 우리는 이 젊은이들에게 공허한 말이 아닌 현실적인 응답을, 환상이 아닌 행동을 제시해 주어야 합니다.
우리는 무엇보다도 정치와 국정의 책임을 맡은 이들의 인식 증진을 호소하고 이를 위하여 기도합니다. 저는 특히, 몇 달 뒤에 열리는 회의에서 함께 모일 각국 정부를 떠올립니다. 이 회의에서 그들은 지구가 죽음이 아니라 생명을 지향하여 나아갈 수 있도록 확고히 노력하겠다고 새롭게 다짐할 것입니다. 약속된 땅을 눈앞에 두고 일종의 영적 유언처럼 모세가 백성에게 선포한 그 말이 떠오릅니다. “너희와 너희 후손이 살려면 생명을 선택해야 한다”(신명 30,19). 이 예언자적 말씀을 우리 자신과 우리 지구의 상황에 적용해 볼 수 있습니다. 생명을 선택합시다! 소비주의의 탐욕과 전능함에 대한 망상에 “아니요.”라고 말합시다. 이러한 것들은 죽음의 길이기 때문입니다. 생명의 내일을 위하여 우리는 오늘 책임감을 가지고 희생해 나가야 하는 긴 여정에 나섭시다. 눈앞의 이득만 좇는 그릇된 논리에 굴복하지 말고 우리 공동의 미래를 바라봅시다!
이러한 의미에서, 곧 열릴 예정인 ‘국제 연합 기후 변화 정상 회의’는 특별히 중요합니다. 이 회의에서, 파리 기후 협정의 목표에 따라, 각 정부들은 그들의 책무를 다하여, 무엇보다도 온실 가스 배출을 최대한 빨리 제로 수준으로 감축하고,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평균 섭씨 1.5도 이하로 제한하고자 과감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정치적 의지를 보여 줄 것입니다. 또한 내달 10월에는 온전한 생태계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아마존 지역을 주제로 하여 주교대의원회의 특별 회의가 열릴 예정입니다. 이러한 만남들이 가난한 이들과 우리 지구의 울부짖음에 응답하는 좋은 계기가 되도록 합시다!
모든 그리스도인, 모든 인류 가족의 구성원은 저마다 가늘지만 유일무이하고 꼭 필요한 한 가닥 실이 되어 모든 이를 감싸 안는 생명의 그물을 엮어 나가는 데에 이바지할 수 있습니다. 피조물 보호에 기도와 헌신적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우리의 책무를 마음에 새깁시다. 하느님, “생명을 사랑하시는 주님”(지혜 11,26), 다른 누군가가 시작하기를 기다리다가 너무 늦지 않도록 우리가 먼저 선을 행할 수 있는 용기를 주소서.
2019년 9월 1일
프란치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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