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화] 2019년 제52회 군인 주일 담화
- 작성일2019/09/25 14:36
- 조회 7,575
모든 이를 섬기는 삶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제52회 군인 주일을 맞이하여, 군 복음화를 위해 열성적 삶을 살고 있는 군종사제와 수도자, 모든 형제자매와 군종후원회원 여러분, 그리고 군과 군 가족들에게 주님의 축복을 전합니다.
군종교구의 현재
우리 군종교구는 곧 30주년 생일을 맞이하게 됩니다. 군종교구는 국군장병과 그 가족들의 복음화, 특히 젊은이들, 즉 병사들의 세례를 위해 사목적 역량을 모아왔습니다. 그 결과, 거의 모든 연령대에서 남녀 신자비율이 4(42.6%):6(57.4%)의 비율을 보였으나 20대에서는 남성 신자가 여성 신자보다 10% 이상 높게 나타났을 뿐 아니라, 전체 세례자의 22.8%가 군종교구에서 탄생했습니다.(‘한국천주교회 통계 2018’ 기준) 자애로운 하느님 아버지께서 우리 군종교구가 복음화의 씨앗을 뿌릴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고 이끌어 주셨음에 온 마음으로 감사드립니다.
비록 세례자 수는 감소하고 있지만, 어려운 여건 중에서도 사목의 최일선에서 복음화의 씨앗을 열심히 뿌리고 있는 우리 군종교구 모든 신부님들의 노고와 열성에 감사드립니다. 또한, 전체 한국 사제단의 2.2%에 지나지 않는 군종신부님들께서 이처럼 열성적으로 사목하실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인 7만5천 명의 군종후원회 회원님들께도 마음을 다해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군종사목의 협력자로서의 소명을 수행하는 각 성당의 사목회, 성모회 등 군종교구민들에게도 감사와 격려의 말을 전합니다.
불확실성의 시대
어떤 이들은 오늘날을 “4차 산업혁명의 시대”라고 합니다. 이 말이 등장한 지 몇 해가 지났지만, 그 정의가 아직 명확하지 않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그로 인한 사회의 변화가 어떤 양상일지 아직 예측 단계이며, 그에 대한 준비 또한 분명하게 제시될 수 있는 것도 없습니다. 이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기도 합니다.
사회적 양상만이 그러한 것은 아닙니다. 국방개혁은 많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언론 보도에서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군의 체계도 병력 구성도 많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으며, 군의 절대다수인 병사들의 생활환경도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습니다.
확실한 사명
그러나 교회의 선교 사명은 절대로 변할 수 없습니다. 예수님의 공생활은 “때가 차서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마르 1,15)라는 말씀으로 시작되어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마태 28,19-20)라는 말씀으로 끝을 맺습니다. 글자는 조금 달라도 모든 복음과 사도행전이 공통적으로 예수님 공생활의 시작과 끝의 말씀이 “복음 전파”, 즉 “선교”임을 말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전 생이 이처럼 “선교”였기에, 군종교구는 그 사목 대상인 군인들의 복음화 사명을 그 무엇보다 우선해야 합니다.
제2의 그리스도, 찾아가는 교회
몇 해 전부터 군은 “현장 중심의 군종활동”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이는 교회 선교사명의 군대식 표현입니다. 군인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병영 안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병사들은 특히 더 그러합니다. 맡겨진 임무와 생활환경의 특성으로 그들은 성전에 가는 기쁨을 자주 맞이할 수 없습니다. 더욱이 일과 후 외출, 휴대폰 사용 등은 신앙생활을 소홀히 하게 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사제는 제2의 그리스도”이며, “예수 그리스도께서 계시는 곳에 가톨릭교회가 있다”고 공의회는 가르치고 있습니다. 즉, 예수 그리스도의 인격적 대리자로서의 사제가 있는 곳에 가톨릭교회가 있습니다. 따라서 “현장 중심의 군종활동”을 교회적으로 이렇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영혼에, 인격에 모시고 장병들에게 가서 거룩한 성전을 건설하십시오!”
주님의 명에 의해 에디오피아의 내시에게 다가간 필리포스는 길 위에서 길 잃은 양을 만났고, 거기에서 말씀을 전했고, 거기에서 세례를 주었습니다.(사도 8,26-40) 사실 모든 사도들과 바오로도 그러했습니다. 한국 교회의 가경자인 최양업 신부님을 생각해 보십시오. “땀의 순교자” 최양업 신부님은 박해의 위험 속에 전국의 교우촌을 찾아다니며 사목하셨습니다. 멀리서 오래전의 기억을 찾을 것 없이, 가까이는 모든 선배 군종사제들이 그러하였습니다.
우리 군종신부님들이 병영과 훈련장 등 장병들이 있는 현장을 찾아다니며 흘리는 땀은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되는 가장 확실한 길이며, “모든 이를 섬기는 삶”의 뚜렷한 징표입니다. 장병들의 삶의 자리에 함께 있는 군종사제들은, 장병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드나드는 교회”로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입니다.
평화가 이루어낸 일, 그 평화를 지키는 사람
사목방문과 위문을 위해 남수단 “한빛부대”를 방문했을 때가 기억납니다. 남수단 국민들은 계속되는 내전으로 인해 보다 나은 삶을 위한 노력 자체를 포기하고 있었습니다. 내전 혹은 전쟁을 겪고 있는 모든 나라가 극빈층의 국가와 국민에 머물러 있음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우리나라도 전쟁의 극심한 아픔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기적이라고 불릴 만큼 경제적 성장을 이루었고, 세계의 리더로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물론 전 세계가 1950년대 이후 엄청난 성장을 하였습니다. 20년 전에 비해 세계 극빈층은 21%에서 9%로 줄었습니다. 전쟁에 의한 희생자는 오늘날 인구 10만 명당 1명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와 같은 세계의 성장과 대한민국 발전의 중요한 바탕이 “평화”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가끔씩 발생했던 남북의 긴장은 국민의 혼란을 불러일으켰고, 막대한 경제적 손실과 국가 신용도의 위기를 야기했던 것을 기억할 것입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우리나라의 평화는 지속되고 있으며, 지금도 평화 체제의 구축을 위해 많은 젊은이들이 자신의 삶을 희생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지키고 있는 “평화”가 있기에, 모든 국민의 자유가 있습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우리나라의 군과 군인들을 사랑해 주십시오. 그들이 우리나라의 평화를 위해 자신의 삶과 젊음을 바치고 있기에, 대한민국과 각 개인의 발전이 가능했습니다. 국군장병들은 자신들의 삶과 젊음을 희생하여 “모든 이를 섬기는 삶”을 살고 있는 이들입니다. 이들 하나하나는 당연히 사랑받아야 합니다. 군과 군인들이 더 발전하고 변화되어야 할 것이 있다면, 더욱 사랑하십시오. 사랑만이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힘입니다.
교구 설립 30주년을 맞이한 군종교구는 교구장인 저와 군종사제, 수도자, 그리고 온 교구민이 마음을 모아 군종후원회원 여러분과 각 교구의 교우 여러분 모두에게 다시 한번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주 그리스도를 모시고 장병들이 있는 곳곳을 찾아다니며 말씀을 전하는 군종사제와 수도자를 위해 기도해 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마지막으로 평화를 지키고 있는 우리 군을 사랑해 주시기를 부탁합니다.
군종교구의 모든 구성원, 특히 군인들은 교우 여러분과 군종후원회 회원님들의 기도와 사랑에 모든 이를 섬기는 삶으로써 보답할 것입니다.
천주교 군종교구장 유 수 일 F. 하비에르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