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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환경의 날 담화
  • 작성일2020/05/27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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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신화를 넘어 지속 가능한 세상으로

 

예방약도, 치료제도 없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의 대유행이라는 사태 속에서 전 세계는 엄청난 두려움에 휩싸여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우리는 전 세계가 서로의 영향을 배제할 수 없는 한배에 타고 있는 존재라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인류가 탄 배, 공동의 집인 지구 생태계가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코로나19라는 새로운 감염병은 지구 온난화와 사막화와 기상 이변 등으로 나타난 기후 위기와 마찬가지로 모두 인류의 절제되지 않은 탐욕의 결과물입니다. 더 많은 수익과 부가 쌓일수록 모두가 행복할 것이라는 ‘성장과 개발’의 우상을 좇아온 결과, 우리는 커다란 위기에 부닥치게 되었습니다.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2018년에 내놓은 ‘1.5℃ 특별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 위기에 따른 전 지구적 파국을 막으려면 산업화 이후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을 1.5℃ 이하로 조절해야 합니다. 이를 이루기 위해서 2050년까지 기후 위기의 주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탄소 배출을 제로 상태로 줄여야 합니다. 불가능해 보일 정도로 큰 변화를 30년 안에 이루어 내야 합니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삶의 방식을 선택하여야 가능한 일입니다. 변화가 아니라 대전환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전 지구적으로 삶의 방식에 대해 근본적으로 성찰하고, 구조적인 변화를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성장을 지향하는 정부의 정책 기조가 바뀌어야 하고, 에너지 전환과 생태계 보전을 위하여 산업계의 구조가 대전환을 이루어야 합니다. 시민들은 물질 중심의 가치관에서 벗어나 생명 중심의 가치관으로 전환하고, 새로운 방식의 삶을 선택해야 합니다.

로스앤젤레스, 파리, 시드니, 리우데자네이루 등 세계 주요 도시의 대기 오염 물질이 이전에 비하여 25%에서 최대 45%까지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우리 나라의 하늘도 마찬가지입니다. 코로나19 사태로 경제 활동이 줄어든 결과라고 합니다. 전염병의 위세에 눌려 고통스러운 이 순간에 우리는 오히려 이제까지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을 소유하고 소비하며, 과도하게 생태계를 위협해 왔는지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기후 위기를 비롯한 지구 생태계의 수많은 위기 속에서 이제 우리가 얼마나 정신없이 달려오면서 가난한 이웃과 아파하는 생태계를 외면하였는지 성찰해야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지금은 하느님께서 심판하시는 때가 아니라, 우리가 식별하여 우리 스스로 무엇이 중요한지 선택해야 할 시간”(감염증 확산 시기 특별 기도, 2020.3.27.)임을 촉구하십니다. 너무 많이 늦었지만 아직은 기회가 남아 있습니다. 지속 가능한 사회로의 전환을 위하여 과거보다 덜 소유하고 소비하며 우리 삶의 자리를 차지하였던 물질들을 비우고, 그 자리에 하느님과 생태계와 이웃에 대한 사랑을 채워야 합니다. 기후 위기를 가져온 화석 연료 기반의 삶의 방식과 방사능 위험이 상존하는 핵에너지 기반의 에너지 시스템을 태양광, 풍력 등의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서둘러 전환해야 합니다. ‘성장과 개발’이라는 우상을 버리고 생태계 보전과 생명의 존엄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대전환이 사회 전반에서 일어나야 합니다. 성령의 이끄심에 온전히 의탁하는 이러한 대전환을 통하여 하느님께서는 우리 사회와 인류에게 좋은 선물을 주실 것입니다(「찬미받으소서」, 80항 참조).



 
2020년 6월 5일 환경의 날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강 우 일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