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2020년 군인 주일을 맞아 본당 신부님들과 신자 여러분께 드리는 글
  • 작성일2020/10/06 05:40
  • 조회 2,629
2020년 군인 주일을 맞아 본당 신부님들과 신자 여러분께 드리는 글
 



주님 안에서 사랑하고 존경하는 본당 신부님들과 신자 여러분!

저는 올해 군인 주일을 맞아 담화문 대신, 전국의 모든 본당 신부님들과 신자 여러분께 직접 드리는 호소 형태의 글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저의 이런 결정은, 우리 모두가 함께 고통받고 있는 ‘코로나19’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추석 명절과 올해 군인 주일이 겹치기 때문입니다. 

저는 여러분 모두 군에 대한 깊은 사랑과 신뢰를 갖고 계신다고 믿고 있습니다. 신자들의 경우, 대부분의 손자와 손녀들, 아들과 딸들이 의무 사병으로서 혹은 부사관과 장교로서 국방의 소임을 위해 복무했거나 현재 복무하고 있기 때문이고, 여기서 더 나아가 우리나라가 평화를 유지함에 있어 우리나라의 안보가 지극히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평온히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나라의 안보가 튼튼히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자녀들의 군 복무 현실과 더불어 나라 안전의 방패요 기초가 되는 안보의 중요성을 알고 계시기에, 자연스레 군에 대한 관심과 사랑과 신뢰심을 갖고 계시며, 그래서 군의 복음화에, 특히 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젊은 병사들에게, 크나큰 관심을 갖고 격려해주시고 여러 면으로 저희 군종교구를 도와주고 계심을 잘 알고 있습니다. 

위대한 이방인의 사도로서 복음전파의 큰 업적을 남기신 사도 성 바오로께서는 흥미롭게도 당신이 지극히 사랑하고 신뢰한 사도 티모테오를 군인으로 간주하면서 복음전파에 투신하라고 권고하고 명령하셨습니다. 사도 바오로께서는 사도 티모테오에게 보내신 둘째 편지에서 “그리스도 예수님의 훌륭한 군사답게 고난에 동참하십시오. 군대에 복무하는 이가 자기를 군사로 뽑은 사람의 마음에 들려면, 개인의 일상사에 얽매여서는 안 됩니다.”(2티모 2,3-4)라고 권고하시고, 이어서 복음 선포를 명하고 계십니다. “말씀을 선포하십시오. 기회가 좋든지 나쁘든지 꾸준히 계속하십시오. 끈기를 다하여… 꾸짖고 격려하십시오… 그대는 어떠한 경우에도 정신을 차리고 고난을 견디어 내며, 복음 선포자의 일을 하고 그대의 직무를 완수하십시오.”(2티모 4,2-5) 

사도 성 바오로와 같은 생각으로 군의 복음화에 가장 큰 책임을 지고 있는 이들이 바로 군인 신분의 군종 사제들입니다. 저는 저희 군종 사제들의 군에 대한 구원의 말씀 선포와 군 신자들의 영신 생활을 돌보는 수고와 희생에 늘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올해 1월 말부터 시작하여 2월 중순부터 무서운 기세로 확진자와 사망자를 늘리기 시작한 ‘코로나19’로 인해, 저희 군종 사제들과 군종교구에서 사목하는 수녀님들과 병사들에게 교리 봉사를 하는 평신도 선교사들과 저는 복음화 수행에 너무도 큰 어려움을 겪게 되었습니다.

저희 군종교구는 일반 교구와 달리 군 당국의 매우 엄격한 방역 지침을 따라야 하기에, 일반 교구보다 더 오랜 기간 주일미사 중지 및 여타 교회 활동 중지를 겪게 되었습니다. 올해 2월 중순부터 5월 중순까지 미사를 포함한 교회 활동이 중단되었고, 이로 인해 군 신자들을 영적으로 돌보는 일이 중단되었습니다. 여기에다 2월 중순부터 6월 초까지 예비자 교리가 모두 중단되었으며, 2월 중순부터 시작된 저의 본당 사목방문 중지가 지금까지 계속되어 아마도 올해 말까지 중지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생기며, 결국 올해 2월 중순부터 올해 말까지 사목방문 때 늘 있던 군인들 및 군 가족들과의 형제애 넘치는 만남과 매우 중요한 성사인 견진성사 집전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 3년 간 군 세례자가 많이 줄어 고민을 해왔는데, 올해는 이 전염병으로 인해 군 세례자가 전에 비해 더욱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견진성사 수혜자도 90%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영적인 면에서 그리고 재정적인 면에서 참 어려운 한 해가 되고 있어 마음이 아플 뿐입니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다가 올해의 군인 주일은 추석 명절 연휴 마지막에 있게 되어 어려움이 한층 더 커지고 있습니다. 저희 군종교구의 일 년 예산 대부분이 이 군인 주일에 전국의 신자 여러분이 봉헌하는 2차 헌금에서 옵니다. 추석 명절이라 군종 신부님들이 본교구에 운전하여 가는 것도 어렵지만, 군 당국도 이 전염병 때문에 긴장을 풀지 못하고 있고, 신부님들도 멀리 여행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군인 주일 미사 봉헌을 위해 방문한 지역에 만약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 그 군종 신부님은 부대에 돌아와 2주간 자가 격리를 해야 합니다. 그래서 군종 신부님들이 올해 군인 주일에 본교구의 본당에 파견되는 것에 대해 고민하는 것을 보면서, 저는 올해 군인 주일에 신부님들을 본교구나 혹은 요청에 의해 본교구가 아닌 다른 교구에 파견하는 것을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이와 함께 군종후원회 봉사자들이 여러 본당에 파견되어 봉사하는 것도 사실상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전국의 모든 본당 신부님들과 신자 여러분께 이 어려움을 알려드리면서, 2차 헌금을 변함없이 너그러이 해 주시고, 군종후원회의 후원회원 모집에 보다 많은 신자분들께서 응답해주시길 호소하는 마음으로 요청드립니다. 저는 이 어려움 속에 제53회 군인 주일을 맞이하면서, 전국의 본당 신부님들과 신자 여러분께서 군 복음화를 위해 계속 기도해주시고 후원해주시기를 겸손히 그리고 간절히 요청드립니다. 여러분 사랑의 희생과 협력이 하나의 큰 기적을 이루게 되길 주님께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영육 간 건강과 내적 평화를 위해서 열심히 기도하고 있습니다.

주님 안에서 사랑하고 존경하는 본당 신부님들과 신자 여러분! 코로나19의 위험에서 건강을 잘 지키시고, 이 시련의 때에 오히려 성화의 길로 더욱더 나아가시길 기도드립니다. 고맙습니다.


 
2020년 10월 4일 제53회 군인 주일에,
천주교 군종교구장 유수일 F. 하비에르 주교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