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제23회 해외 원조 주일 담화
  • 작성일2015/01/12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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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모든 이에게 한 줄기 빛을!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한국 천주교회는 지구촌 곳곳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에게 따스한 관심과 사랑을 나누는 해외원조 사업을 시행한 지 23년을 맞이합니다. 지난해 8월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우리 한국 사회에 큰 울림을 주고 가셨습니다. 교황께서는 방한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열린 기내 기자회견에서 “인간의 고통을 마주하게 되면 언제나 마음이 이끄는 대로 행동해야 합니다. 인간의 고통에 관해서는 중립적일 수 없습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교황께서는 “다른 이들의 고통에 깊이 공감할 때 우리는 가난한 이들의 울부짖음을 들어 주라는 명령을 이행할 수 있습니다.”(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 193항)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또한 복음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행복하여라, 자비로운 사람들! 그들은 자비를 받을 것이다”(마태 5,7). 이와 같은 전망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믿고, 세상으로 나아가는 우리들이 되었으면 합니다.
 
가톨릭 교회의 국제 구호 기구인 국제 카리타스는 궁극적으로 인류를 위협하는 지구촌 기아 퇴치를 위해서 온 힘을 모으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모든 것이 풍요로운 지금 이 세상에도 극심한 빈곤과 기아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누가 굶주리고 있으며, 극심한 빈곤과 기아의 구조적인 원인이 무엇인지를 잘 알아야 합니다.
 
기아란 충분한 식량을 얻지 못해 건강하고 활동적인 삶을 영위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만성적 기아에 시달리는 인구는 8억 4,200만 명으로 세계 인구의 8명 중 1명은 건강을 지키기 위한 충분한 식량 섭취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전체 기아 인구의 98%가 개발 도상국에 살고 있습니다. 하루 1.25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절대 빈곤층은 12억 명에 달하며, 이들은 대부분 남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에 거주하고 있습니다(「유엔 새천년개발목표 보고서 2014~2015」참조).
 
또한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에서 발행하는 ‘기아 지도’를 보면, 최근 몇 년 동안 영양실조 인구가 급격한 증가 추세를 보이며 눈여겨보아야 할 곳이 바로 중동 지역입니다. 팔레스타인, 이라크, 시리아 분쟁으로 인한 식량 불안정성이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기아 인구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분쟁으로 인해 전 세계의 난민, 난민지위신청자 그리고 실향민 수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처음으로 5천만 명을 넘었습니다. 이런 절대 빈곤층의 대부분이 어린이와 여성이며, 분쟁 지역과 농촌 지역 공동체가 기아의 최전방에서 고통을 당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굶주리고 있을까요?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첫 권고 「복음의 기쁨」을 통해 “규제 없는 자본주의는 새로운 독재와 다름이 없다.”고 하시며 돈에 대한 우상 숭배를 강도 높게 비판하셨습니다. 전 세계에는 모든 인구가 충분히 먹고도 남을 만큼의 식량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세계 곳곳이 식량 위기를 겪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식량을 공정하게 나누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식량 위기는 분배의 문제, 곧 정의의 문제입니다.
 
따라서 전 세계 카리타스는 기아를 없애려고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우선, 전 세계적인 식량 위기와 재난 상황에서 식량 구호를 실시합니다. 그리고 구조적인 빈곤을 퇴치하려고 중장기적인 식량 안정화 사업과 농업 개발 사업을 수행합니다. 또한 전 세계 200여 개 국가에서 활동하는 164개 카리타스 회원 기구들과 연대하여 기아를 극복하고 나눔을 실천하는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교황께서는 한국의 평신도 사도직 지도자들과 만나신 자리에서 이렇게 강조하셨습니다. “가난한 이들을 돕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고 좋은 일이지만, 그것으로 충분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여러분이 인간 증진이라는 분야에서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 주시도록 격려합니다.”
 
저는 여러분에게 하나의 인류 가족으로서 공동선을 위한 연대와 인간의 존엄성이 환히 빛날 수 있도록 협조해 주신 사랑과 나눔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모든 이가 결핍과 소외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주님의 은총을 청하며 기도드립니다.
 
                         
2015년 1월 25일 해외 원조 주일에
한국 카리타스 인터내셔널
이사장 김 운 회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