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70년을 맞는 한국 천주교회의 반성과 다짐
- 작성일2015/06/11 15:07
- 조회 4,853
분단 70년을 맞는 한국 천주교회의 반성과
다짐
친애하는 교우 여러분!
올해는 우리나라가 광복의 기쁨과 남과 북으로 분단된 아픔을
겪은 지 70년이 되는 해입니다. 7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우리 민족이 겪었던 분단의 고통스러운 현실 앞에서 우리는 이스라엘 민족의 바빌론
귀양살이 70년을 기억하게 됩니다. 이스라엘이 70년의 귀양살이에서 풀려나 은총의 새 시대를 맞이하였듯이(2역대 36,21 참조), 올해
2015년이 분단과 갈등의 70년을 마감하고 새로운 평화를 여는 해가 되기를 염원합니다.
그동안 남북한은 ‘7·4 남북공동성명(1972년)’을
비롯하여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 협력을 약속한 ‘남북기본합의서(1992년)’, ‘6·15 남북공동선언(2000년)’, ‘10.4
남북공동선언(2007년)’ 등을 통하여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정치적 이해관계로
얽힌 남북 관계와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는 우리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고 있습니다. 과거의 유물이어야 할 냉전의 극한 상황이 한반도를 에워싸고
있으며, 내부적 이념 갈등도 이미 도를 넘어선 듯 보이고, 또한 비정상적인 상황들이 사회 전반을 병들게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분단 70년을 맞이하면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삶의 자리에서
민족의 분열과 갈등을 극복하기 위하여 예언자적 소명에 얼마나 충실했는지 반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십자가 죽음을 통해서
우리에게 ‘화해의 직분’(2코린 5,18)을 소명으로 남겨주셨습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이 거짓 평화와 자기 위안에 빠져 남북 분단의 갈등이
빚어내는 왜곡된 현실을 눈감아버린다면 신앙인의 소명을 저버리는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지난해 우리나라를 방문하시어, 분단된
남북한이 ‘평화의 기초이며 평화로 향하는 길인 형제애’를 회복할 것을 바라셨고, 모든 신자에게 현대 사회의 가장 큰 죄악인 “무관심의 세계화”를
경계하라고 강력히 권고하셨습니다. 점점 심해져 가는 경제적 양극화 현상과 탐욕적 이기주의는 민족의 화해와 평화통일에 대하여 무관심하도록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여러 가지 사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이웃인 북녘 동포들을 착한 사마리아 사람의 마음으로 도울 때, 우리
믿음이 구체적인 사랑의 실천이 됨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야고 2,14 참조).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이제 우리 교회는 한반도 분단 70년을 맞아 올해를 평화의 원년으로 삼고자 합니다. 남북 간의 참다운 형제애와 화해의 부족으로 분단을 극복하지 못한 우리들은 새로운 마음으로 남북 간의 형제적 사랑을 회복해 나가야 합니다. 그래서 유일한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의 평화적인 통일을 통해 세계평화의 초석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이 강대국의 이해관계나 정치적 타산과 야망으로 요원한 것처럼 보이나,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에서 희망을 찾고 평화의 주인이신 하느님께서 이 모든 어려움을 해결해 주시도록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독일의 통일을 위해 서독 교회는 ‘기도하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마르 9,29)는 성경 말씀대로 끊임없는 기도운동을 펼쳐나갔습니다. 그리고 동독에 ‘특별한 공동체적 관계’를 유지하는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우리부터 먼저 마음을 열고 기도운동에 동참합시다. 특별히 매일 미사 전에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지향하는 묵주기도를 통해 성모님께 우리의 희망을 전구해 주시기를 청합시다.
이제 우리 교회는 한반도 분단 70년을 맞아 올해를 평화의 원년으로 삼고자 합니다. 남북 간의 참다운 형제애와 화해의 부족으로 분단을 극복하지 못한 우리들은 새로운 마음으로 남북 간의 형제적 사랑을 회복해 나가야 합니다. 그래서 유일한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의 평화적인 통일을 통해 세계평화의 초석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이 강대국의 이해관계나 정치적 타산과 야망으로 요원한 것처럼 보이나,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에서 희망을 찾고 평화의 주인이신 하느님께서 이 모든 어려움을 해결해 주시도록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독일의 통일을 위해 서독 교회는 ‘기도하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마르 9,29)는 성경 말씀대로 끊임없는 기도운동을 펼쳐나갔습니다. 그리고 동독에 ‘특별한 공동체적 관계’를 유지하는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우리부터 먼저 마음을 열고 기도운동에 동참합시다. 특별히 매일 미사 전에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지향하는 묵주기도를 통해 성모님께 우리의 희망을 전구해 주시기를 청합시다.
우리는 정부와 북한 당국에 간절히
요청합니다.
민족의 화해와 평화로운 공존, 그리고 미래에 이루어질 통일로 가는 지름길인 남북 간 교류와 협력은 정부 차원은 물론 민간 차원에서도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특히 인도적 차원에서의 협력은 정치적 이념이나 이익에 우선되어야 합니다. 종교단체와 민간단체들을 통한 상호 교류와 협력 사업이 활발해져 참된 평화의 길로 나아가도록 정부가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협조해 줄 것을 요청합니다. 또한 남북한 당국자들이 기존의 합의들을 서로 존중하여 분단과 냉전체제가 안고 있는 모순들을 극복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서로 용서와 화해를 앞세워야 합니다. 조건 없는 용서만이 민족 화해의 길이라고 믿습니다. 힘과 무기로써가 아니라 진정한 대화를 통하여 군비를 축소하고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정착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모색하고 실천할 것을 요청합니다. 동북아 분쟁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한반도가 평화의 중심이 되도록 관련 당사국들이 적극적으로 협력한다면, 분단 상황에서 비롯된 긴장과 대립을 넘어 한반도의 평화와 민족의 화해와 일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민족의 화해와 평화로운 공존, 그리고 미래에 이루어질 통일로 가는 지름길인 남북 간 교류와 협력은 정부 차원은 물론 민간 차원에서도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특히 인도적 차원에서의 협력은 정치적 이념이나 이익에 우선되어야 합니다. 종교단체와 민간단체들을 통한 상호 교류와 협력 사업이 활발해져 참된 평화의 길로 나아가도록 정부가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협조해 줄 것을 요청합니다. 또한 남북한 당국자들이 기존의 합의들을 서로 존중하여 분단과 냉전체제가 안고 있는 모순들을 극복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서로 용서와 화해를 앞세워야 합니다. 조건 없는 용서만이 민족 화해의 길이라고 믿습니다. 힘과 무기로써가 아니라 진정한 대화를 통하여 군비를 축소하고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정착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모색하고 실천할 것을 요청합니다. 동북아 분쟁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한반도가 평화의 중심이 되도록 관련 당사국들이 적극적으로 협력한다면, 분단 상황에서 비롯된 긴장과 대립을 넘어 한반도의 평화와 민족의 화해와 일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부활의 증인인 교우 여러분!
죽음의 어둠을 넘어 부활하신 주님의 영광은, 십자가 위에서
자비하신 하느님 아버지께 온전히 의탁하신 예수님의 전적인 신뢰에서 비롯되었음을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비록 우리의 현실이 어둡더라도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을 바라보며 한반도에 화해와 평화의 기쁜 소식이 울려 퍼지도록 주님께 간청합시다.
이 땅에 평화를 이루고자 애쓰는 모든 분들이 용기를 잃지
않고 참된 평화의 도구로 살아갈 수 있도록 주님께서 축복을 내려주시기를 청합니다.
“행복하여라,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의 자녀라
불릴 것이다”(마태 5,9).
2015년 6월 1일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
Reflection and Resolution of the Catholic Church in Korea
on the Occasion of the 70th Anniversary of National Division
on the Occasion of the 70th Anniversary of National Division
Dear brothers and sisters,
This year marks the 70th anniversary of
the liberation of Korea from Japanese colonial rule and its painful division
into North and South Korea. Facing the painful reality of our national division
during the last 70-year long history, we recall the Babylonian captivity of the
Jews, which also lasted 70 years. Just as the Jews were allowed to return to
Jerusalem, welcoming the new era of blessing after 70 years of exile (cf. 2Chr
36:21), we sincerely hope that we can welcome a new year of peace in 2015 and
put an end to a period of 70 years of national division and
conflict.
Until now, North and South Korea have made incessant efforts to achieve peace and reunification on the Korean Peninsula, issuing many statements on reconciliation, nonaggression, and mutual cooperation, such as the July 4th North-South Joint Statement (1972), the North-South Basic Agreement (1992), the June 15th North-South Joint Declaration (2000), and the October 4th North-South Joint Declaration (2007). However, recent political conflicts between North and South Korea as well as international situations around the Korean Peninsula cast a shadow on our future. The Korean Peninsula is still placed in the extreme situation of the obsolete Cold War. On top of this, ideological conflicts within South Korea seem to have already gone too far, and some abnormal conditions are sickening the society as a whole.
Until now, North and South Korea have made incessant efforts to achieve peace and reunification on the Korean Peninsula, issuing many statements on reconciliation, nonaggression, and mutual cooperation, such as the July 4th North-South Joint Statement (1972), the North-South Basic Agreement (1992), the June 15th North-South Joint Declaration (2000), and the October 4th North-South Joint Declaration (2007). However, recent political conflicts between North and South Korea as well as international situations around the Korean Peninsula cast a shadow on our future. The Korean Peninsula is still placed in the extreme situation of the obsolete Cold War. On top of this, ideological conflicts within South Korea seem to have already gone too far, and some abnormal conditions are sickening the society as a whole.
On the occasion of the 70th anniversary
of national division, we as Christians cannot but take time for self-reflection,
asking ourselves, “How faithfully have we fulfilled our prophetic office in our
Sitz im Leben to overcome national division and conflict?” Christ has entrusted
us with “the ministry of reconciliation” (2Cor 5:18) through his death on the
cross. Therefore, we would forsake our prophetic vocations, if we as Christians
were to turn our face away from the distorted situation resulting from the
North-South division, on the pretense of false peace and
complacency.
During his apostolic visit to Korea,
Pope Francis expressed his hope for the rehabilitation of the “fraternity as the
foundation and pathway to peace” for North and South Korea. He strongly urged
all the Korean faithful to be aware of the “globalization of indifference” as
the biggest sin of the world today. The worsening economic polarization and
greedy individualism add fuel to indifference toward the reconciliation and
peaceful reunification of our nation. We should not forget that we can live our
faith as a concrete practice of love, when we help our Northen brethren, who are
suffering from many difficulties, with the heart of the Good Samaritan (cf. Jas
2:14).
Dear brothers and sisters,
On the occasion of the 70th anniversary
of national division, the Catholic Church in Korea would like to make this year
the beginning of peace on the Korean Peninsula. With a new resolution, we must
start to recover our fraternal love, even though we have not overcome the
division owing to the lack of true fraternity and reconciliation. In this way,
we must lay the cornerstone of the world peace through the peaceful
reunification of Korea which is the last divided nation in this world. We must
pray to God, the Lord of peace, that He may solve all the problems, and we can
find our hope in the cross of Jesus Christ, even though peace on the Korean
Peninsula and its reunification seem to be a farfetched dream because of
conflict of interests and political calculations on the side of the superpowers
surrounding Korea. For the reunification of Germany, the Church in former West
Germany had continually carried out prayer movements in accordance with the
biblical words: “This kind can only come out through prayer” (Mk 9:29). She did
not hesitate to support former East Germany in favor of the “special communal
relationship.” Let us first participate in the prayer movement with our hearts
open. Let us invoke the intercession of the Blessed Virgin Mary for our hope,
reciting the Holy Rosary before daily Mass for the intention of reunification
and reconciliation of Korea.
I would like to sincerely ask the support of authorities in North and South Korea. Reconciliation, peaceful coexistence, mutual exchange and cooperation provide us with a shortcut to our reunification in the future, which must be actively practiced not only at government level but also at civil level. Especially, humanitarian cooperation must take precedence over any political ideology or interest. I also would like to ask the government to carry out continuous support for the promotion of mutual exchange and cooperation through religious or civil organizations and movements, so that they can pave the way to true peace. In addition, I would like to ask the authorities of both Koreas to respect the existing agreements and to practice cooperation in order to overcome the division and the aftermath of the Cold War. At the same time, I would like to ask them to seek and practice together ways to arms reduction and a peace settlement, not through force and weapons, but through sincere dialogue. When these authorities can actively work together to make the Korean Peninsula, which is considered as a sign of conflict in Far East Asia, the center of peace, we will walk together towards peace on the Korean Peninsula as well as national reconciliation and unity, overcoming the tensions and conflicts resulting from our national division.
I would like to sincerely ask the support of authorities in North and South Korea. Reconciliation, peaceful coexistence, mutual exchange and cooperation provide us with a shortcut to our reunification in the future, which must be actively practiced not only at government level but also at civil level. Especially, humanitarian cooperation must take precedence over any political ideology or interest. I also would like to ask the government to carry out continuous support for the promotion of mutual exchange and cooperation through religious or civil organizations and movements, so that they can pave the way to true peace. In addition, I would like to ask the authorities of both Koreas to respect the existing agreements and to practice cooperation in order to overcome the division and the aftermath of the Cold War. At the same time, I would like to ask them to seek and practice together ways to arms reduction and a peace settlement, not through force and weapons, but through sincere dialogue. When these authorities can actively work together to make the Korean Peninsula, which is considered as a sign of conflict in Far East Asia, the center of peace, we will walk together towards peace on the Korean Peninsula as well as national reconciliation and unity, overcoming the tensions and conflicts resulting from our national division.
Dear brothers and sisters, witnesses of
Resurrection!
Let us remember that the glory of the
risen Lord, who overcame the darkness of death on the cross, comes from faith in
the merciful Father on the part of the Son who entrusted Himself completely to
God the Father. Let us implore God that the good news of reconciliation and
peace may be echoed on the Korean Peninsula, with our eyes fixed on the cross,
despite the darkness of our situation.
May our Lord bless all who are trying to
achieve peace in this land, so that they can be encouraged to live as the tools
for true peace.
“Blessed are the peacemakers, for they
will be called children of God” (Mt 5:9).
June 1,
2015
+ Hyginus Kim Hee-joong
Archbishop of Gwangju
President of the Catholic Bishops' Conference of Korea
+ Hyginus Kim Hee-joong
Archbishop of Gwangju
President of the Catholic Bishops' Conference of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