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기자회견문
- 작성일2015/06/30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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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더불어 사는 집을 돌보는 데에 관한 회칙
『찬미를 받으소서』(Laudato Si’) 반포에 대한 기자회견문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과 가뭄으로 온 국민이 불안과 근심에 잠겨 있습니다. 힘든 상황에서도 묵묵히 일선에서 수고하시는 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아울러 이런 때일수록 모든 국민이 합심하여 위기를 이겨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정부와 관계 기관들은 명확하고 효과적인 대책을 마련하여 불안을 해소해주기를 부탁드립니다. 메르스로 힘들어하는 환자와 가족, 의료인에게 치유의 은총이, 온 국민에게 건강과 평화의 은총이 깃들기를 빕니다.
2015년 6월 18일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회칙 『찬미를 받으소서』(Laudato Si')를 반포하셨습니다.‘회칙’(encyclical)은 교의, 윤리, 사회 문제들을 주로 다루는 문서로서, 전 세계 교회를 대상으로 교황이 반포하는 매우 중요한 공식 사목교서입니다. 특별히 이번 회칙은 가톨릭 역사상 최초로‘환경과 생태 문제’를 주된 내용으로 하였다는 점에서 커다란 의미가 있습니다.
‘더불어 사는 집을 돌보는 데에 관하여’라는 부제를 단 “찬미를 받으소서”는 “자라나는 어린이들과 미래 세대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주기를 바라는가?”라는 질문을 우리에게 하고 있습니다. 이 세상 안에서 우리 삶의 목적, 우리의 일과 노력의 목표, 또 우리 공동의 집이기도 한 지구를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진지한 질문은 우리가 사회생활 안에서 우리 자신의 존재 의미와 가치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교황께서는 우리가 이 주제를 고민하지 않는다면 환경에 관한 논의가 의미 있는 결실을 맺지 못할 것으로 보고 계십니다.
회칙의 제목은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의 ‘태양의 찬가’의 내용 중 일부인 “나의 주님, 찬미를 받으소서”에서 비롯한 것입니다. 태양의 찬가는 우리 공동의 집인 지구가 우리의 삶을 나누는 누이와도 같고, 또 우리를 안아주기 위해 팔을 벌리는 어머니와도 같다는 점을 상기시켜 줍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학대받고 남용되는 우리 지구는 슬퍼하고 탄식하고 있으며 버려진 피조물들과 함께 신음하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우리가 그 소리에 귀 기울이기를 요청하시며, 개인과 가족, 지역 공동체와 국가, 그리고 국제 공동체 모두가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 말씀하신 생태계에 대한 우리의 근본적 자세 변화, 곧 ‘생태적 회심’을 해야 한다고 촉구합니다. 더불어 사는 우리 공동의 집을 가꾸는 임무에 대한 책임감과 아름다움을 인식하는 가운데, 공동체의 발전과 개인의 삶에 있어서 그 방향을 전환하도록 초대받은 것입니다.
지구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에 대한 진실하며 고뇌에 찬 우려와 더불어 자연보호에 대한 인식과 환경에 대한 관심이 점점 증가하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회칙은 “인류가 우리 공동의 집을 건설하는 일에 참여할 능력을 아직 지니고 있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통해 우리에게 한 줄기 희망의 빛을 비춰줍니다. 교황님께서는“모든 것을 잃은 것이 아니다. 인간은 비록 사태를 악화시킬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의 우리 모습을 극복하고, 다시금 선을 선택하며 새로운 출발을 할 능력이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회칙은 가톨릭 신자들에게, 창조된 세상 안에서의 책임과 하느님과 자연을 향한 의무를 깨닫는 것이 신앙의 핵심이라고 강조합니다. 또한 가톨릭 신자들이 우리 공동의 집인 지구에 대해 모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것을 제안하십니다. 이를 위해 회칙은 정교회와 개신교, 이슬람교 등 다른 종교인들의 말씀을 인용하고 있으며, 과학자, 철학자 그리고 시민단체들의 말에도 귀 기울일 것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회칙은 여섯 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다음과 같은 소주제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1) 과학적 연구 결과를 토대로 바라본 오늘날의 현실
(2) 성경과 유대-그리스도교 전통의 관점
(3) 기술주의와 과도한 인간 중심주의의 문제점들
(4) 환경 문제와 연결되면서도 인간적, 사회적 차원들을 존중하는 온전한 생태학
(5) 투명한 결정 과정을 위한 사회, 경제, 정치적 삶의 각 영역을 망라한 솔직한 대화의 제안
(6) 책임감 있는 양심 형성을 위한 교육적, 영적, 교회적, 정치적, 신학적인 도움 등입니다.
교황께서는 회칙에서 ‘온전한 생태학’에 대한 인식과 변화를 강조하십니다. 온전한 생태학이란 “우리가 이 세상에서 인간으로서 차지하는 특별한 위치와 우리 주변과 맺고 있는 관계를 존중하는 생태학”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인간으로서 차지하는 특별한 위치’는 오랜 시간 자연의 주인 혹은 개발자로 군림했던 권력자로서의 인간이 아니라, 주변과 맺고 있는 관계를 존중하고 훼손된 관계를 복구하고 화해하는 협력자, ‘보호자’로서의 인간을 가리킵니다. 이번 회칙은 ‘관계의 보호자’ 역할에 전 인류가 특히 교회가 적극적으로 동참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교황께서는 ‘관계’에 대한 성찰과 변화, 책임을 강조하십니다. 인간과 환경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불균형과 불평등이 환경과 결합되는 방식을 이해해야 합니다. 생태계의 파괴는 가난한 이들 특히 남반구에 거주하는 이들에게 더 큰 희생을 가져왔고, 기술의 발전은 지식과 자본을 가진 이들에게 편중되어 왔습니다. 피조물을 향한 무자비한 지배는 인간이 자연과 맺어온 방식에서 뿐 아니라 인간과 인간, 국가와 국가들 사이에서 자행되어 왔습니다. 이에 대한 ‘생태적 회심’이 ‘온전한 생태의 회복’을 위해 필요합니다. 이것이 이번 회칙이 우리에게 던지는 첫 번째 메시지입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는 이번 회칙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올바로 이해하고,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일에 동참하고자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회칙에서 제안하신, 하느님과 인간, 모든 피조물과 자연과의 관계에 기초한 양심 성찰을 실천하고, 쓰고 버리는 낭비의 문화에서 벗어나, 새로운 생활양식을 살아가는 데에 우리의 책임을 다하고자 합니다. 한국 천주교회는 온전한 생태계 회복을 위한 ‘공동선’의 가치를 독려하고 이를 위한 토론의 장에 동참할 것입니다. 또한 공동체적이고 생태적인 생활 방식의 정착과 구체적인 정책 변화를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4대강 사업’이 홍수 및 가뭄 피해 예방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과 더불어 “‘핵발전’이 지속가능한 에너지가 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을 품고 있습니다. 아직도 우리는 에너지 과소비와 일회용품 남용 등을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탄소 배출량 세계 7위,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12위인 국가이면서도, 국제 사회에 약속할 온실가스 감축 목표안마저 후퇴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계속되는 가뭄, 기후 온난화, 핵폐기물과 핵발전소의 위협은 이 땅에서 살아갈 미래 세대의 권리와 안전을 침해하고 있습니다.
‘생태적 회심’은 개인뿐 아니라 공동체와 국가적 차원에서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자발적으로 불편을 감수하며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자연을 지키고자 하는 실천이 중요합니다. 나아가 공동체와 한국 사회는 생태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경제적 차원을 넘어서 윤리적 가치로 ‘온전한 생태계’를 지켜나갈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해야 합니다. 한국 천주교회는 이 여정에 함께 할 것입니다. 신음하는 피조물의 절규에 귀 기울이며,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아름다운 보금자리에서 당신의 피조물들을 보살피고 존중하는 노력을 통하여 프란치스코 성인께서 부르셨던 ‘태양의 찬가’를 이어갈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모든 분들께 하느님의 축복이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
2015년 6월 19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유 흥 식 라자로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