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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회 성서 주간 담화
  • 작성일2015/11/04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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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회 성서 주간 (2015. 11. 22~28) 담화

“하느님께서 보시니 손수 만드신 모든 것이 참 좋았다.” (창세 1,31ㄱ)

 


 친애하는 교형 자매 여러분!

  2015년 한 해 동안 우리는 하느님 말씀 안에서 생활하며 사람과 자연을 돌보고 하느님 지으신 세상을 아름답게 가꾸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목마른 이에게 생명의 물을 주시고 어둠속에 있는 이를 비추어주신 하느님을 찬미하며, 말씀으로 한 해를 돌아보고 또 새로운 해를 시작합시다.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무분별한 개발과 과소비, 자원 남용으로 환경파괴와 급격한 기후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이에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환경회칙인 「찬미받으소서」(Laudato Si’)를 발표하셨습니다.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의 ‘태양의 찬가’ 후렴구에서 제목을 취한 이 회칙의 부제는 “더불어 사는 집(지구)을 돌보는 데에 관하여”입니다. 피조물인 우리가 같이 창조된 다른 피조물들과 조화를 이루며 연대해야 한다는 가르침은 오늘의 이 세상에 가장 절실한 가르침입니다.

  교황님은 회칙에서 창세기 1장을 언급하시며 “땅을 가득 채우고 지배하여라”는 말씀은 “우리가 세상이라는 정원을 ‘일구고 돌보아야’ ”(회칙 67항) 하는 것임을 강조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세상은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정원이며, 인류가 대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의 집입니다. 하느님은 당신 정원에서 모든 피조물이 더불어 사는 일을 돌보라고 인간에게 책임을 맡기신 것입니다. 자연을 원래대로 보전하고 또한 오염되고 파괴된 환경을 온전하게 되살릴 책임이 인간에게 있습니다.

  이를 위해 지금은 교황님께서 회칙에서 강조하신 생태학적 회심을 이루어야 할 때입니다. 이 세상은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가 드러난 거룩한 땅이며,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로 구원된 세상입니다. 예수께서 당신 자신을 비움으로 세상을 구원하셨듯이 인간은 자기중심적 욕망과 이기심에서 벗어나 하느님의 모습을 닮는 만큼 하느님의 정원을 공동의 집으로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와 그분 말씀은 생태학적 회심과 자연을 되살리는 길입니다.

  성경에서 주님의 음성을 듣고 공존의 지혜를 깨치며 나의 울타리를 벗어나 수많은 생명체가 살아가는 넓은 세상을 바라봅시다. 성경은 읽을수록 생명의 샘이 되어 내 마음에 하느님 사랑이 고이고 차오르며 세상을 향해 흐를 것입니다. 그렇게 우리가 이웃과 손을 잡고 자신을 내어주는 만큼 우주와 하나 되고 동료 피조물로 대자연의 향연에 참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태초에 말씀으로 창조된 세상은 말씀으로 회복될 수 있습니다. 말씀에 힘입어 너와 나의 관계를 회복하고, 마구 상처 낸 자연과의 복음적인 화해와 친교를 이루어갑시다. 성경 말씀이 가르쳐주는 공존의 지혜를 사는 것만이 우리 모두가 살길이며 여기에 하느님께서 축복해주신 강복의 미래가 있습니다. 

  성서사도직과 성경공부가 단순히 지식 추구에 머물지 않고 진정한 복음 선포가 되기 위해 ‘온전한 생태계’를 지켜가도록 힘을 모읍시다. ‘하느님께서 보시니 참 좋다’하신 세상에 인간과 자연과 모든 생명체들이 원래의 모습을 되찾고 공존하는 낙원이 되도록 노력합시다. 그리하여 하느님께서 지으신 공동의 집을 건강하게 지키고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의 주님, 찬미받으소서” (태양의찬가 후렴구).
  교형 자매 여러분 가정에 주님의 축복을 빕니다.

2015년 11월 22일
그리스도 왕 대축일에
주교회의 성서위원회
위원장 손 삼 석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