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교구장 성탄메시지
- 작성일2015/12/21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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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자들은 마리아와 요셉과 아기를 찾아냈다. ”(루카 2, 16)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성탄의 기쁨과 은총이 여러분의 가정에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계십니다. 이 신비로운 강생의 신비를 우리 모두 경축하는 것은 인간이 되어 세상에 오신 하느님과 온 세상의 만남을 기뻐하는 축제이기 때문이며, 하느님의 특별한 사랑의 방식으로 전 세계가 생명과 기쁨의 공동체로 나아감의 축제이기 때문입니다.
올 한해 우리는 적지 않은 아픔과 고통에 직면하였습니다. 많은 나라에서 강자들을 위한 정책을 내어 놓고 있으며, 사람 뿐 아니라 주님의 창조물인 자연과 환경을 훼손시키며 모든 생태계가 연속된 고통을 느끼게 하는 비극들이 우리 주변에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더욱이 최근 극단주의자들에 의한 프랑스 파리의 테러는 돌 같이 굳은 마음으로 폭력과 증오 속에서 자신의 것만을 주장하는 극도의 이기주의로 많은 이들에게 공포를 가지게 하였습니다. 어떠한 두려움도 이기고 우리에게 참다운 사랑과 구원의 신비를 깨닫게 하시는 예수님의 성탄의 참된 의미는 나눔과 사랑의 삶만이 어떤 어려움도 이겨 낼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음을 말해 줍니다.
수 천 년 동안 인간의 구원을 기다려온 이스라엘 사람들은 구세주의 탄생을 알아채지 못했지만, 별을 보고 그 먼 길을 찾아와 경배한 동방 박사들을 통해 하느님의 기묘한 신비가 드러나고, 구세주를 만나는 그들의 경험은 은총으로 여겨집니다. 또한 들판에서 오로지 자신들의 가축만을 돌보며 하루하루를 어렵게 사는 목동들에게도 이 은총은 베풀어집니다. 그들은 베들레헴의 허름한 마굿간에서 구원의 시작을 목격하고 인류의 구세주를 경배합니다. 천사들의 이야기에 그들은 단 걸음에 달려가 “마리아와 요셉과 아기를 찾아냈습니다”(루카 2, 16). 인간의 폭력과 마주하면서 우리는 그 사람들이 행하는 증오와 공포로 세상을 구원 할 수 없으며, 아기 예수님의 순한 미소와 온전히 자신의 것을 내어 놓는 자기 증여의 삶만이 이 세상을 변화 시키고 평화와 사랑의 공동체로 이룰 수 있음을 배웁니다. 이런 세상에서 아기 예수님의 성탄은 올해 또 새롭게 우리에게 인식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온갖 종류의 비탄과 재난 속에서 오직 예수님만 바라보고 예수님만이 사람의 마음을 바꾸실 수 있다’(2015년 11월 15일 삼종기도 로마 성 베드로 광장)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의 초라한 현실 안에서 하느님의 약속으로 인도 하는 별은 우리에게 주님의 은총과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모든 이들에게 다가 갈 수 있도록 이끌어줍니다. 이 별을 통해 우리는 목동들처럼 현대의 베들레헴으로 떠나야 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우리는 목동들이 성가정을 찾아내었듯이 현대의 어려운 가정들과 함께 걸어가며, 자비로운 마음으로 그들에게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복음의 삶을 살아가도록 초대해야 합니다. 가장 작은 공동체인 가정은 주님의 사랑과 자비를 통해 더욱 풍요로운 성가정으로 되살아날 것입니다.
교구장으로서 본인은 금년 대림시기를 시작하며 2016년의 사목목표를 “하느님의 자비를 사는 가정 공동체”로 제시하였습니다. 지나친 개인주의나 극단적인 경쟁으로 인하여 가정 안에서 행복을 나누며 소통하는 것이 아니라, 가정 밖으로 사람들을 몰아내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 안에서, 우리와 함께 하시기 위해 인간의 몸을 취하신 예수님의 성탄을 경축하며, 아기 예수님의 사랑과 은총이 우리 가정 안에 함께 하기를 기도하여야 합니다. 저는 이번 성탄절에 모든 가정이 참된 사랑과 기쁨으로 복음적 생명력의 기초가 되는 가정 공동체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우리에게 오신 임마누엘의 하느님께서 우리 가정과 우리 교회에 함께 하시길 청하며 참된 기쁨의 성탄 축제가 되시길 기도합니다.
2015년 성탄절에
천주교 원주교구장 주교 김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