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회 해외 원조 주일 담화
- 작성일2016/01/07 11:18
- 조회 3,882
2016년 해외 원조 주일 담화 인류는 한 가족, 모든 피조물을 돌봅시다!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는 형제자매 여러분! 얼마 전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자비의 특별 희년(2015.12.8.-2016.11.20.)을 선포하시면서 특별 희년의 주제를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루카 6,36)로 정하였습니다. 그리고 칙서 「자비의 얼굴」을 통하여 “우리는 특별히 주님의 자비에 주의를 기울여 우리 자신이 자비를 베푸시는 아버지의 뚜렷한 표지가 되도록 부름 받을 때가 있음(3항)”과 “자비는 하느님과 사람을 이어 주는 길이 되어 우리가 죄인임에도 영원히 사랑받으리라는 희망을 품게 해 줌(2항)”을 알려 주십니다. 70억 명이 넘는 세계 인구 가운데에서 하루 1.25 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절대 빈곤층이 약 12억 명이며, 굶주림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은 약 8억 명입니다. 약 1억 명의 개발도상국 어린이들이 저체중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시리아를 비롯한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의 분쟁 때문에 난민의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으며, 자연재해와 전염병으로 어린이와 여성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주님의 자비는 우리가 세상에서 고통 받고 있는 많은 형제들에게 그리스도 사랑의 표지가 되기를 바라십니다. 주님의 자비는 우리에게 “누구든지 세상 재물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기 형제가 궁핍한 것을 보고 그에게 마음을 닫아 버리면, 하느님 사랑이 어떻게 그 사람 안에 머무를 수 있겠습니까? 자녀 여러분, 말과 혀로 사랑하지 말고 행동으로 진리 안에서 사랑합시다.”(1요한 3,17-18)라고 촉구하십니다. 국제 카리타스와 전 세계 200여개 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165개 카리타스 회원기구들은 2025년까지 지구촌에서 기아를 퇴치하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세우고, 이를 위하여 지난 2년 동안 ‘인류는 한 가족, 모든 이에게 양식을’이라는 캠페인을 펼쳐 왔습니다. 한국 카리타스도 많은 사람들이 굶주리고 있는 상황을 성찰하며, 음식물 낭비에 대한 인식과 삶의 태도 변화를 위한 캠페인을 펼쳤습니다. 한국 카리타스 캠페인에 많은 이들이 참여해 주셨으며, 이 캠페인은 세상에서 기아를 없애기 위한 가톨릭 교회의 노력으로 앞으로도 지속되어질 것입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기아 퇴치를 위한 우리의 노력은 더욱더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최근 들어 더욱 극심해지고 있는 기후 변화로 가장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이 더 큰 피해를 입고 있으며 앞으로 더 심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지구 온난화, 에너지와 식량의 위기, 가뭄과 물 부족, 자연재해와 질병의 증가 등과 같은 기후 변화의 다양한 양상들은 이제 환경적인 문젯거리를 넘어서 우리가 사는 세상의 정의와 평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기후 변화는 선진국이나 개발도상국이나 예외 없이 심각한 영향을 미치지만, 빈곤한 국가와 계층일수록 그것에 대처하기가 어렵습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기후 변화의 피해가 대부분 아프리카, 중앙아메리카, 남아시아의 빈곤 국가들에 집중되고 있는 상황을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기후 변화와 빈곤 문제는 점차 동전의 양면이 되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통해, 우리의 공동의 집을 보호하고 모든 인류 가족을 함께 모아 지속가능하고 온전한 발전을 추구하도록 해야 한다고(13항 참조) 강조하셨습니다. 그리고 전 지구적인 위기에 경종을 울리시며 이에 대처하기 위해 전 세계의 가톨릭 신자뿐만 아니라 모든 인류가 새로운 삶을 살아갈 것을 촉구하십니다. 하느님께서 창조하시고 선물로 주신 이 땅을 감사히 지키고 다음 세대를 위해 돌보아야 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며, 생명을 보호하고 빈곤을 없애는 우리의 노력과 활동은 세계적인 연대와 협력을 필요로 합니다. 이제 한국 카리타스는 ‘인류는 한 가족, 모든 피조물 보호’를 주제로 2단계 기아 퇴치 캠페인을 시작합니다. 자비의 희년을 사는 그리스도인은 위기에 처한 지구와 가난으로 내몰리는 이웃을 위해 덜 쓰고 더 나누는 일상적인 연대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해외 원조 주일을 맞이하여, 우리 시대의 가장 아픈 상처를 지닌, 사회의 가장 그늘진 곳에서 살고 있는 이들에게 특별히 주님께서 강복하여 주시기를 청하며, 우리가 모두 마음을 열 수 있도록 주님의 자비와 은총을 기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