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차 세계 병자의 날 교황 담화
- 작성일2016/01/14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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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제24차 세계 병자의 날 담화
(2016년 2월 11일)
자비로우신 예수님께 마리아처럼 의지하기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요한 2,5)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제24차 세계 병자의 날은 제가 사랑하는 병자 여러분과 여러분을 돌보는 이들에게 특별히 가까이 다가가는 기회가 됩니다.
올해 병자의 날은 성지에서 장엄하게 거행될 것이기에 저는 복음에 나오는 카나의 혼인 잔치에 관한 말씀을 묵상해 볼 것을 권유합니다(요한 2,1-11 참조). 여기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 어머니의 요청으로 첫 번째 기적을 일으키셨습니다. 자비로우신 예수님께 마리아처럼 의지하기.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요한 2,5)라는 올해의 주제는 자비의 특별 희년에 매우 잘 어울립니다. 병자의 날의 중요한 성찬례가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인 2016년 2월 11일에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신”(요한 1,14 참조) 나자렛에서 거행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사야 예언자가 전한 말씀이 당신을 가리키는 것으로 여기시며 나자렛에서 구원 사업을 시작하셨습니다. 루카 복음사가는 이를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습니다. “주님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어주시니 주님의 영이 내 위에 내리셨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며 눈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시켜 내보내며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루카 4,18-19).
질병, 특히 중병은 언제나 인간의 삶을 위기에 빠뜨리고, 심오한 질문들을 이끌어냅니다. 우리의 첫 반응은 때로 반발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왜 하필이면 나에게 이러한 일이 일어났는가?” 우리는 절망에 빠져, 모든 것을 잃었고 그 어느 것도 더 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편으로는 하느님에 대한 신앙이 시험에 들게 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신앙의 모든 긍정적 잠재력이 드러납니다. 신앙이 질병이나 고통, 또는 그에 따른 의문들을 없애주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체험하고 있는 것의 가장 깊은 의미를 발견할 수 있도록 해주는 열쇠를 전달해 주기 때문입니다. 이 열쇠는 어떻게 질병이, 십자가를 짊어지시고 우리 곁에서 함께 걸어가시는 예수님께 매우 가까이 다가가는 길이 될 수 있는지를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이 길을 잘 알고 계시는 우리의 어머니이신 마리아께서 이 열쇠를 우리에게 주셨습니다.
카나의 혼인 잔치에서 마리아께서는 방금 혼인한 부부에게 중요한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알아채시는 사려 깊은 여인이십니다. 잔치의 기쁨을 상징하는 포도주가 떨어졌습니다. 마리아께서는 이 문제를 확인하시고, 어느 모로 이를 당신의 문제로 삼으시어 신중하면서도 신속하게 행동하십니다. 마리아께서는 그저 바라만 보시거나 더욱이 잘못을 들추어내느라 머뭇거리지 않으시고, 예수님께 다가가 문제를 있는 그대로 설명하십니다. “포도주가 없구나”(요한 2,3). 그리고 예수님께서 당신을 드러내실 때가 아직 오지 않았음을 지적하시자(요한 2,4 참조), 마리아께서는 일꾼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요한 2,5).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많은 물을 포도주로 바꾸는 기적을 베푸십니다. 더구나 이 포도주는 곧바로 그 혼인 잔치에서 가장 좋은 것으로 드러나게 됩니다. 우리는 이러한 카나의 혼인 잔치의 신비에서 세계 병자의 날을 위하여 어떠한 가르침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카나의 혼인 잔치는 교회의 한 모습입니다. 그 중심에는 표징을 행하시는 자비로우신 예수님께서 계십니다. 예수님 주변에는 새로운 공동체의 첫 결실인 제자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과 제자들 곁에는 신중하시고 기도하시는 어머니이신 마리아께서 계십니다. 마리아께서는 평범한 사람들의 기쁨에 함께 하시며 그 기쁨이 커지도록 도와주십니다. 마리아께서는 방금 혼인한 부부와 잔치에 초대 받은 모든 손님을 위하여 당신의 아드님께 전구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 어머니의 요청을 거절하지 않으십니다. 이 일이 우리 모두에게 얼마나 큰 희망을 주는지 모릅니다! 우리에게는 당신 아드님처럼 우리를 지켜보시는 좋은 어머니가 계십니다. 어머니께서는 당신 아드님처럼 자애와 자비가 가득한 마음을 지니고 계십니다. 굶주린 이들에게 빵을 쪼개어 나누어 주시고 아픈 이들을 어루만져 주시어 그들을 치유해 주시는 예수님의 손길과도 같은 도움의 손길을 어머니께서 지니고 계십니다. 이리하여 우리는 확신에 넘쳐 그리스도의 은총과 자비에 우리의 마음을 열게 됩니다. 우리는 마리아의 전구를 통하여 하느님의 위로를 체험하게 됩니다. 바오로 사도는 그러한 위로를 주시는 하느님을 찬미합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 하느님께서 찬미받으시기를 빕니다. 그분은 인자하신 아버지시며 모든 위로의 하느님이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환난을 겪을 때마다 위로해 주시어, 우리도 그분에게서 받은 위로로, 온갖 환난을 겪는 사람들을 위로할 수 있게 하십니다. 그리하여 그리스도의 고난이 우리에게 넘치듯이, 그리스도를 통하여 내리는 위로도 우리에게 넘칩니다”(2코린 1,3-5). 마리아께서는 위로받으신 어머니로 당신 자녀들을 위로해 주십니다.
카나에서 예수님과 당신 사명의 특징이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예수님께서는 어려움과 곤경에 처한 이들을 돕고자 오신 분이십니다. 사실, 예수님께서는 구원 사업으로 질병과 병고와 악령에 시달리는 많은 이들을 고쳐주시고, 눈먼 이를 볼 수 있게 해 주시며, 다리저는 이들이 제대로 걸을 수 있게 해 주시고, 나병 환자들이 건강과 존엄을 되찾도록 해 주시며, 죽은 이들을 되살리시고,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선포하시게 됩니다(루카 7,21-22 참조). 성령께서 마리아의 어머니다운 마음에 불러일으키신 요청을 통하여 카나의 혼인 잔치에서는 예수님의 메시아적 권능뿐만 아니라 자비도 드러났습니다.
마리아의 배려에는 하느님의 온유가 반영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온유는 아픈 사람들을 돌보고 그들의 요구, 심지어 가장 눈치채기 힘든 요구까지도 알아보는 많은 이들의 삶으로 드러납니다. 이들은 아픈 사람들을 사랑이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아픈 자녀를 돌보는 어머니, 나이든 부모를 돌보는 자녀, 조부모를 돌보는 손자들이 얼마나 자주 자신들의 기도를 성모님께 맡기고 있습니까!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이 병으로 고통 받고 있다면 우리는 제일 먼저 그들의 건강을 간청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분명히 치유를 통하여 하느님 나라의 현존을 몸소 보여주셨습니다. “요한에게 가서 너희가 보고 듣는 것을 전하여라. 눈먼 이들이 보고 다리저는 이들이 제대로 걸으며, 나병 환자들이 깨끗해지고 귀먹은 이들이 들으며, 죽은 이들이 되살아나고 가난한 이들이 복음을 듣는다”(마태 11,4-5). 그런데 신앙에서 힘을 얻은 사랑으로 우리는 그들이 육체적 건강 이상의 것을 얻게 되기를 간청합니다. 우리는 평화, 곧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하느님의 선물인 평안한 삶을 간청하는 것입니다. 이는 성령의 열매로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당신께 진심으로 간청하는 이들에게 결코 거절하신 적이 없습니다.
카나의 장면에서 예수님과 당신 어머니 곁에는 마리아께서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요한 2,5)라고 말씀하신 일꾼들이 있습니다. 당연히 기적은 그리스도의 활동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럼에도 예수님께서는 그 기적을 행하실 때 인간의 도움을 활용하고자 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직접 물독 안에서 포도주가 만들어지도록 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인간의 협력을 받고자 하시는 것입니다. 그래서 일꾼들에게 물독에 물을 채우라고 부탁하십니다. 다른 이의 종이 되는 것이 하느님 보시기에 얼마나 아름답고 기쁜 일이지요! 그 무엇보다도 이는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마르 10,45) 오신 예수님을 우리가 닮도록 해줍니다. 복음서에 나오는 이러한 이름 모를 사람들이 우리에게 큰 가르침을 줍니다. 그들은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따르는 것이 아니라 기꺼이 순명합니다. 그들은 물독에 물을 가득 붓습니다(요한 2,7 참조). 그들은 성모님을 신뢰하여 불평하거나 망설이지 않고 부탁 받은 것을 곧바로 훌륭하게 실행합니다.
이 세계 병자의 날에, 우리 모두가 곤경에 처한 이들, 구체적으로 우리의 병약한 형제자매를 위하여 봉사할 준비가 되도록 예수님과 우리의 어머니이신 마리아의 전구를 통하여 자비로우신 예수님께 간청합시다. 때로 이러한 봉사가 힘들고 부담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주님께서 우리의 인간적 노력을 어떤 거룩한 것으로 바꾸어 놓으시리라고 확신합니다. 우리는 또한 하느님께서 흔히 숨겨진 기적을 행하시는 데에 도움을 드리는 손과 팔과 마음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 또한 건강하든 병들었든, 카나의 혼인 잔치에서 물독에 채워져 좋은 포도주로 변한 물과 같이 힘들고 어려운 일을 감당할 수 있습니다. 병에 걸렸을 때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고통당하는 이들을 신중하게 도와주면서도 우리 일상의 십자가를 짊어지고 주님을 따릅니다(루카 9,23 참조). 비록 고통의 경험이 늘 신비로 남아 있는 것이어도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그 의미를 밝히도록 도와주실 것입니다.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요한 2,5)라고 하신 마리아의 말씀을 따르는 법을 배울 수 있다면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삶이라는 물을 언제나 좋은 포도주로 바꾸어주실 것입니다. 그러므로 성지에서 장엄하게 거행하는 이 세계 병자의 날은 제가 자비의 특별 희년 선포 칙서에서 표명한 희망을 실현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저는 이 자비의 희년에 이 종교들[유다교와 이슬람교]과 또한 다른 고귀한 종교 전통과의 만남이 촉진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 희년에 우리가 더 활발한 대화를 나누어 서로를 더욱 잘 알고 이해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이 희년에 모두 닫힌 마음과 서로 무시하는 마음을 없애고 모든 폭력과 차별을 몰아내기를 바랍니다”(칙서 「자비의 얼굴」, 23항). 모든 병원과 요양원은 만남과 평화의 문화를 촉진하는 가시적 표징과 자리가 될 수 있습니다. 그곳에서 병과 고통을 겪는 것은 전문적이고 형제애적인 도움과 더불어 모든 배척과 분열을 극복하는 데에 도움이 됩니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5월에 시성된 두 수녀들은 우리에게 모범이 됩니다. 바로 성지의 딸들인 마리-알포시네 다닐 가타스 수녀와 십자가의 예수의 미르얌 바와르디 수녀입니다. 가타스 성녀는 상호 책임을 지며 서로에게 봉사하는 삶의 중요성을 분명하게 증언하여 온유함과 일치의 증인이 되었습니다. 글을 모르는 겸손한 바와르디 성녀는 성령께 순종하며 무슬림 세계와의 만남의 도구가 되었습니다.
저는 병들고 고통 받는 사람들을 돕는 모든 이가 자비의 어머니이신 마리아의 정신에서 힘을 얻게 되기를 바랍니다. “어머니께서 다정한 모습으로 이 성년에 우리와 함께하시어 우리가 모두 하느님의 온유함이 주는 기쁨을 다시 찾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자비의 얼굴」, 24항). 그리고 그 기쁨이 우리의 마음 안에 머물고 우리의 행동으로 나타나기를 바랍니다! 우리의 기쁨과 위로와 함께 고난과 시련을 동정 마리아의 전구에 맡겨드립시다. 동정 마리아께서 우리를 특히 고통의 때에 자비롭게 바라보시며 당신 아드님이신 예수님의 자비로운 얼굴을 이제와 영원히 바라볼 만한 이들로 만들어 주시기를 간청합시다.
여러분 모두를 위하여 기도하며 저의 교황 강복을 보내드립니다.
바티칸에서
2015년 9월 15일
고통의 성모 마리아 기념일
프란치스코
<원문: Message of His Holiness Pope Francis for the 24th World Day of the Sick 2016, Entrusting Oneself to the Merciful Jesus like Mary: “Do whatever he tells you”(Jn 2,5), 2015.9.15., 독일어와 이탈리아어 판도 참조>
영어:
http://w2.vatican.va/content/francesco/en/messages/sick/documents/papa-francesco_20150915_giornata-malato.html
독일어:
http://w2.vatican.va/content/francesco/de/messages/sick/documents/papa-francesco_20150915_giornata-malato.html
이탈리아어:
http://w2.vatican.va/content/francesco/it/messages/sick/documents/papa-francesco_20150915_giornata-malato.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