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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 즈음한 담화 발표
  • 작성일2016/03/30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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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 즈음한 담화 발표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유흥식 주교)는 3월 27일 부활절을 맞아 4월 13일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 즈음한 담화를 발표하였다. 
유흥식 주교는 담화에서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상을 건설하고자 노력하는 정치인들을 투표를 통해 선출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의무”라고 밝히면서, 사사로운 지연, 학연, 혈연에 얽매이기보다 후보의 공약이 복음정신에, 공동의 선에 얼마나 부합하는지를 잘 식별하여 투표에 참여해달라고 말하였다.


<담화 전문> 

 

“행복하여라, 자비로운 사람들! 그들은 자비를 입을 것이다”(마태 5,7)
-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 즈음한 담화문 -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예수님께서 부활하셨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축하와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또한 올해는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선포하신 ‘자비의 특별 희년’입니다. 자비의 희년과 더불어 맞는 부활시기에 하느님 아버지께서 베푸시는 은총과 평화가 모든 분들과 함께하시기를 빕니다.
 
1. 투표는 국민의 권리이며 그리스도인의 의무입니다.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 드려라”(루카 20,25). 이 말씀은 정치와 종교가 별개라는 뜻이 아니라 신앙인은 국가에 대한 기본적인 의무를 해야 하지만, 궁극적으로 모든 것은 하느님의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곧, 그리스도교는 내세의 구원만을 지향하는 종교가 아니라 이 세상에서부터 하느님 나라의 실현을 추구하는 종교입니다. 따라서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상을 건설하고자 노력하는 정치인들을 투표를 통해 선출하는 것은 국민의 권리임과 동시에 그리스도인의 의무이며(「간추린 사회교리」, 413항), 하느님의 자비를 실천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이 시대에 만연한 ‘무관심의 세계화’를 극복하기 위하여 우리가 처한 현실에 깊은 관심을 갖고, 고통 받는 이들의 부르짖음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교황 프란치스코, 「제49차 세계 평화의 날」 담화, 3항).

2. 공동선과 평화와 정의에 기여하는 후보를 식별합시다.
4월 13일 ‘제20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습니다. 모든 신앙인은 공동선에 대한 공동 책임(「가톨릭교회 교리서」, 2240항)이 있습니다. 한국 천주교회는 보편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생명 존중과 사형제 폐지, 하느님의 창조 질서 보존과 생태적 생활양식으로의 전환, 남북한 대화와 교류를 통한 화해와 평화 정착, 점차 심화되는 경제 불평등 해소, 노동자들과 농민,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의 권익 보호와 배려 등이 우리 시대의 주요 과제임을 천명해 왔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과제 해결을 위해 무엇보다 ‘소통’이 절실히 필요함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지역의 일꾼이지만 국가의 당면한 과제들에 대해서도 원활한 소통을 이끌어 공동선과 평화를 위해 기여할 수 있는 각 정당과 후보를 잘 식별합시다. 사사로운 지연, 학연, 혈연에 얽매이기보다 각 후보의 공약이 복음정신에, 공동의 선에 얼마나 부합하는지를 잘 식별해서 기도하는 마음으로 투표에 참여합시다.
 
3. 깨끗하고 겸손하게 일할 일꾼을 찾아냅시다.
자비는 타인의 죄와 허물을 용서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사회의 부정부패에 대해서는 용감하게 맞서는 것이기도 합니다. 교황님께서도 “사회의 이러한 곪은 상처는 개인 생활과 사회생활의 근간을 위협하기에 하늘에까지 이르는 중대한 죄입니다. 이 부패를 척결하려면 현명함, 경계심, 정직성과 투명성 그리고 어떠한 부정행위라도 고발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합니다.”(「자비의 얼굴」, 19항)라고 말씀하십니다. 공직사회와 정치권 등 공공부문의 부패 정도를 조사하는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의 2015년 발표에서 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 하위권에 속해 있습니다. 깊이 자성해야 할 일입니다. 청렴은 공직자의 기본 임무요, 모든 선의 원천이며, 모든 덕의 기본입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된 구조적이며 고질적 부정부패를 척결할 수 있는 깨끗한 일꾼들이 봉사자로서 겸손하고 소신 있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나라가 삽니다. 그리고 언론도 ‘민주적 참여를 위한 주요한 도구’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여 주시길 요청합니다. 

정직하고, 국가와 국민을 사랑하는 이들이 국민들의 대표자로 선출될 수 있도록, 철저한 검증과 냉철한 판단을 내려주시기를 간곡히 바랍니다. 자비의 희년에 시행되는 이번 선거를 통해 우리나라가 하느님의 자비로 충만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합시다.

2016년 3월 27일. 예수 부활 대축일에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유흥식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