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추모 2주기 원주정평위 성명서
- 작성일2016/04/1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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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2주기에 즈음한 우리의 주장
“주님은 가난한 이들의 울부짖음을 들으신다.”(욥 34,28)
우리 가톨릭 신자들은, 하느님이 ‘인간을 하느님의 모습으로 창조하셨음’(창세1,27)을 믿습니다. 또한 인류를 사랑하신 하느님은 성자를 사람이 되게 하셨고, 성자 예수님은 참 생명과 행복의 길을 가르치시고, 인류구원을 위해 당신 목숨을 바치시며 ‘하느님이 사람을 사랑하신다’는 것을 드러내셨음을 믿습니다. 십자가에 돌아가신 예수님은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시어 우리 생명의 주님이 되셨습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성자의 부활을 통하여 죄의 종살이에 억눌려 고생하고 죽음의 두려움에 신음하는 인간을 그 근본에서 해방시켜 주신 이 부활 사건을 하느님 자비의 절정으로 찬미하며 선포합니다.
주님의 부활을 경축하는 이때, 우리는 2년 전 4월 16일 세월호 참사를 기억합니다. 인간이 최우선이 아니라 돈을 우선시하는 물신주의와 권력욕, 생명존중과 사랑으로 함께 살기보다는 자신과 소속 집단의 탐욕과 즐거움만을 위하는 이기주의가 세월호 참사를 낳았음을 깨닫습니다. 모든 인간을 창조하고 사랑하시는 주님을 배척한 것입니다. “참사 당시 팽목항에는 국민을 보호하는 국가는 없었다.”고 외칩니다. 국가공권력은 국민의 생명과 국토를 지키는 것이 최우선의 임무입니다. 국민의 생명구조 임무를 수행하지 않은 데에 정부의 무책임과 무능을 봅니다. 당시 대통령과 정부는 “희생자들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겠다.”,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하여 다시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게 하겠다.”며 굳은 약속을 하였습니다. 정부가 진상규명과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것은 꼭 해야 합니다. 하지만 참사가 일어난 지 2년이 되도록 진상 규명의 일차적인 책임이 있는 정부와 관계자들이 보이는 태도를 보면 참다운 반성과 진실 규명에 대한 진정성을 찾아 볼 수 없습니다. 유가족들은 외칩니다. “진상규명 특별법이 제정돼 진실을 규명하고 책임자도 처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었지만, 그것은 꿈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강제 조기 중단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죄를 극복하는 진실규명과 회개, 생명존중과 안전한 세상을 만들려 하기 보다는 적당히 덮어버리려는 어둠의 세력이 힘을 쓰고 있습니다. 이는 무책임을 넘어 비도덕적이고 반생명적이라 할 것입니다. 죄를 깨달아 뉘우치고 회개하여 쇄신하는 곳에 용서와 새 희망이 있습니다. 유가족들의 눈물과 울부짖음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가난한 이들의 울부짖음을 들으십니다”(욥34,28). ‘하느님이 생명의 주님이시고 모든 사람을 사랑하신다’고 믿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그들의 울부짖음에 무관심하거나 외면할 수 없습니다. 생명의 안전문제에 침묵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하느님의 뜻을 외면하는 비신앙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우리 모든 국민의 안전을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세월호의 진실이 규명될 때 죽음을 넘어 생명존중과 부활의 세상이 열린다고 믿습니다.
이에 천주교 원주교구 사제단은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과 연대하며, 피해자들의 눈물과 울부짖음이 그치는 날이 빨리 오기를, 국민의 안전이 최우선이 되는 나라가 되기를 염원하며 우리의 주장을 천명합니다.
첫째, 정부 여당은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하여 더 이상 이와 같은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고 생명이 우선되고 존중되는 나라 건설에 나서라! 둘째, 정치권은 특별조사위원회가 철저한 진상 규명을 진행할 수 있는 권한과 기간을 보장하기 위하여 세월호 특별법을 개정하라! 셋째, 정부 여당은 미수습자 수습과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하여 선체 인양을 온전하게 추진하고 그 인양 과정을 숨김없이 밝혀라! 넷째, 정치권은 성역 없는 수사를 통한 진상규명을 위해 대통령과 국회가 약속한 특별검사제를 실시하라. 다섯째, 우리는 세월호 희생과 유가족들의 고통을 잊지 않을 것이며, 정의를 짓누르는 어둠의 세력과 맞서 진실을 찾아내고, 생명과 인권을 존중하는 나라 건설을 위해 끊임없이 기도하고 모든 노력을 계속할 것을 다짐한다!
2016년 4월 18일 천주교 원주교구 정의평화위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