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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화] 2016년 제49회 군인주일 담화
  • 작성일2016/09/22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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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화] 2016년 제49회 군인주일 담화

 

“사랑하는 여러분, 서로 사랑합시다.”(1요한 4,7)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제49회 군인 주일을 맞이하며 지금 이 순간에도 전·후방 각지에서 조국의 평화와 안전을 위해 불철주야 애쓰는 국군 장병들과 군종사제들, 군종교구민들과 이들의 사목을 위해 기도와 후원을 아끼지 않으시는 여러분께 감사와 사랑의 인사를 드립니다.

북한은 미사일 시험발사와 핵실험 등을 통해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국제사회의 불안감을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북한의 이러한 위협과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과 러시아의 견제, 일본의 군비 증강 등 내외적으로 복잡한 외교 문제가 공존하는 가운데 오늘날에도 묵묵히 맡은바 위치에서 국방의 의무에 충실한 국군장병들과 이들을 돌보는 군종사제들이 있습니다. 군종교구는 군선교 65주년을 맞이하여 “축복의 형제애”라는 사목 목표 아래, 이웃사랑과 형제애의 실천을 위해 일치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하느님 당신께서 외아드님을 우리 죄를 위한 속죄의 제물로서 이 세상에 보내 주신 데서 드러나고 하느님께서 우리를 이렇게 사랑하셨기에 우리도 서로 사랑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사랑은 참고 기다립니다. 사랑은 친절합니다. 사랑은 시기하지 않고 뽐내지 않으며 교만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무례하지 않고 자기 이익을 추구하지 않으며 성을 내지 않고 앙심을 품지 않습니다. 사랑은 불의에 기뻐하지 않고 진실을 두고 함께 기뻐합니다. 사랑은 모든 것을 덮어 주고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고 모든 것을 견디어 냅니다.”(1코린 13,4-7)
바오로 사도는 믿음, 희망, 사랑 세 가지 중심이 되는 덕을 말하여 그 중의 으뜸은 사랑이라고 설명합니다. 형제애야말로 모든 덕의 으뜸으로 두고 있음을 봅니다.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지난 7월 25일 프랑스 루앙 인근 생테티엔 뒤 루브레 성당에서 자카 아멜 신부가 미사 중 살해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테러 발생 다음날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추모 미사를 봉헌하고 나온 파리 시민들은 성 프란치스코의 '평화의 기도' 중 한 구절인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이라는 구절을 담은 현수막을 들고 사랑과 평화를 염원하였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서방세계가 IS에 대한 분노를 이슬람 전체로 돌리려는 여론을 우려하며 “소수의 극단주의자는 가톨릭을 포함해 모든 종교에 다 있다. 이슬람을 폭력적인 종교라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라고 발언하였습니다. 교황의 이 발언은 극단주의자들의 증오 범죄를 똑같은 증오와 복수로 대응하는 건 그들이 파놓은 함정에 빠지는 것과 같음을 의미하고 강경 대응은 오히려 그들이 원하는 것이기에 평화적이고 복음적인 해결을 원하셨습니다. 아울러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톨릭 교회가 테러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분명하게 밝혔습니다. “우리는 지금 그 누구에 대항해 고함치거나 싸우고 파괴하려고 하지 않는다. 미움을 통해 미움을, 폭력을 통해 폭력을, 테러를 통해 테러를 극복하려고 하지 않는다. 전쟁 중인 세상에 대한 우리의 답은 한 가지다. 형제애, 형제적 사랑 그것뿐이다.”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3,34)

군에 입대하는 장병들은 불안함과 두려움을 가지고 군에 들어오게 됩니다. 계급구조 속에서의 임무 부여와 지시, 개인적인 고충과 선임과 후임들의 관계 안에서 적응하며 국방의 의무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삭막하게 느낄 수 있는 군대 안에서 이들에게 힘을 주고 희망의 역할을 하는 곳이 하느님을 만나는 자리입니다. 미사에 참례하며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하고 주일을 지키지 못하는 곳에는 군종사제가 방문하여 형제애를 실천합니다. 또한, 군가족들은 성당에 오는 병사들을 위해 시간과 희생과 노력을 아끼지 않으며 예수님 사랑의 계명을 몸소 보여줍니다. 병사들이 입대하며 어렵고 길게 느껴지는 군생활의 새로운 활력과 윤활유의 역할을 군복음화에 투신하는 군종사제들과 군종교구민들이 앞장서며 형제애를 체험하게 합니다.
형제애는 인간 완성의 길이자 개인, 사회, 국가 세계 평화의 길이요 복음전파의 지극히 효과적인 길이며 축복을 가져다줍니다. 예수님께서는 최후의 만찬 때 제자들의 발을 씻기는 섬김의 형제애를 보이시면서 축복애로 초대하십니다. 우리 군종교구는 형제애를 바탕으로 한 선교와 복음전파에 충실하며 65주년을 넘어 새로운 군선교의 장(場)을 열어 갈 것입니다. 사랑의 실천이 행복이라는 열매를 맺고 내일의 창조적인 꿈과 희망을 심어 줄 것입니다.

그러므로 분단의 상황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아파하면서도 군종교구는 2016년을 “축복의 형제애”로 정하여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며 “내가 너희에게 새 계명을 준다.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3,34)는 사랑의 삶을 살고자 합니다. 이 사랑의 마음이 군종교구를 내적으로 변화시켜 복음적인 삶을 살게 하며, 세상의 복음화를 위해 투신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군선교 65주년과 제49회 군인 주일을 맞아 이 시간에도 묵묵히 주어진 소명에 최선을 다하는 전·후방 각지의 국군 장병들, 그리고 군종사제와 수도자들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과 관심을 가져주시기를 형제·자매 여러분께 겸손히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이 보여주신 그동안의 기도와 격려에 감사드리며 여러분과 여러분 가정에 하느님의 축복이 가득 넘치기를 기도드립니다.

2016년 10월 2일
천주교 군종교구장 유수일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