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제35회 인권 주일, 제6회 사회교리 주간 담화문
- 작성일2016/11/30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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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
(마태 25,40)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주님 강생의 신비를 묵상하며 오시는 주님을 깨어 기다리는 대림시기에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가 모든 분에게 함께 하기를 빕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대림 제2주일’을 ‘인권 주일’로 정하고, 예수님께서 사람이 되신 신비로 더욱 분명해진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의 소중함에 대해 성찰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지난 한 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인권 침해의 실태를 되돌아보면 깊은 탄식과 반성을 금할 길 없습니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고조, 테러방지법 통과, 백남기 임마누엘 형제의 선종, 소외된 노동자와 실업자의 삶, 작년 말 졸속 타결된 한일 위안부 협상, 그리고 진상 규명을 염원하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미수습자 가족들의 외침이 외면되어 왔던 현실은 우리 사회의 인간 존엄성과 인권에 대한 이해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이 모든 일의 원인이 돈과 권력을 인간보다 우위에 놓는 우상숭배와 ‘나의 일이 아니라’며 외면하는 극심한 개인주의(「복음의 기쁨」, 2항)가 자리하고 있음을 깨닫고, 우리 모두의 회개를 간곡히 호소합니다. 하느님과 이웃, 피조물에 대한 무관심을 극복하고 연대의 정신으로 우리의 의식을 열어젖혀야 합니다(교황 프란치스코, 「제49차 세계 평화의 날 담화」, 3).
또한 ‘대림 제2주간’은 ‘사회교리주간’입니다. 사회교리는 복음화 직무의 필수적인 한 부분(「간추린 사회교리」, 66항)으로서 이를 가르치고 보급하는 것은 교회의 봉사 직무의 핵심(「간추린 사회교리」, 67항)입니다. 사회교리는 참된 교도권으로, 신자들은 이를 지킬 의무가 있습니다(「간추린 사회교리」, 80항). 그러나 사회 교리에 대한 잘못된 이해가 사회교리를 바탕으로 하는 교회의 예언자직 수행을 방해하고 이를 정치적 발언으로 왜곡하여 반대하는 경향마저 보이고 있습니다. 사회교리 문헌들이 교회 전역에서 읽히고 토론되며 실천되기를 바랍니다.
오늘날 국내외 상황이 어두워 보입니다만, 하느님께서 역사의 진정한 주인이시며 결국 놀라운 섭리로 세상을 구원으로 이끌어 가신다는 믿음을 잃지 맙시다. 주님께서는 단지 우리 마음속에만 오시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인류 역사의 한가운데에 오십니다. 구원은 개인적 사회적, 정신적 육체적, 역사적 초월적인 인간의 모든 차원을 포함(「간추린 사회교리」, 38항)하기 때문입니다. 구원의 봉사자인 교회는 추상적 차원이나 단지 영적 차원으로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살아가는 세상과 역사의 구체적인 상황 안에 있으며 그 안에서 인간은 하느님의 사랑을 만나고 하느님의 계획에 협력하도록 부름 받고 있습니다(「간추린 사회교리」, 60항).
하느님께서 우리 눈을 열어 주시어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들이 바로 당신이라고 말씀(마태 25,31-46)하신 예수님을 알아보고 섬기도록 이끌어 주시기를 청하며 한반도와 온 세상에 주님의 정의와 평화의 은총이 내리시기를 기도합시다.
2016년 12월 4일 인권주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유 흥 식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