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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화] 2017년 축성(봉헌)생활의 날 담화문
  • 작성일2017/01/31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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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축성(봉헌)생활의 날 담화문

한국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회장 호명환 가롤로 신부

“처음부터 있어 온 것 우리가 들은 것 우리 눈으로 본 것 우리가 살펴보고 우리 손으로 만져 본 것, 이 생명의 말씀에 관하여 말하고자 합니다.”(1요한 1,1).

형제자매 여러분,  
사람이 되신 말씀께서 진실하고 충실하게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발자취를 따르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필요한 은총과 지혜, 그리고 인내심의 덕을 주시기를 빕니다!

우리가 ‘주님’이라고 부르며 따르고 있는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매 순간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두려워하지 말고’ 당신과 함께 길을 나서자고 초대하시면서 힘과 용기를 불어넣어 주시는 분이십니다. 그래서 우리는 ‘불확실성’과 ‘불안’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으면서도 마음을 일깨워 우리 주님의 이 초대의 목소리와 그분 사랑의 힘에 민감해져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이 세상에 우리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무엇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를 우리의 삶으로 보여주고 말해 주어야 합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 ‘수도생활의 쇄신·적응에 관한 교령’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옵니다.
 
각 단체는 그 회원들이 인간 조건과 시대 상황 그리고 교회의 필요를 적절히 인식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이렇게 하여그 회원들은 현대 세계의 상황을 신앙의 빛으로 지혜롭게 판단하고, 사도적 열정으로 불타올라 사람들을 더 효과적으로 도울 수 있게 된다.”(서론 2항).

오늘날의 세상은 더더욱 하느님을 볼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진실과 진리가 무언지, 그리고 참으로 올바른 것이 어떤 것인지, 우리 삶의 참된 가치가 무언지 등에 대해 전에 없이 더 분간할 수 없는 흐릿한 상황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 주변을 바라보게 되면 우리는 많은 사람들이 이런 ‘불확실성’과 ‘불안’의 상황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들을 만나게 됩니다. 

사람들이 함께 모이고 빛을 밝히며 희망을 나누고자 하는 것이 바로 그 대표적인 모습 아니겠습니까? 이런 모습은 우리 모두가 근본적으로 내면 깊숙한 우리의 존재성에서부터 진리와 참됨, 그리고 절대적인 그 무엇, 혹은 그 누군가를 추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 주는 현상이 아닐까 합니다. 사실 우리는 이런 대중적인 운동 안에서만이 아니라 우리가 만나는 개인들과 상황들, 그리고 모든 피조물들 속에서마저도 이런 희망을 볼 수 있는 이들이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달리 말하자면, 우리는 요한의 첫째 서간의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처음부터 계셨던’ ‘그분’, 우리가 보고 있고, 듣고 있으며, 접촉하고 있는 ‘그분’을 세상에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 시대에 더 결연한 마음으로 눈을 뜨고 귀를 열어 시대를 이끌어 가시는 그분을 보고 그분의 초대에 응해야 할 것입니다.

성경 전체를 통틀어 ‘두려워하지 마라’라는 말이 365번 나온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그분의 현존을 알아보지 못하거나 그분 말씀의 뜻을 알아듣지 못할 때 나오는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믿음의 반대말이 ‘불신’이나 ‘의심’이라기보다는 ‘두려움’이라고 말합니다. 물론 우리에게 두려움이 전혀 없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그 누구보다도 크신 분, ‘주 예수 그리스도’가 함께 해 주십니다. 그리고 그분은 이런 어둠과 폭풍의 상황 속에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두려워하지 마라’고 하시며 우리 발걸음에 힘을 넣어주십니다.

아마도 우리 주님께서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형제자매 수도자들에게 이 ‘깨어 일어남’의 행진대열에 앞장설 것을 촉구하고 계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세상이 잘 보지 못하는 ‘빛’이신 분을 우리는 지금 이 순간 더 크게 눈을 뜨고 보아야 하고, 세상이 듣지 못하는 ‘예수님의 희망의 목소리’에 온 정성으로 귀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이럴 때에 비로소 우리는 모든 피조물이 조화를 이루는 통합된 세상을 만들어가고자 하시는 창조주 하느님의 성실한 동업자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폭력과 거짓의 권력자 빌라도 앞에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는 진리를 증언하려고 태어났으며, 진리를 증언하려고 세상에 왔다. 진리에 속한 사람은 누구나 내 목소리를 듣는다.”(요한 18,37).
 
동료 수도자 형제자매 여러분과 교형자매 여러분,  
우리 모두 두려움을 떨쳐 버리고 기도 영으로 충만한 채 관상의 시각을 지니고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제자들의 행렬에 초대해주시는 그분을 따라나서도록 합시다! 한 해의 첫 자락에 우리 주님의 강복과 특별한 은총을 여러분과 우리 민족, 그리고 온 세상을 위해 청해봅니다!

“온전한 사랑이요 정의이신 주님, 저희 모두와 우리 민족, 그리고 이 세상에 강복해주시고 평화를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