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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주년 맞는 파티마 성모 발현, 세계 평화 메시지는 지금도 유효
  • 작성일2017/04/28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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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주년 맞는 파티마 성모 발현, 세계 평화 메시지는 지금도 유효


2017년 5월 13일, 가톨릭 교회는 파티마 성모 발현(發現) 100주년을 기념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5월 12-13일 포르투갈의 파티마를 사목 방문한다. <바티칸 라디오>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13일 오전 파티마 성모 성지에서 성모 발현을 목격한 세 목동 가운데 2명, 곧 프란치스코 마르투(1910-20), 히야친타 마르투(1908-19) 남매를 시성한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2000년 5월 13일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포르투갈 사목 방문 때 시복되었다.

▲왕관을 쓰고 묵주를 든 모습의 파티마 성모상. 평화 기원의 상징인 파티마 성모상은 평화, 통일 등을 지향하는 미사를 드릴 때 제단에 모신다. 사진은 2011년 6월 주교회의 주최 한반도 통일기원미사 때 행렬하여 제단에 모셔진 성모상. 


목동들의 환시 통해 희망과 위로 전해

가톨릭에서 '파티마의 성모'는 평화를 위한 기도의 상징으로 통한다. 그런 까닭에 교회는 평화를 기원하는 미사를 드릴 때 파티마 성모상을 신자들이 볼 수 있도록 제단에 모시곤 한다. 2014년 8월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18일 오전 서울 명동 주교좌성당에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주례하기 전에 파티마 성모상 앞에서 기도를 올렸다. ‘파티마 성모=평화 기원’의 의미는 ‘파티마의 비밀’이라 불리는 발현 메시지 내용에서 비롯되었다.

메시지 내용은 죄인들의 회개, 세계 평화를 위한 기도로 집약할 수 있다. 성모 발현이 있었던 1917년은 제1차 세계 대전 기간이었다. 발현은 5월 13일부터 10월 13일까지 여섯 차례 일어났다. 발현을 목격한 세 목동 가운데 프란치스코(당시 9세)와 히야친타(당시 7세)는 유럽 전역에 퍼진 인플루엔자의 여파로 어려서 세상을 떠났고, 그들의 사촌 누이인 루치아(당시 10세, 1907-2005)는 가르멜회 수녀가 된 뒤 파티마를 관할하는 레이리아 교구장 주교의 지시를 받아 파티마의 비밀을 기록으로 남겼다.

루치아 수녀가 회고록에 쓴 세 가지 비밀 중 첫째와 둘째 비밀(1941년 작성)은 지옥, 티 없이 깨끗하신 성모 성심, 제2차 세계 대전, 러시아의 공산화와 인류에게 입힐 피해를 언급한다. 과연 러시아는 1917년 공산주의 혁명과 내전을 거쳤고, 1922년 공산주의 국가인 소련(소비에트연방공화국)이 탄생하였다.

1944년 작성 후 봉인된 셋째 비밀은 1959년 성 요한 23세 교황에게 전달되었으나 공개되지 않다가,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결정으로 2000년 5월 13일 프란치스코와 히야친타의 시복식 때 공개되었다. 그 내용은 흰 옷을 입은 주교(=교황)가 가파른 산을 오르며 십자가를 향해 가던 중 군인들의 포화를 맞아 쓰러지는 모습의 환시였다.

요한 바오로 2세는 1981년 5월 13일 로마 성 베드로 광장에서 총탄에 피격된 직후, 교황청 성무성성 문서고에 보관되어 있던 셋째 비밀의 내용을 열람하였다. 레이리아 교구장이 로마를 방문했을 때 교황은 피격 당시 자신이 탄 차량에 박힌 총탄을 건넸고, 총탄은 교구장의 결정에 따라 파티마 성모상의 왕관에 박아 넣어졌다. 교황은 2002년 「로마 미사 경본」 개정 때 5월 13일 '파티마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을 전례력에 삽입하였다.

셋째 비밀에서 중요한 점은 환시의 결말이 희망과 위로를 암시한다는 것이다. 루치아 수녀의 환시는 두 천사가 성수 그릇에 순교자들의 피를 받아 하느님께 나아가는 영혼들에게 뿌리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2000년 당시 신앙교리성 장관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훗날 베네딕토 16세) 명의로 작성된 파티마의 메시지에 대한 신학적 해설문은, "셋째 비밀의 핵심은 '참회하라'는 외침과 '티 없이 깨끗한 성심의 승리'"라고 짚으면서 하느님께 열린 정화된 마음이 어떤 무기보다 강함을 강조하였다.

파티마의 메시지 전문 보기: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 제16호(2000년)
http://ebook.cbck.or.kr/gallery/view.asp?seq=56801&path=070426134953&page=90&flip=0

파티마 성모 발현으로 확산된 성모 신심들

오늘날 가톨릭의 성모 공경 신심 가운데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다가 파티마 성모 발현 메시지를 계기로 확산된 전통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첫토요일 신심, 티 없이 깨끗하신 성모 성심 공경, 묵주기도의 모후 신심, 구원을 비는 기도 등이다.

‘첫토요일’, 곧 대부분의 성당에서 매월 첫 토요일에 성모 신심 미사를 드리는 전통은 파티마 성모 발현을 통해 새로운 의미가 부여되었다. 성모 마리아가 인류의 계속된 재앙으로 말미암아 하느님께서 내리실 재앙을 막는 방편으로 ‘첫토요일 보속의 영성체’를 요청한 것이다.

‘티 없이 깨끗하신 성모 성심’ 공경은 파티마의 두 번째(6월 13일), 세 번째(7월 13일) 발현에서 권장되었다. 1942년 비오 12세 교황은 파티마 성모 발현 25주년을 맞아 티 없이 깨끗하신 성모 성심께 세상을 봉헌하고 그 기념일을 지내도록 하였다. 현재 ‘티 없이 깨끗하신 성모 성심 기념일’은 예수 성심 대축일 다음 날에 지낸다(올해는 6월 24일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과 겹쳐 생략).

‘묵주기도의 모후’ 호칭은 마지막 발현(10월 13일) 때 계시되었다. 1962년 교황 성 요한 23세는 승리의 성모 축일로 지내던 10월 7일을 ‘묵주기도의 동정 마리아 기념일’로 제정하였다. 묵주기도에서 각 단의 영광송에 이어 바치는 ‘구원을 비는 기도’는 세 번째 발현(7월 13일) 때 계시되었다.

한국에서도 파티마 성모 발현 기념하며 통일 위해 기도

파티마 성모 신심과 세계 평화를 위한 기도는 불가분의 관계다. 첫 발현(5월 13일) 때 성모 마리아는 세 어린이들에게 전쟁이 끝나고 세상에 평화가 오도록 묵주기도를 바칠 것을 당부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1974년부터 파티마 성모 발현 기념 미사가 세계 평화와 평화통일을 지향으로 삼아, 파티마의 세계 사도직 한국본부(본부장 하 안토니오 몬시뇰, 95세) 주최로 매년 거행되어 왔다. 올해 ‘파티마 성모 발현 100주년 기념 봉헌미사’는 5월 11일(목) 오후 2시 임진각에서 거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