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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수녀님의 편지와 낡은 가방
  • 작성일2021/07/02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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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앳되어 보이는 외국인 간호사 두 명의 흑백 사진과 세월이 흘러 노인이 된 그들이 웃고 있는 사진을 한곳에서 만났다. ‘소록도 천사’ 마리안느 스퇴거와 마가렛 피사렛 수녀였다. 1962년, 꽃다운 나이에 한센병 환자들이 거주했던 소록도에 들어와 환자들을 치료하며 보낸 세월은 40여년. 의사들조차 직접 접촉을 꺼렸다는 한센인 환자의 발을 자신의 무릎위에 올려놓고 약을 바르고 맨손으로 고름을 짜내며 치료했던 수녀님들은 한센병 환자들에게 빛과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일흔이 넘어서면서 거동이 자유롭지 않게 된 수녀님들은 병까지 얻게 되자 주민들에게 짐이 될 것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결국 이들이 선택한 것은 고국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자신들이 일했던 병원에조차 떠나기 하루 전에야 알릴만큼 조용한 이별을 준비했던 이들은 자신들의 친구이자 가족과도 같았던 소록도 주민들에게도 귀국을 알리는 대신 감사하는 마음을 절절하게 담은 편지를 남겼다.

‘이 편지를 읽는 당신께 큰 사랑과 신뢰를 받아서 하늘만큼 감사합니다. 부족한 점이 많은 외국인인 우리에게 큰 사랑과 존경을 보내주어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이곳에서 지내는 동안 저희의 부족함으로 인해 마음 아팠다면 이 편지로 미안함과 용서를 빕니다. 여러분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아주 큽니다. 그 큰마음에 우리가 보답할 수 없어 하느님께서 우리 대신 감사해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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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http://www.jja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