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화] 2021년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담화
- 작성일2021/08/30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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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담화
공동의 집에서 피조물과 함께
하느님을 찬양하고 기도하고 행동합시다!
공동의 집에서 피조물과 함께
하느님을 찬양하고 기도하고 행동합시다!
가톨릭 교회는 2015년부터 해마다 9월 1일을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로 지내고 있습니다. 정교회에서는 1989년부터 이날을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로 거행해 왔고, 세계 교회 협의회(WCC)에 속한 여러 그리스도교 공동체들도 이에 동참해 왔습니다. 가톨릭 교회 역시 9월 1일부터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축일(10월 4일)까지 다섯 주간을 ‘창조 시기’(Season of Creation)로 정하고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를 바치며, 기후 위기에 직면한 인류가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구체적 행동을 알리고 실천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이렇게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과 창조 시기는 전 세계 그리스도인들이 기후 위기에 직면해서 함께 기도하고 행동하는 날이 되었습니다.
한국 교회는 이 기간 동안 교구와 본당과 수도회, 각 신앙 공동체에서 피조물 보호를 위한 미사와 성시간 등을 통하여 함께 기도하고, 피조물 보호를 위한 행동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자 애쓰고 있습니다. 생태계 파괴가 가속화되고, 조화와 질서가 깨진 자연에서 생겨나는 온갖 폐해를 생생하게 목격하는 오늘, 우리 그리스도교 신앙 공동체가 모두 같은 지향으로 피조물들의 존재를 기억하고, 피조물과 우리의 관계가 주님 뜻에 맞갖은 모습으로 유지되고 있는지 성찰하며 ‘생태적 회개’를 하고, 우리가 실천해야 할 일들을 찾아보고자 노력하는 것은 신앙인의 당면 과제일 뿐만 아니라 핵심 과제라 할 수 있습니다. “인간과 환경의 관계는 인간들 사이의 관계와 하느님과 인간의 관계와 결코 분리될 수 없습니다”(「찬미받으소서」, 119항).
피조물 보호를 위하여 가장 시급하게 다루어야 할 문제는 탄소 중립을 실현하는 구체적 실천 방안입니다.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인류가 온실가스를 계속 배출한다면, 기후 위기에 따른 자연재해는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이 분명합니다. 머지않아 우리는 생태계의 파괴와 아울러 인류 문명의 붕괴를 겪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까닭에 세계 각국은 2050년을 전후로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의 순 합계가 0이 되는 탄소 중립을 달성하고자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은 2050년이 아니라 2030년이 되기 전에 탄소 배출량을 충분히 줄이지 않으면 심각한 기후 변화를 막기 어렵다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여러 부문에서 에너지 사용을 줄이면서, 다른 나라들의 사례를 참고하여 재생 에너지 생산을 늘려 에너지 전환을 실현할 다양한 기술을 시도해야 합니다.
온실가스뿐 아니라, 다양한 오염 물질의 배출로 공동의 집인 지구가 고통받고 있습니다. 인류도 거기에서 비롯되는 문제에서 예외일 수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난한 이들은 더욱더 고통받고 병들어 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폐기물을 줄이려는 우리 사회의 노력은 여전히 그 속도가 느립니다. “해마다 엄청난 양의 쓰레기들이 발생하고 있으며, 대부분 생물학적으로 분해가 되지 않고 맹독성이며 방사능이 있습니다”(「찬미받으소서」, 21항). 분해되지 않고 지구 곳곳에 계속 쌓여 가는 플라스틱과 같은 생활 쓰레기를 줄이는 일은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일 가운데 하나입니다.
지구의 미래 세대를 위하여 그 무엇보다 위험하고 더 나쁜 영향을 미칠 핵폐기물을 줄이고 그 발생 원인을 차단하려는 노력도 지속해야 합니다. 일본 후쿠시마 핵 발전소에서 생성되는 오염수의 해양 방출을 반대하며, 우리나라 서해안과 마주한 중국의 해안을 따라 대규모로 건설되는 핵 발전소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 안에서도 핵폐기물이 계속 쌓여 가는 현실을 결코 가볍게 보아 넘겨서는 안 될 것입니다. 미래 세대가 깨끗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살아갈 권리를 우리가 빼앗을 수는 없습니다. 그들이 누릴 권리와 몫을 침해하지 않으려면, 한 번 만들어지면 수십 년에서 수만 년 동안 그 위험이 제거되지 않는 고준위 핵폐기물을 더 이상 만들어 내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는 인류가 공통된 기원을 지니고 있고 서로에게 속해 있으며 미래를 함께한다는 인식’(「찬미받으소서」, 202항 참조)을 바탕으로 행동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프란치스코 교종께서는 “해마다 이 기도의 날이 기도, 묵상, 회개와 알맞은 생활 방식을 받아들이는 강력한 계기”(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제정 서한, 2015.8.6.)가 되기를 바라셨습니다. 모든 실천에 앞서 이 시대의 그리스도인이 꼭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바로 하느님께 자비를 청하며 피조물을 위하여 기도하는 것입니다. “당신 자녀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계신 너그러우시고 자비로우신 하느님 아버지를 바라볼 때에, 우리는 피조물과 가난한 이들과 미래 세대에 저지른 우리의 죄를 깨달을 수 있습니다”(2016년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교황 담화).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이 제정된 지 벌써 6년이 되었습니다. 모든 교구와 본당과 수도회, 각 신앙 공동체가 함께 모여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와 구체적인 행동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바랍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모든 인식과 활동을 하느님과 이루는 관계 안에서 해 나가는 사람들입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개입의 시급성’(2019년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교황 담화 참조)으로 우리는 이 시대의 예언자적인 행동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온 피조물과 함께 하느님을 찬양하고 기도하고 행동합시다!
2021년 9월 1일,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박 현 동 아빠스
[내용출처 - https://cbck.or.kr/Notice/20210813?page=2&gb=K1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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