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기쁨 가정’의 해(2021-2022년)를 지내는 혼인한 부부들에게 보내는 서한
- 작성일2022/01/14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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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사랑의 기쁨 가정’의 해(2021-2022년)를 지내는
혼인한 부부들에게 보내는 서한
‘사랑의 기쁨 가정’의 해(2021-2022년)를 지내는
혼인한 부부들에게 보내는 서한
사랑하는 전 세계의 혼인한 부부들에게,
이 ‘사랑의 기쁨 가정’의 해를 보내면서 저는 여러분에게 깊은 애정과 친밀함을 표현하고자 우리가 살아가는 아주 특별한 이 시기에 이 서한을 씁니다. 저는 언제나 가정들을 생각하고 그들을 위하여 기도해 왔지만, 감염병의 세계적 유행 동안에 특별히 생각하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이 세계적 유행이 모든 이를, 특히 우리 가운데 가장 약한 이들을 깊이 할퀴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상황 때문에 개개인과 모든 혼인한 부부와 모든 가정이 놓인 저마다의 상황에 제가 여러분을 겸손과 애정과 열린 마음으로 동반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주님께서 아브라함에게 그의 고향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하느님께서 직접 보여 주실 낯선 땅으로 가라고 하신 부르심을(창세 12,1 참조) 우리 자신에게도 적용하도록 요청받습니다. 우리도 불확실성과 외로움과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경험하였습니다. 우리도 우리의 확신, ‘안전지대’, 일과 포부를 이루는 익숙한 방법을 뒤로하고, 우리 자신과 우리의 행동에 달린 가정들과 사회 전체의 안녕을 위하여 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하느님과 맺는 관계는 우리 자신을 형성하고 우리의 삶에 함께하며 우리를 저마다 나아가게 하고, 많은 경우 미지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심지어 공포를 느낄지라도 궁극적으로 우리가 ‘우리 고향을 떠나도록’ 도와줍니다. 그러나 우리 그리스도교 신앙은 우리 안에, 우리와 함께 그리고 우리 가운데 하느님께서 머무르시기에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도록 해 줍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가정에, 이웃에, 일터와 학교에 그리고 우리가 사는 도시에 계십니다.
모든 남편과 아내는 부부 사랑의 소명에 응답하며 서로에게 자기 자신을 아낌없이 내어 주기로 결정한 순간에 아브라함처럼 곧바로 자신들의 고향을 ‘떠납니다’. 약혼한 사이가 된다는 데에는 자신의 고향을 떠난다는 의미가 이미 담겨 있습니다. 약혼은 혼인으로 가는 길을 여러분이 함께 걸어가도록 하기 때문입니다. 삶의 다양한 상황, 시간의 흐름, 자녀의 탄생, 일, 질병, 이 모든 것은 부부들이 서로에 대한 헌신을 새롭게 받아들이고 틀에 박힌 습관, 확신, 안정을 뒤로하며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땅, 곧 그리스도 안에 둘이 되는 것, 둘이 하나가 되는 것을 향하여 떠나게 하는 도전이 됩니다. 부부 여러분의 삶은 하나의 단일한 삶이 됩니다. 여러분은 여러분 존재의 모든 순간에 살아 계시고 현존하시는 예수님과 이루는 사랑의 친교 안에서 ‘우리’가 됩니다. 하느님은 언제나 여러분 곁에 계십니다. 하느님은 조건 없이 여러분을 사랑하십니다. 여러분은 혼자가 아닙니다!
사랑하는 부부 여러분, 여러분의 자녀들, 특히 어린 자녀들이 여러분을 주의 깊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여러분 안에서 자녀들은 굳건하고 믿음직한 사랑의 표징을 찾습니다. “사랑이 한결같을 수 있다는 것을 자신의 삶으로 증언하는 부부들의 사랑 안에 살아 계시고 현존하시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젊은이들이 자신들의 두 눈으로 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합니까!”1) 자녀들은 언제나 선물입니다. 그들은 모든 가정의 역사를 변화시킵니다. 자녀들은 사랑, 감사, 존중 그리고 신뢰를 갈망합니다. 부모가 되는 것은 여러분이 자녀들에게 그들이 하느님의 자녀라는 것, 그들을 다정하게 사랑하지 않으신 적이 없으며 날마다 새날로 이끄시는 하느님 아버지의 자녀라는 것을 깨닫는 기쁨을 전해 주기를 요청합니다. 자녀들이 이 사실을 깨닫게 될 때 그들은 하느님에 대한 신앙과 신뢰 안에서 성장할 것입니다.
분명 자녀들을 기르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자녀들도 우리를 ‘기른다’는 사실을 잊지 맙시다. 가정은 말보다 더욱 힘이 있는 작은 행동들을 통하여 교육이 이루어지는 첫 자리가 됩니다. 교육한다는 것은 그 무엇보다 성장 과정에 동행하고 여러 다양한 방법으로 자녀들과 함께하며 자녀들이 부모를 언제나 의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교육자는 다른 이들을 영적으로 ‘태어나게 하는’ 사람이고 무엇보다도 그들의 성장에 인격적으로 함께하는 사람입니다. 점점 커지는 권위로 자녀들과 관계를 맺는 것이 부모들에게 중요합니다. 자녀들은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부모인 여러분에 대하여, 부모가 함께하는 삶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자신들이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확신에 대하여 자신할 수 있는 안정감이 필요합니다.
이미 지켜본 것처럼, 교회와 사회 안에서 평신도의 정체성과 사명에 대한 인식이 커지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일터에서 일하면서 사회를 변화시키고 가정의 중요성이 마땅히 고려되도록 해야 할 사명을 지니고 있습니다. 혼인한 부부들도, 교회 친교의 봉사를 위하여 은사와 성소의 상보성(相補性)으로 자신들의 계획과 창의성으로 본당 공동체와 교구 공동체에서 앞장(primerear)2)서야 합니다. 교회의 사목자들과 더불어 “다른 가정들과 나란히 걸으며, 더 약한 이들을 도와주고 어려움 중에서도 그리스도께서 언제나 그들과 함께 하신다는 것을 선포하는”3) 부부들에게 특히 그러합니다.
그러므로, 혼인한 부부 여러분, 저는 여러분이 교회를 위하여, 특히 가정 사목을 위하여 적극적으로 활동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교회 사명을 위한 공동 책임은 혼인한 부부들과 성품 교역자들, 특히 주교들에게 가정 교회의 돌봄과 보호를 위하여 효과적인 방식으로 협력할 것을 요구합니다.”4) 가정이 “사회의 기본 세포”(「복음의 기쁨」[Evangelii Gaudium], 66항)라는 사실을 절대 잊지 마십시오. 혼인은 “만남의 문화”(「모든 형제들」[Fratelli Tutti], 216항) 건설을 위한 계획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래서 가정은 참된 인류애를 이루는 데에 필요한 가치들을 전수하고자 세대 간에 다리를 놓으라고 부름받습니다. 오늘날 도전들 가운데에서 새로운 창의성은 우리 사회와 교회에서 우리가 한 백성, 곧 하느님의 백성이 되게 하는 가치들을 드러내도록 하는 데에 필요합니다.
성소인 혼인은 여러분에게 때로는 폭풍우 치는 바다에서 거센 파도에 요동칠지라도 성사의 실재에 힘입어 꿋꿋이 작은 배를 저어 나아가라고 요청합니다. 사도들이 그랬듯이 여러분은 얼마나 자주 이렇게 말하거나 외쳐 묻고 싶은가요? “스승님, 저희가 죽게 되었는데도 걱정되지 않으십니까?”(마르 4,38) 그러나 혼인성사를 통하여 예수님께서 그 배 안에 함께 계신다는 것을 절대 잊지 마십시오. 예수님께서는 여러분을 염려하시고 폭풍 가운데에서도 여러분 곁에 머물러 계십니다. 또 다른 복음 구절에서 제자들이 노를 젓느라 애를 쓰고 있을 때, 물 위를 걸어 자신들에게 다가오시는 예수님을 보았고 배에 그분을 맞아들였습니다. 거친 바람과 폭풍에 뒤흔들릴 때마다 여러분도 제자들처럼 하십시오. 여러분 배에 예수님을 맞아들이십시오. 예수님께서 “그들이 탄 배에 오르시니 바람이 멎었기”(마르 6,51) 때문입니다. 다 함께 예수님만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할 때에만 여러분은 평화를 찾고 갈등을 극복하며 여러분이 지닌 많은 문제들의 해답을 찾게 될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문제들은 사라지지 않겠지만, 여러분은 그 문제들을 다른 관점으로 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자신을 주님의 손에 내어 맡김으로써만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라도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을 둘러싸고 있는 너무나 많은 상황 앞에서 여러분 자신의 나약함과 무력함을 인정하지만, 동시에 그리스도의 힘이 여러분의 나약함 안에서 드러난다는 것(2코린 12,9 참조)을 확신하십시오. 사도들이 예수님의 왕권과 신성을 깨닫게 되고 그분을 신뢰하는 법을 배운 것은 폭풍우가 치던 바로 그때였습니다.
이러한 성경 구절들을 기억하며, 저는 이 감염병의 세계적 유행 동안 가정들이 겪은 어려움들과 기회들에 관하여 성찰해 보고자 합니다. 예를 들어, 봉쇄는 함께 보내야 하는 시간이 더욱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가정에서 대화를 많이 하는 특별한 기회였습니다. 물론 이는 인내심을 특별히 발휘할 것을 요구합니다. 가족들이 같은 집안에서 일하고 공부하고 기분 전환을 하고 쉬면서 온종일 같이 있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피로에 꺾이지 마십시오. 사랑의 힘은 여러분이 여러분 자신의 욕구와 관심보다는 다른 이들, 곧 여러분의 배우자와 자녀들을 더욱 잘 돌볼 수 있도록 해 줄 것입니다. 바오로 성인의 사랑의 찬가에서(1코린 13,1-13 참조) 영감을 받아 「사랑의 기쁨」(90-119항 참조)에서 말씀드렸던 것을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사랑의 선물을 성가정에 청하고 사랑에 관한 바오로 성인의 찬미를 다시 읽으십시오. 그러면 여러분은 결정과 행동에 하는 데에 영감을 받게 될 것입니다(로마 8,15; 갈라 4,6 참조).
이렇게 할 때, 함께 보내는 시간은 고행이 아니라 폭풍이 치는 가운데에서 피난처가 될 것입니다. 모든 가정이 수용하고 이해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다음 사소한 세 가지 말의 중요성에 대해서 여러분에게 해 드린 조언을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부탁합니다, 감사합니다. 미안합니다.”5) 그 어떤 논쟁의 끝에도 “평화롭지 않은 채로 하루를 마무리하지 마십시오.”6) 짧게라도 평화의 시간을 갖고 온유함과 선함으로 서로를 바라보고자 성체 안에 현존하시는 예수님 앞에 함께 무릎을 꿇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마십시오. 또는 여러분의 배우자가 조금이라도 화가 났다면, 그 사람의 손을 잡고 함께 미소를 짓도록 애써 보십시오. 여러분 곁에 계시는 예수님께 잠자리에 들기 전에 매일 저녁 간단한 기도를 함께 바쳐 보십시오.
어떤 부부들에게는 격리 기간에 어쩔 수 없이 함께해야 하는 생활이 특히 어려웠습니다. 이미 존재하던 문제들은 때론 인내심을 바닥내는 갈등을 빚어내며 더욱 심각해졌습니다. 헤쳐 나가기 어렵고 헤쳐 나갈 수도 없는 위기들을 겪어야 했던 여러 부부가 관계의 파경을 맞기까지 하였습니다. 이들에게도 저의 친밀함과 사랑을 전하고 싶습니다.
혼인의 파탄은 극심한 고통을 가져옵니다. 수많은 기대가 산산이 부서지고, 몰이해가 말다툼과 쉽게 아물지 못하는 상처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자녀들은 자기 부모가 더 이상 함께하지 않는 모습을 보아야 하는 고통을 겪기에 이릅니다. 이러한 경우에도 도움을 청하기를 그만두지 마십시오. 그래야 여러분이 갈등을 넘어서고 여러분 자신과 자녀들에게 더한 고통을 일으키지 않을 수 있습니다. 주 예수님께서는 여러분이 수많은 어려움과 슬픔 가운데에서도 앞으로 나아가도록 무한한 자비로 여러분을 북돋아 주실 것입니다. 계속해서 주 예수님께 도움을 청하고 그분에게서 피난처와 여정의 빛을 찾으십시오. 또한 여러분 공동체 안에서 “저마다 어려움을 안고 찾아오는 모든 이를 위한 자리가 마련되어 있는 아버지의 집”(「복음의 기쁨」, 47항)을 발견하십시오.
용서가 모든 상처를 치유한다는 사실도 기억하십시오. 서로 용서하는 것은 기도 안에서 또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서 무르익게 되는 내적 결단의 열매입니다. 이는 그리스도께서, 혼인한 부부가 당신께 의지하여 당신께서 일하시게 할 때마다 베풀어 주시는 은총에서 비롯되는 선물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여러분의 혼인 안에 ‘살고 계시며’ 여러분이 당신께 마음을 열기만을 언제나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리하여 배를 타고 있었던 사도들에게 그리하셨듯이 당신 사랑의 힘으로 여러분을 지켜 주고자 하시는 것입니다. 우리 인간의 사랑은 나약하기에 예수님의 성실한 사랑의 힘이 필요합니다. 예수님과 함께라면 여러분은 참으로 “자기 집을 반석 위에”(마태 7,24) 지을 수 있습니다.
이제 저는 혼인 준비를 하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말하고자 합니다. 감염병의 세계적 유행 이전에도 안정적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 혼인을 약속한 이들에게 미래를 계획하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지금 노동 시장은 더욱 불안정합니다. 그러나 저는 약혼한 이들에게 권고합니다. 용기를 잃지 말고 요셉 성인이 보여 주었던 “창의적 용기”를 지니십시오. 저는 성 요셉의 해로 정한 올해에 이를 기억하여 기념하기를 바랐습니다. 여러분이 혼인으로 나아가는 길에서 비록 가진 것이 적다 하더라도 언제나 하느님 섭리를 믿으십시오. “우리는 때때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우리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도 못하였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아버지의 마음으로」[Patris Corde], 5항). 가족과 친구들에게, 교회 공동체와 본당에 의지하기를 주저하지 말고 지금 여러분이 시작하는 이 길을 이미 경험한 이들에게서 배움으로써 여러분의 혼인과 가정생활을 준비하는 데에 도움을 받으십시오.
저는 이 서한을 마치기에 앞서, 봉쇄 기간 동안 손주들을 볼 수도 그들과 함께 있을 수도 없었던 조부모들과 그 기간에 고립되어 고독감을 느낀 연로한 모든 이에게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가정에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조부모는 인류의 살아 있는 기억, 곧 “더욱 인간적이고 환대하는 세상을 만드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억이기 때문입니다.7)
우리가 살고 있는 이러한 시대적 변화의 시기에 지극히 필요한 창의적 용기를 요셉 성인이 모든 가정에 불어넣어 주기를 기도합니다. 성모님께서 여러분이 혼인 생활 안에서 우리 시대의 문제와 갈등을 이겨내는 데에 너무도 절실히 필요한 만남의 문화를 증진하도록 도와주시기를 빕니다. 어떠한 어려움도 주님과 늘 함께 걸어가고 있음을 아는 사람들의 기쁨을 앗아갈 수 없습니다. 여러분의 소명을 열정적으로 살아가십시오. 여러분의 얼굴에 슬픔이나 어둠이 드리워지게 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의 남편에게, 여러분의 아내에게 여러분의 미소가 필요합니다. 여러분 자녀들에게 여러분 격려의 눈길이 필요합니다. 여러분의 사목자들과 다른 가정들은 여러분의 존재와 여러분의 기쁨이 필요합니다. 바로 주님께서 주시는 기쁨 말입니다!
저는 여러분 모두에게 사랑의 인사와 함께, 예수님께서 여러분에게 맡기신 사명을 수행하면서 기도와 “빵을 떼어 나누는”(사도 2,42) 일에 온 마음을 다하도록 저의 격려를 전합니다.
날마다 여러분을 위하여 기도합니다. 여러분도 부디 저를 위하여 잊지 말고 기도해 주십시오.
이 ‘사랑의 기쁨 가정’의 해를 보내면서 저는 여러분에게 깊은 애정과 친밀함을 표현하고자 우리가 살아가는 아주 특별한 이 시기에 이 서한을 씁니다. 저는 언제나 가정들을 생각하고 그들을 위하여 기도해 왔지만, 감염병의 세계적 유행 동안에 특별히 생각하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이 세계적 유행이 모든 이를, 특히 우리 가운데 가장 약한 이들을 깊이 할퀴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상황 때문에 개개인과 모든 혼인한 부부와 모든 가정이 놓인 저마다의 상황에 제가 여러분을 겸손과 애정과 열린 마음으로 동반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주님께서 아브라함에게 그의 고향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하느님께서 직접 보여 주실 낯선 땅으로 가라고 하신 부르심을(창세 12,1 참조) 우리 자신에게도 적용하도록 요청받습니다. 우리도 불확실성과 외로움과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경험하였습니다. 우리도 우리의 확신, ‘안전지대’, 일과 포부를 이루는 익숙한 방법을 뒤로하고, 우리 자신과 우리의 행동에 달린 가정들과 사회 전체의 안녕을 위하여 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하느님과 맺는 관계는 우리 자신을 형성하고 우리의 삶에 함께하며 우리를 저마다 나아가게 하고, 많은 경우 미지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심지어 공포를 느낄지라도 궁극적으로 우리가 ‘우리 고향을 떠나도록’ 도와줍니다. 그러나 우리 그리스도교 신앙은 우리 안에, 우리와 함께 그리고 우리 가운데 하느님께서 머무르시기에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도록 해 줍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가정에, 이웃에, 일터와 학교에 그리고 우리가 사는 도시에 계십니다.
모든 남편과 아내는 부부 사랑의 소명에 응답하며 서로에게 자기 자신을 아낌없이 내어 주기로 결정한 순간에 아브라함처럼 곧바로 자신들의 고향을 ‘떠납니다’. 약혼한 사이가 된다는 데에는 자신의 고향을 떠난다는 의미가 이미 담겨 있습니다. 약혼은 혼인으로 가는 길을 여러분이 함께 걸어가도록 하기 때문입니다. 삶의 다양한 상황, 시간의 흐름, 자녀의 탄생, 일, 질병, 이 모든 것은 부부들이 서로에 대한 헌신을 새롭게 받아들이고 틀에 박힌 습관, 확신, 안정을 뒤로하며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땅, 곧 그리스도 안에 둘이 되는 것, 둘이 하나가 되는 것을 향하여 떠나게 하는 도전이 됩니다. 부부 여러분의 삶은 하나의 단일한 삶이 됩니다. 여러분은 여러분 존재의 모든 순간에 살아 계시고 현존하시는 예수님과 이루는 사랑의 친교 안에서 ‘우리’가 됩니다. 하느님은 언제나 여러분 곁에 계십니다. 하느님은 조건 없이 여러분을 사랑하십니다. 여러분은 혼자가 아닙니다!
사랑하는 부부 여러분, 여러분의 자녀들, 특히 어린 자녀들이 여러분을 주의 깊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여러분 안에서 자녀들은 굳건하고 믿음직한 사랑의 표징을 찾습니다. “사랑이 한결같을 수 있다는 것을 자신의 삶으로 증언하는 부부들의 사랑 안에 살아 계시고 현존하시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젊은이들이 자신들의 두 눈으로 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합니까!”1) 자녀들은 언제나 선물입니다. 그들은 모든 가정의 역사를 변화시킵니다. 자녀들은 사랑, 감사, 존중 그리고 신뢰를 갈망합니다. 부모가 되는 것은 여러분이 자녀들에게 그들이 하느님의 자녀라는 것, 그들을 다정하게 사랑하지 않으신 적이 없으며 날마다 새날로 이끄시는 하느님 아버지의 자녀라는 것을 깨닫는 기쁨을 전해 주기를 요청합니다. 자녀들이 이 사실을 깨닫게 될 때 그들은 하느님에 대한 신앙과 신뢰 안에서 성장할 것입니다.
분명 자녀들을 기르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자녀들도 우리를 ‘기른다’는 사실을 잊지 맙시다. 가정은 말보다 더욱 힘이 있는 작은 행동들을 통하여 교육이 이루어지는 첫 자리가 됩니다. 교육한다는 것은 그 무엇보다 성장 과정에 동행하고 여러 다양한 방법으로 자녀들과 함께하며 자녀들이 부모를 언제나 의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교육자는 다른 이들을 영적으로 ‘태어나게 하는’ 사람이고 무엇보다도 그들의 성장에 인격적으로 함께하는 사람입니다. 점점 커지는 권위로 자녀들과 관계를 맺는 것이 부모들에게 중요합니다. 자녀들은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부모인 여러분에 대하여, 부모가 함께하는 삶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자신들이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확신에 대하여 자신할 수 있는 안정감이 필요합니다.
이미 지켜본 것처럼, 교회와 사회 안에서 평신도의 정체성과 사명에 대한 인식이 커지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일터에서 일하면서 사회를 변화시키고 가정의 중요성이 마땅히 고려되도록 해야 할 사명을 지니고 있습니다. 혼인한 부부들도, 교회 친교의 봉사를 위하여 은사와 성소의 상보성(相補性)으로 자신들의 계획과 창의성으로 본당 공동체와 교구 공동체에서 앞장(primerear)2)서야 합니다. 교회의 사목자들과 더불어 “다른 가정들과 나란히 걸으며, 더 약한 이들을 도와주고 어려움 중에서도 그리스도께서 언제나 그들과 함께 하신다는 것을 선포하는”3) 부부들에게 특히 그러합니다.
그러므로, 혼인한 부부 여러분, 저는 여러분이 교회를 위하여, 특히 가정 사목을 위하여 적극적으로 활동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교회 사명을 위한 공동 책임은 혼인한 부부들과 성품 교역자들, 특히 주교들에게 가정 교회의 돌봄과 보호를 위하여 효과적인 방식으로 협력할 것을 요구합니다.”4) 가정이 “사회의 기본 세포”(「복음의 기쁨」[Evangelii Gaudium], 66항)라는 사실을 절대 잊지 마십시오. 혼인은 “만남의 문화”(「모든 형제들」[Fratelli Tutti], 216항) 건설을 위한 계획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래서 가정은 참된 인류애를 이루는 데에 필요한 가치들을 전수하고자 세대 간에 다리를 놓으라고 부름받습니다. 오늘날 도전들 가운데에서 새로운 창의성은 우리 사회와 교회에서 우리가 한 백성, 곧 하느님의 백성이 되게 하는 가치들을 드러내도록 하는 데에 필요합니다.
성소인 혼인은 여러분에게 때로는 폭풍우 치는 바다에서 거센 파도에 요동칠지라도 성사의 실재에 힘입어 꿋꿋이 작은 배를 저어 나아가라고 요청합니다. 사도들이 그랬듯이 여러분은 얼마나 자주 이렇게 말하거나 외쳐 묻고 싶은가요? “스승님, 저희가 죽게 되었는데도 걱정되지 않으십니까?”(마르 4,38) 그러나 혼인성사를 통하여 예수님께서 그 배 안에 함께 계신다는 것을 절대 잊지 마십시오. 예수님께서는 여러분을 염려하시고 폭풍 가운데에서도 여러분 곁에 머물러 계십니다. 또 다른 복음 구절에서 제자들이 노를 젓느라 애를 쓰고 있을 때, 물 위를 걸어 자신들에게 다가오시는 예수님을 보았고 배에 그분을 맞아들였습니다. 거친 바람과 폭풍에 뒤흔들릴 때마다 여러분도 제자들처럼 하십시오. 여러분 배에 예수님을 맞아들이십시오. 예수님께서 “그들이 탄 배에 오르시니 바람이 멎었기”(마르 6,51) 때문입니다. 다 함께 예수님만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할 때에만 여러분은 평화를 찾고 갈등을 극복하며 여러분이 지닌 많은 문제들의 해답을 찾게 될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문제들은 사라지지 않겠지만, 여러분은 그 문제들을 다른 관점으로 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자신을 주님의 손에 내어 맡김으로써만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라도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을 둘러싸고 있는 너무나 많은 상황 앞에서 여러분 자신의 나약함과 무력함을 인정하지만, 동시에 그리스도의 힘이 여러분의 나약함 안에서 드러난다는 것(2코린 12,9 참조)을 확신하십시오. 사도들이 예수님의 왕권과 신성을 깨닫게 되고 그분을 신뢰하는 법을 배운 것은 폭풍우가 치던 바로 그때였습니다.
이러한 성경 구절들을 기억하며, 저는 이 감염병의 세계적 유행 동안 가정들이 겪은 어려움들과 기회들에 관하여 성찰해 보고자 합니다. 예를 들어, 봉쇄는 함께 보내야 하는 시간이 더욱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가정에서 대화를 많이 하는 특별한 기회였습니다. 물론 이는 인내심을 특별히 발휘할 것을 요구합니다. 가족들이 같은 집안에서 일하고 공부하고 기분 전환을 하고 쉬면서 온종일 같이 있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피로에 꺾이지 마십시오. 사랑의 힘은 여러분이 여러분 자신의 욕구와 관심보다는 다른 이들, 곧 여러분의 배우자와 자녀들을 더욱 잘 돌볼 수 있도록 해 줄 것입니다. 바오로 성인의 사랑의 찬가에서(1코린 13,1-13 참조) 영감을 받아 「사랑의 기쁨」(90-119항 참조)에서 말씀드렸던 것을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사랑의 선물을 성가정에 청하고 사랑에 관한 바오로 성인의 찬미를 다시 읽으십시오. 그러면 여러분은 결정과 행동에 하는 데에 영감을 받게 될 것입니다(로마 8,15; 갈라 4,6 참조).
이렇게 할 때, 함께 보내는 시간은 고행이 아니라 폭풍이 치는 가운데에서 피난처가 될 것입니다. 모든 가정이 수용하고 이해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다음 사소한 세 가지 말의 중요성에 대해서 여러분에게 해 드린 조언을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부탁합니다, 감사합니다. 미안합니다.”5) 그 어떤 논쟁의 끝에도 “평화롭지 않은 채로 하루를 마무리하지 마십시오.”6) 짧게라도 평화의 시간을 갖고 온유함과 선함으로 서로를 바라보고자 성체 안에 현존하시는 예수님 앞에 함께 무릎을 꿇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마십시오. 또는 여러분의 배우자가 조금이라도 화가 났다면, 그 사람의 손을 잡고 함께 미소를 짓도록 애써 보십시오. 여러분 곁에 계시는 예수님께 잠자리에 들기 전에 매일 저녁 간단한 기도를 함께 바쳐 보십시오.
어떤 부부들에게는 격리 기간에 어쩔 수 없이 함께해야 하는 생활이 특히 어려웠습니다. 이미 존재하던 문제들은 때론 인내심을 바닥내는 갈등을 빚어내며 더욱 심각해졌습니다. 헤쳐 나가기 어렵고 헤쳐 나갈 수도 없는 위기들을 겪어야 했던 여러 부부가 관계의 파경을 맞기까지 하였습니다. 이들에게도 저의 친밀함과 사랑을 전하고 싶습니다.
혼인의 파탄은 극심한 고통을 가져옵니다. 수많은 기대가 산산이 부서지고, 몰이해가 말다툼과 쉽게 아물지 못하는 상처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자녀들은 자기 부모가 더 이상 함께하지 않는 모습을 보아야 하는 고통을 겪기에 이릅니다. 이러한 경우에도 도움을 청하기를 그만두지 마십시오. 그래야 여러분이 갈등을 넘어서고 여러분 자신과 자녀들에게 더한 고통을 일으키지 않을 수 있습니다. 주 예수님께서는 여러분이 수많은 어려움과 슬픔 가운데에서도 앞으로 나아가도록 무한한 자비로 여러분을 북돋아 주실 것입니다. 계속해서 주 예수님께 도움을 청하고 그분에게서 피난처와 여정의 빛을 찾으십시오. 또한 여러분 공동체 안에서 “저마다 어려움을 안고 찾아오는 모든 이를 위한 자리가 마련되어 있는 아버지의 집”(「복음의 기쁨」, 47항)을 발견하십시오.
용서가 모든 상처를 치유한다는 사실도 기억하십시오. 서로 용서하는 것은 기도 안에서 또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서 무르익게 되는 내적 결단의 열매입니다. 이는 그리스도께서, 혼인한 부부가 당신께 의지하여 당신께서 일하시게 할 때마다 베풀어 주시는 은총에서 비롯되는 선물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여러분의 혼인 안에 ‘살고 계시며’ 여러분이 당신께 마음을 열기만을 언제나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리하여 배를 타고 있었던 사도들에게 그리하셨듯이 당신 사랑의 힘으로 여러분을 지켜 주고자 하시는 것입니다. 우리 인간의 사랑은 나약하기에 예수님의 성실한 사랑의 힘이 필요합니다. 예수님과 함께라면 여러분은 참으로 “자기 집을 반석 위에”(마태 7,24) 지을 수 있습니다.
이제 저는 혼인 준비를 하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말하고자 합니다. 감염병의 세계적 유행 이전에도 안정적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 혼인을 약속한 이들에게 미래를 계획하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지금 노동 시장은 더욱 불안정합니다. 그러나 저는 약혼한 이들에게 권고합니다. 용기를 잃지 말고 요셉 성인이 보여 주었던 “창의적 용기”를 지니십시오. 저는 성 요셉의 해로 정한 올해에 이를 기억하여 기념하기를 바랐습니다. 여러분이 혼인으로 나아가는 길에서 비록 가진 것이 적다 하더라도 언제나 하느님 섭리를 믿으십시오. “우리는 때때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우리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도 못하였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아버지의 마음으로」[Patris Corde], 5항). 가족과 친구들에게, 교회 공동체와 본당에 의지하기를 주저하지 말고 지금 여러분이 시작하는 이 길을 이미 경험한 이들에게서 배움으로써 여러분의 혼인과 가정생활을 준비하는 데에 도움을 받으십시오.
저는 이 서한을 마치기에 앞서, 봉쇄 기간 동안 손주들을 볼 수도 그들과 함께 있을 수도 없었던 조부모들과 그 기간에 고립되어 고독감을 느낀 연로한 모든 이에게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가정에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조부모는 인류의 살아 있는 기억, 곧 “더욱 인간적이고 환대하는 세상을 만드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억이기 때문입니다.7)
우리가 살고 있는 이러한 시대적 변화의 시기에 지극히 필요한 창의적 용기를 요셉 성인이 모든 가정에 불어넣어 주기를 기도합니다. 성모님께서 여러분이 혼인 생활 안에서 우리 시대의 문제와 갈등을 이겨내는 데에 너무도 절실히 필요한 만남의 문화를 증진하도록 도와주시기를 빕니다. 어떠한 어려움도 주님과 늘 함께 걸어가고 있음을 아는 사람들의 기쁨을 앗아갈 수 없습니다. 여러분의 소명을 열정적으로 살아가십시오. 여러분의 얼굴에 슬픔이나 어둠이 드리워지게 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의 남편에게, 여러분의 아내에게 여러분의 미소가 필요합니다. 여러분 자녀들에게 여러분 격려의 눈길이 필요합니다. 여러분의 사목자들과 다른 가정들은 여러분의 존재와 여러분의 기쁨이 필요합니다. 바로 주님께서 주시는 기쁨 말입니다!
저는 여러분 모두에게 사랑의 인사와 함께, 예수님께서 여러분에게 맡기신 사명을 수행하면서 기도와 “빵을 떼어 나누는”(사도 2,42) 일에 온 마음을 다하도록 저의 격려를 전합니다.
날마다 여러분을 위하여 기도합니다. 여러분도 부디 저를 위하여 잊지 말고 기도해 주십시오.
형제애를 담아,
로마 성 요한 라테라노 대성전에서
2021년 12월 26일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
프란치스코
1) 프란치스코, 포럼 “우리는 어디에서 사랑의 기쁨을 이루고 있습니까?” 참석자들에게 보낸 영상 메시지, 2021.6.21.
2) 프란치스코,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Evangelii Gaudium), 2013.11.24.,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014(제2판), 24항 참조.
3) 포럼 “우리는 어디에서 사랑의 기쁨을 이루고 있습니까?” 참석자들에게 보낸 영상 메시지.
4) 포럼 “우리는 어디에서 사랑의 기쁨을 이루고 있습니까?” 참석자들에게 보낸 영상 메시지.
5) 프란치스코, 신앙의 해에 가정 순례 참가자들에게 한 연설, 2013.10.26.; 참조: 프란치스코, 세계주교대의원회의 후속 권고 「사랑의 기쁨」(Amoris Laetitia), 2016.3.19.,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제1판(2016).
6) 프란치스코, 2015년 5월 13일 교리 교육; 참조: 「사랑의 기쁨」, 104항.
7) 프란치스코, 2021년 제1차 조부모와 노인의 날 담화 “내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 2021.7.25.,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 64호(2021), 8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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