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만 주교는 ‘희망의 순례’ 중, 산길 걷고 스탬프 찍고
- 작성일2022/09/02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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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가톨릭평화신문 | 리길재 기자 teotokos@cpbc.co.kr | 기사원문보기
원주교구, 최양업 신부 시복시성 기원 순례 운동 펼쳐… 교구장으로서 솔선수범
▲ 조규만 주교가 최양업 신부가 마지막 여름 휴가를 보낸 산막골성지를 순례하고 있다. 사진 뒤로 황석두 성인상이 보인다.
원주교구장 조규만 주교의 재킷 안주머니에는 요즘 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 시복시성 기원 성지순례 「희망의 순례자」 책자가 있다. 승용차에도 「최양업 신부의 서한집」이 놓여있다.
조 주교는 지난 7월 5일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축일부터 최양업 신부 관련 성지를 순례하고 있다.
조 주교의 최 신부 관련 순례는 원주교구가 최양업 신부 시복시성 기원을 위해 「희망의 순례자」를 제작하고, 완주자들에게 교구장 축복장을 수여하기로 하면서 시작됐다. “완주자에게 축복장을 주면서 교구장 자신은 순례하지 않는다면 도리가 아닐 듯해서 순례하기로 했습니다.”
조 주교는 지금까지 최양업 신부의 생가와 무명 순교자들의 줄무덤이 있는 청양 다락골, 새터, 도앙골, 김화성당, 만산 교우촌 등을 순례했다. 8월 27일 전임 광주대교구장 윤공희 대주교 백수 축하 미사에 참여하러 가면서 서천 산막골과 불무골 교우촌을 순례하고, 올라오는 길에 신시도 체류지를 방문했다. 9월 대구에서 열리는 주교 영성 모임 길에는 경상도 지역 순례지를 다녀올 계획이다.
조 주교는 순례 중에 낭패를 겪기도 했다. 강원도 화천 상서면 산골에 자리한 만산 교우촌을 순례하고 내려오는 길에 승용차 타이어가 펑크가 난 것이다. 잭으로 승용차 앞쪽을 들어 올려 펑크 난 타이어를 빼내려는데 꼼짝을 하지 않았다. 땀으로 온몸이 젖었지만 찢어진 타이어를 감당할 수 없었다. 그래서 산길을 걸어 내려와 주민의 도움을 청했다. 때마침 자동차 정비업을 했던 주민의 도움으로 보조 타이어로 갈아 끼우고 겨우 산에서 내려올 수 있었다.
몸과 마음으로 느끼는 체험, 쇄신의 길
조 주교는 순례하면서 최양업 신부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했다고 한다. “그간 머리로만 최양업 신부를 알아왔어요. 순례하다 보니 몸으로, 마음으로 최 신부님을 체험할 수 있게 됐어요. 최 신부님께서 왜 만산 교우촌을 ‘조선의 알프스’라 했는지, 왜 신앙 선조들이 모든 것을 버리고 산으로 숨어 들어가 신앙생활을 했는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최양업 신부님께서 교우들을 위해, 조선 교회를 위해 정말 고생을 많이 하신 사목자셨다는 것을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조 주교는 최양업 신부 순례지를 순례하다 보면 우리의 신앙을 쇄신할 수 있다고 꼭 순례해 보길 추천했다.
“최양업 신부님이 시복시성되는 것은 우리가 얼마만큼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그분은 지금 하느님 나라에 계실 것이니 필요한 것도 없으실 겁니다. 시복시성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그분을 현양하면서 우리가 얼마만큼 신앙적으로 성숙되고 쇄신하는가입니다. 코로나 대유행 이후 우리 교우들은 너무 편리하게 신앙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더 편리한 쪽으로 가다 보니 성당에 나오지 않는 신자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방송 미사가 더 좋다는 분도 있습니다. 이런 것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최양업 신부님과 신앙 선조들이 신앙을 위해 모든 것을 기꺼이 버렸듯이 우리도 편리함과 물질적인 것에서 벗어나 신앙을 회복하고 성숙시켜야 합니다. 신앙 선조들의 삶의 자리를 찾아가는 성지순례가 회심의 좋은 길잡이가 될 것입니다.”
신자뿐 아니라 사제들도 순례 했으면
조 주교는 교우뿐만 아니라 사제들도 최양업 신부 관련 성지를 순례해 달라고 당부했다.
“「희망의 순례자」를 따라 최양업 신부님 관련 교우촌과 성지를 순례하다 보면 최양업 신부님께서 이런 모습으로 사제생활을, 사목생활을 하셨구나 하는 걸 마음에 담아 올 수 있을 것입니다. 최양업 신부님이야말로 우리가 사목생활을 하는 데 좋은 모범이며 롤모델이십니다.”
산막골 교우촌 성지에서 순례 스탬프를 찍은 조 주교는 신자들에게 “최양업 신부 시복시성 운동이 편리하고 안일한 신앙생활을 새롭게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면서 “주교로서 힘을 보태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