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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화] 2022년 제55회 군인 주일 담화
  • 작성일2022/09/1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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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쁜 소식을 전하여라. 세상 끝까지 퍼뜨려라.”(이사 48,20)
오늘은 제55회 군인 주일로, 국토방위를 위해 수고하는 국군장병들과 이들을 사목하는 군종신부들을 위해 기도하고 후원하는 날입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하여 지난 2년간 군인 주일에 군종사제들의 민간교구 성당 파견을 할 수 없었지만, 올해는 군종사제들을 파견할 수 있었고 저 역시 신자 여러분들을 직접 만나 뵈오니 무척 반가운 마음입니다.

군인 주일을 맞아 잠시 한국 군종사목의 역사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한국군 안에서의 군종사목은 6.25전쟁 때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미8군 연락 담당이셨던 캐롤 안 몬시뇰은 이승만 대통령을 방문하여 군종제도의 필요성을 제기하였습니다. 유엔군처럼 국군장병들에게도 사생관, 종교심 함양을 위한 군종활동이 필요함을 역설하였던 것입니다. 마침내 1951년 2월 육군본부에 군종과가 설치됨으로써 군종제도가 창설됩니다. 그리하여 11명의 신부들이 육군에 첫 발을 딛게 됩니다. 그리고 해군은 1951년 8월, 해병대는 1952년 8월, 공군은 1952년 3월부터 군종사목이 시작되었습니다. 1965년부터는 월남파병도 이뤄졌는데, 8년간 군종신부 33명이 교대로 파병되어 사목활동을 하였습니다. 근래에는 해군 청해부대 그리고 레바논, 남수단 평화유지군의 일원으로 파병에 합류하고 있습니다. 현재 군종교구에는 100여 명의 육·해·공·해병대 군종신부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비하면 오늘날 군종신부가 상당히 증원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신부 한 명당 담당하는 부대는 2~3곳에 이릅니다.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쳐 고기를 잡아라.”(루카 5,4)
한국천주교회는 2020년 사순절 즈음부터 코로나19로 인해 미사를 중지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었습니다. 군대의 경우는 공동생활을 하는 집단의 특성상 선제적인 엄격한 방역 지침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작년의 경우, 병사들의 종교행사 참여가 거의 금지되었습니다. 또한 부대 밖 출입이 통제되어 군종신부들조차도 부대 내 성당에만 머물러 있어야 했습니다. 전교 수녀님들과 군 선교사님들 역시 부대출입 제한으로 주일에 병사들을 만날 수가 없었습니다. 참으로 서글픈 현실입니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군종교구의 영세자 인원이 급감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천주교회 교세통계에 의하면, 20~24세 남·여 영세자가 2012년 30,521명이었는데 2021년에는 2,432명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이것의 가장 큰 원인은 앞서 언급한 이유들로 군종교구의 영세자 수가 줄었기 때문입니다. 군종교구는 20-24세 남·여 청년에게 2012년에는 26,585명, 2021년에는 1,428명에게 세례를 베풀었습니다. 사실 그간 20-24세 영세자의 85% 이상이 군종교구에서 탄생한 영세자였던 것입니다. 이렇게 군종교구의 선교활동이 어려워지자 전체 청년 영세자 수가 급감하는 모습을 보며 청년 선교의 대부분을 군종교구가 담당하고 있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가 주시해야 할 점은 전국 모든 민간 교구의 젊은이들의 영세자 수가 급감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현세적 어려움들과 물질만능의 문화 등이 청년들의 불신앙을 가속화시키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더 심화될 것이기에 앞으로 청년 선교에 있어서 군종교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게 될 것입니다. 군 생활 중에 세례를 받고 신앙생활을 하다 제대를 하여 사회로 돌아오는 청년들을 잘 돌봐주시기 바랍니다. 그들은 한국 천주교회의 미래이며 희망의 밀알입니다.

 

“길 잃은 양을 찾을 때까지 뒤쫓아 가지 않느냐?”(루카 15,4)
군종사목의 특성은 ‘찾아 나서는 사목’입니다. 군종신부들은 주일에 성당에 나오는 병사들뿐 아니라, 전방과 격오지 부대 근무자들을 찾아가 사무실 또는 식당을 빌려서라도 미사를 봉헌하고 성사를 베풉니다. 성당에 오는 이들만 맞이하는 것이 아니라, 근무지로 찾아가는 사목활동을 펼치는 것입니다. 한 예로, 어떤 신부님은 주말이면 공항이나 터미널로 차를 몰고 나가서 병사들을 픽업하여 부대까지 데려다주는 활동을 합니다. 차 안에서 군 생활의 애로 사항도 면담해 주고, 자신이 부대 군종신부임을 밝히며 종교적인 이야기도 합니다. 이런 병사들 중에 군종신부님과의 차 안에서의 만남이 계기가 되어 주일에 성당에 나오는 친구들도 많다고 하였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도 “사제들이 사제관, 성당을 벗어나 사람들을 찾아 나서라.”는 말씀을 언젠가 하셨습니다. 집 떠난 아들을 마을 어귀에 나아가 기다리다가 돌아오는 아들을 발견하고 달려가 목을 껴안고 입을 맞추던 아버지의 역할을 군대에서 우리 군종신부들이 하고 있습니다. 군종신부들과 하느님의 말씀 전파와 그분의 영광을 위하여 함께 군 복음화에 동참하여 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하느님께서 당신의 자선을 기억하고 계시다.”(사도 10,31)
현재 군 사목을 후원하는 군종후원회는 10개 교구에 조직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 대구와 부산 교구가 군종후원회 설립 50주년을 맞이하였습니다. 이 자리를 통해 군종신부들을 기도와 물질로 후원해 주시는 각 교구 군종후원회원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군인 주일이 되면 군종신부들은 기쁘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이 들곤 합니다. 왜냐하면 군 신자들을 남겨두고 군종신부들은 모두 특별강론과 2차 헌금을 위해 민간본당들로 파견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모인 군인 주일의 2차 헌금은 전액 군종교구로 전달되고, 군종후원회의 지원금까지 합쳐 교구 1년 예산의 85%를 충당합니다. 이를 통해 군종교구는 성당이나 공소 신·개축을 지원하며, 성경과 신앙서적, 묵주, 십자가와 같은 신앙상징물을 보급합니다. 또한 각 교구 군종후원회에서는 군인 주일에 ‘군종후원회원’을 모집합니다. 여러분들의 후원으로 군종신부들이 더 활발한 사목을 하게 됩니다. 기도의 마음을 담아 꼭 군종후원회에 가입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어려운 코로나 팬데믹의 상황에서도 군종교구를 사랑하시고, 장병들과 군종신부들을 위한 기도와 후원을 아끼지 않으시고 은혜를 베푸심에 감사드립니다. 특히 얼마 전, 기록적인 폭우로 희생되신 분들과 피해로 고통 중에 계신 분들에게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전합니다. 힘내시기 바랍니다. 저와 모든 군종사제들은 여러분을 위해 기도할 것입니다. 아울러 군 사목의 일선에 있는 저희를 위해서도 기도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주님의 자애가 온 땅에 가득하네.”(시편 33,5)
2022년 10월 2일 군인 주일에
천주교 군종교구장  서 상 범  티토  주교




 

[내용출처 - https://cbck.or.kr/Notice/20220797?gb=K1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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