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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한국 교회 종합 의견서
  • 작성일2022/10/20 0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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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서론: 한국 교회의 교구와 주교회의 단계 시노드 여정

한국 교회 교구들에서는 2021년 10월 15-17일 개막 미사를 시작으로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하여-친교, 참여, 사명”을 주제로 열리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의 여정을 시작하였다.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의 제안에 따라 대부분 교구에서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로 구성된 시노드 교구팀을 구성하였으며, 전체 하느님 백성이 이번 시노드 여정에 참여하고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도록 교구마다 자체 연구와 홍보, 교육을 점차 확대시켜 나갔다. 교구마다 다양한 홍보물이 제작 보급되었으며, 특히 몇몇 교구에서는 홍보 영상을 제작하고 인터넷을 통한 홍보와 의견 수렴, SNS(Social Networking Service)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 뉴미디어의 활용이 두드러졌다.

더불어 다양한 이들의 견해를 듣고자 특별한 노력을 기울인 교구도 눈에 띄었다. 냉담 교우, 장애인, 이주민, 난민, 성 소수자, 북한 이탈 주민, 타 교파·타 종교인, 일반 시민 사회의 목소리를 경청하고자 이들과 직접 만나거나 이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교구도 있었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참여를 독려하고자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는 이들을 위하여 별도의 워크북을 제작·배포하였으며, 몇몇 교구에서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한 참여의 장을 마련하였다.

주교회의 총회에서 선출한 주교회의 대표 옥현진 주교를 중심으로 각 교구 책임자와 남녀 수도자 대표(2명), 평신도 대표(4명) 등 26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 주교회의 단계의 시노드 모임(이하 ‘한국 교회 교구 책임자 모임’)이 개최되었다(2022년 6월 28-29일). 모임에서는 교구 단계의 결과를 공유하고, 주제별 토의를 진행하여 국가 종합에 도움을 주고자 하였다.

한국 교회 시노드의 처음 시작 단계에서는 코로나19의 재유행과 더불어 짧은 일정 안에서 시노달리타스의 의미를 이해하고 교육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실천 계획을 세우고 일선에서 실행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시작 단계부터 소극적 태도, 의무감, 주저, 귀찮음 등의 정서가 자리하였다. 특히 이러한 회의적 시선은 과거에 교구 시노드를 경험했던 교구들에서 두드러졌는데, 시노드를 해도 변화하지 않는 교회에 대한 회의감이 크게 작용하였다. 또한 이번 시노드의 취지와 달리 짧은 기간 안에 가능한 많은 교구민이 경청과 대화에 참여하기에는 어려움이 컸다. 또한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에서 배부한 시노드 예비 문서와 편람의 내용은 아시아 문화권의 한국 교회 신자들이 이해하기에 쉽지 않은 개념과 내용이 많아 이를 이해시키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그럼에도 여러 공동체에서 만남과 경청, 식별이 이루어지면서 서로의 신앙 체험이 공유되었으며, 그런 신앙 체험은 성령께서 우리 공동체와 함께하심을 점점 강하게 의식하게 되었다는 고백으로 이어졌다. 특히 여느 때보다 경청과 식별, 기도와 침묵이 강조되면서, 회의나 토론 또는 의견 종합이 아닌 영적 과정으로 체험되었다. 무엇보다 큰 결실은 시노드 교회를 다수의 하느님 백성이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친교, 참여를 체험하고 이를 통해 사명을 수행하고자 하는 의지와 희망이 한국 교회 전체에 생겨났다는 점이 큰 수확이라고 할 수 있다.

아래에서는 종합의 편의성과 보편 교회 차원의 정리에 도움을 주고자 교구 종합들의 의견과 ‘한국 교회 교구 책임자 모임’의 제안 사항의 내용을, 예비 문서와 편람에 제시된 10개의 핵심 주제에 따라 문맥을 거스르지 않는 선에서 재배치하여 정리하였다. 마지막으로 시노드 교회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한국 교회의 다짐과 제언을 담았다.

 

II. 본론: 10가지 핵심 주제에 따른 한국 교회의 시노달리타스 현실
1. 여정의 동반자


한국 교회는 교구별 종합과 주교회의 단계 시노드 모임을 통해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가 함께 걸어가야 할 “여정의 동반자”가 누구이며, 그들을 향한 교회의 태도를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다. 우선 하느님 백성인 성직자와 평신도, 수도자가 서로에게 온전한 동반자가 되지 못했음을 고백하며, 이것이 교회 내 여러 어려움에 근본적 요인이 되고 있음을 성찰하게 되었다. 또한 청소년·청년과 노인, 장애인, 북한 이탈 주민, 이주 노동자와 그 가족, 성 소수자 등은 교회 안에서 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음을 바라보게 되었다.

먼저 청소년, 청년들에 대해서 거의 모든 교구에서 그들에게 온전한 동반자가 되지 못했음을 언급하였다. 교회는 젊은이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도 정작 그들에게 다가가지 않으며, 함께한다고는 하는데 젊은이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노력들이 부족했다. 오늘날의 과외수업, 진학, 취업 등에 쫓기는 세속화된 생활 환경 자체가 젊은이들을 교회로부터 멀어지게 만들고 있지만, 그 이전에 젊은이들의 삶에 무관심하고 젊은이들의 부족한 신앙 교육을 방관하며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에 소홀했던 교회가 이미 그들을 떠난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더 나아가 하느님을 향한 여정의 동반자로서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교회 공동체가 돌볼 것을 제안하였다. 각 교구가 사회복음화 사업에 실천적 노력을 부단히 경주하고 있음에도 사각지대가 있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우선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웃, 독거노인, 한 부모 가정과 장애인을 위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사회적 불평등과 부조리로 인해 심각하게 인권을 침해당하는 이들을 위해 교회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참여와 연대를 통해 적극적인 활동을 해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장애인들은 장애인을 위한 미사와 교회 공동체에서 활동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되도록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요청하였다.

2021년 한국의 모든 교구가 65세 이상 신자 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 교구로 진입하였다. 독거노인이 많고 노인 빈곤율도 높다. 노인들이 교회 안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설 자리를 찾아 주고 노인을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많았다. 또한 위기 가정과 이혼의 증가로 신앙생활에 제한을 받는 신자들과 조손 가정이 많다. 이들을 위한 상담 기구와 영신적 조력과 제도(교회법) 개선이 필요하다. 특별히 교회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 특히 냉담 교우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또한 교회 안에서 여성들이 많은 활동을 하고 있는데 여성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증진하는 교육과 연구 그리고 활동 지원을 통해 여성들의 활동에 대한 교회의 인식 전환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요청하였다. 그리고 가정 폭력, 성 착취, 성매매, 낙태 등으로 피해와 고통을 당하는 이들을 위한 실제적인 도움과 청소년뿐 아니라 모든 신자를 대상으로 한 성·사랑·생명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제안하였다.

이주민 신자들은 자신들을 환대하여 주는 한국 교회에 감사하고, 한국 교회의 좋은 점을 다른 이주민들에게 전해 주고 싶은 책임감 같은 것을 느낀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 이주민을 위한 미사를 늘리고, 한국 생활 적응을 돕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 등을 내놓았다.

또한 ‘가난한 이를 위한 자선의 교회’가 아니라 가난한 이들이 우리의 이웃이 되고 교회의 당당한 구성원들이 될 수 있는 ‘가난한 이의 교회’가 되려는 용기와 결단도 필요하다고 하였다. 나아가 교회의 구성원들이 공동선을 위해 노력하는 각 분야의 단체와 함께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점이 언급되었다. 특별히 70여 년간 분단 상황에서 살고 있는 한국 교회는 북한 이탈 주민, 그리고 북한 교회를 동반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다.

 

2. 경청

교회 안의 다양한 관계에서 듣는 데 어려움이 있으며, 함께 걸어가는 여정에 대한 동반자적 인식과 믿음의 부족이 경청의 부족으로 이어진다고 진단되었다. 이에, 서로 사랑이 동반된 동등한 관계가 되어 각자의 역할을 존중하고 경청하며 소통하는 시노달리타스 교회의 모습으로 변화되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교회의 모든 지체들은 하느님 나라의 백성들로서 하느님을 중심으로 서로 관계를 맺으며 함께 걸어간다. 그들은 경청과 대화 그리고 협력을 통해 친교를 맺으며 공동체적 사명을 함께 수행해 간다. 여기에 특별히 경청이 요구되는 그룹이 바로 성직자와 수도자이다. 지금까지 한국 교회 안에서 성직자의 위상은 남달랐다. 특유의 권위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한국 사회의 권위에 대한 부정적 의식이 교회 신자들에게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오늘날의 성직자에게는 평신도의 말에 더 귀를 기울이고 경청하도록 요청된다. 따라서 ‘공동 식별’의 여정이 될 수 있도록,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가 서로의 고유한 역할과 가치를 존중하면서 그들의 자리를 마련하고 상호 경청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이처럼 각자의 고유한 역할과 직무를 수행하면서도 동일한 존엄성을 지닌 동반자적 존재로서 서로 인정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시노드 정신이 실현되는 친교적 공동체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본당에서 신자들 대부분은 자기 목소리를 내는 데 소극적인 경향이 크고 대화를 피한다. 자신의 견해를 밝히기가 여건상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주어진 일을 할 뿐 마음에 담아둔 것을 잘 피력하지 않는다. 본당 주임 사제 앞에서는 목소리를 내지 않고, 뒤에서 여론을 형성할 때가 많다.

그 이유로 사목자들의 권위주의적인 태도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성직자나 수도자, 또는 단체 대표들의 의견에 무조건적으로 순응하거나 편중된 자세는 성직자 중심주의로 이어지고, 결국 경청하려는 노력의 필요성을 배제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순명’이라는 교회의 아름다운 덕행이 무조건적인 복종으로 오해되는 순간, 친교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그러나 우리 공동체가 직면한 모든 문제를 성직자 탓으로만 돌리는 태도는 경계해야 한다. 신자 공동체의 성숙을 위해 끊임없는 교육을 통해 자립적, 자기주도적 신앙생활 태도를 고취시켜야 할 것이다.

또한 새로운 이들을 경계하고 이방인으로 만드는 배타적이고 끼리끼리 어울리는 분위기의 공동체 모습이나 세상의 가치 기준에 따라 관계를 맺고 교류하는 세속적 친교 방식들은, 우리가 함께 이루고자 하는 이 땅에서의 하느님 나라를 더욱 멀어지게 만드는 ‘폐기해야 할 구태의 모습’이다.

평신도들 관계에서 서로에게 주는 아픔과 상처를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하여 충분한 발언과 경청의 기회가 일부 특정 평신도에게만 집중되지 않고 모두에게 주어져야 한다.

성직자들과 수도자들이 복음적 겸손의 자세로 신자들에게 먼저 다가가 하느님 나라를 향해 함께 나아가는 동반자적 자세를 느낄 수 있게 해 주면 좋을 것이다. 교회의 뜻을 결정할 때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경향을 지양하고 신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도록 하는데, 이를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본당에 주임 신부가 부임하면, 가장 먼저 설문 조사를 통해 전체 신자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사목의 방향을 정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개진되었다.

더 나아가 사회적 소수자들,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듣는 가시적인 조치가 필요함을 잊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들이 있었다. 또한 창조주를 아버지로 하는 ‘모든 형제들’인 생태계의 생명들이 겪고 있는 가난과 고통을 경청하여 교회가 도움을 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생명과 생태, 환경에 대한 관심과 공동선 증진의 실천이 요청된다.

 

3. 발언

한국 교회 시노드 식별에서 ‘소통의 수평적 구조’를 위한 필요성과 실행에 대해 주목했는데, 특히 ‘담대하게 말하기’(parrhesia)의 중요성이 제기되었다. 성직자 중심의 수직적 의사소통 구조는 말하기를 어렵게 하기에 하느님 백성에 대한 각 신원들의 깊은 성찰과 자각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수평적 의사소통으로 나아가야 한다. 따라서 교회가 ‘오고 싶은 교회’, ‘위로받고 배려해 주는 교회’, ‘쉴 수 있는 교회’가 될 수 있도록 평신도와 수도자의 발언들에 귀 기울여야 하고, 이 소중한 발언들이 교구와 본당의 결정 구조 속에 폭넓게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함을 자각했다.

용기 있고 솔직한 발언이 어려운 이유는 먼저, 교구와 본당이 복음적 가치가 아니라 복잡한 인간관계에 따라 운영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또한, 성직자가 지나치게 권위주의적이고 평신도와 사목자 간의 거리감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동체 정신이 부족하고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해 자기 관심사 말고는 신경 쓰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청년들의 제안에서 사목 평의회나 사목 계획 수립 등에 “적어도 참관인”으로라도 참여하게 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청년들이 담대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그 의견이 교회에 유효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창구가 필요하다.

사제는 교구의 책임 있는 구성원이지만, 양심적인 발언을 꺼리고 있다. 교구 조직이 관료적이고 수직적이어서 자신의 발언이 존중받고 경청되지 않는다고 느끼고 있다. 불이익을 당하고 반대 세력의 저항을 불러일으킬까 두려워 침묵할 때가 많은 것이다. 평신도들도 용기 있는 발언은 지적과 질타로 되돌아온다고 생각한다. 양심적 발언을 진작시키기 위한 토대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여러 통로의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 소리함 설치, SNS를 활용한 건의, 주일 미사 뒤 함께하는 시간 등 다양한 소통의 도구들이 제안되었다. 결국 용기 있는 발언에는 격려하고 포용하며 경청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줄 필요가 있으며,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4. 거행

말씀의 경청과 성찬례 거행이 친교의 원천이며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는 교회를 향한 출발점이라는 자각을 표명하고 있다. 그렇지만 많은 교구에서 오늘날 한국 교회의 신자들이 형식적이고 의무적이며 타성에 젖어 전례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곧 ‘전례 안에서의 시노달리타스 체험’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서 주례 사제의 성의 없는 미사 거행과 준비되지 않은 강론은 신자들의 온전한 미사 참여를 방해한다고 지적되었다. 또 아직까지 남성 위주로 전례 봉사자를 임명하는 관습이 남아 있다. 본당이 신앙과 전례를 중심으로 움직여야 하지만, 현실은 인간적 친목을 앞세우고 전례를 부차적으로 치부할 때가 적지 않다. 공동체 내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는 특별한 지향으로 기도와 전례의 시간을 갖고 회의에 임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 이것은 중요한 결정들에서 기도와 전례가 형식적인 역할만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전례 안에서 ‘보편 사제직’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시노달리타스를 위한 양성이 중요함을 알 수 있다. 「복음의 기쁨」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전례를 평신도들과 함께 논의하고 결정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계시는데, 결국 본당의 사목 평의회 등에서 전례에 대해 사제와 신자들이 함께 고민하고 자문하는 구조를 갖추어야 한다는 제안이 있었다.

한편으로 장애가 있는 신자들이 전례 거행에서 배제되는 현실에 대한 의견도 있었다. “아들이 발달장애아다. 함께 미사에 참여하고 싶은데 성당에 데리고 나가기 어렵다. 과거 미사 중에 쫓겨난 경험이 있어서다. 그 충격으로 큰 애는 지금 개신 교회에 다닌다.” 또한 장애를 가진 신자들을 공동체 전례에서 분리해서 그들만을 위한 별도의 미사를 거행하기보다 함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농인 신자들은 미사 중에서 수어 통역이 더 많이 이루어져 많은 본당에서 이들이 미사 전례에 온전히 참여할 수 있기를 원했다. 또 이주 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좀 더 쉽게 주일 미사에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달라는 의견도 있었다.

 

5. 사명 안에서의 공동 책임

오늘날 한국의 많은 신자들은 교회 활동보다 사회생활을 우선시하며, 가족 문제와 경제적 문제로 교회 활동에 함께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또한 개인주의로 자기 편리와 이익을 더욱 중요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교회의 활동에 동참하더라도 기도와 신앙에 토대를 두지 않고 활동에만 매달리는 경우가 많아서 그 활동이 복음 선포로 이어지기보다 인간적 친목이나 자기만족에 그칠 때가 많다. 한편, 영세자나 전입 신자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아 공동체 안에서 친교를 맺지 못하고 냉담에 이르는 경우와 교회 안의 냉담 교우를 돌보는 문제에 대한 언급이 많았다. 또한, 교회 밖에서 보이는 신자들의 모습이 모범적이지 못할 때 복음을 전하기가 어려워지고, 본당 공동체의 불화와 불일치는 복음 선포 사명을 어렵게 하는 원인이 된다고 했다. 나아가 선교 사명을 실천하는 데 교회의 세속화와 사목자의 권위주의, 인간 존중의 결여가 커다란 장애가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물질 중심으로 사회가 변화하고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만연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점점 더 종교 생활에 대해 무관심하게 되기에 사랑의 실천과 나눔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제안이 많았다. 만남과 경청의 부재가 하느님과 교회와 친교를 이루지 못하고 교회답지 못한 삶으로 이어졌음을 깨달았다. 교회의 구성원으로서 신자들은 하느님을 중심으로 하는 친교 안에서, 모두가 주인공으로 참여하고 서로 경청하고 의견과 체험을 나누는 시노드 여정을 함께 걸어가면서, 아울러 개인과 공동체의 문제점들을 파악하게 되고 그 해결 방안을 함께 모색하게 되는 부수적인 결실도 체험할 수 있었다.

신자들은 교회의 사명 중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소리를 들으려 노력하고 용기를 북돋아 주고 인내를 가지고 감싸 안아주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국내외 구호 분야나 사회복지 사업 등에 지속적이고 일관적인 모습을 유지하는 것, 또한 교구나 수도원 단체 차원에서 구호 활동을 벌이는 모습들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또한 낙태, 자살과 안락사, 사형제도 반대, 환경 보호, 세계 평화의 증진 등에 관한 그리스도교의 입장에 대해 그리스도인답게 응답하지 못했음을 성찰했다. 또한 이웃 사랑의 실천과 사회와의 연대 활동에 무관심했으며, 지역 사회에 폐쇄적인 태도를 취하였음도 성찰했다. 그리하여 자신과 교회 공동체의 사명을 깨닫게 되고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로 나아가는 데 동반자로서 함께해야 하는 사람들, 그중에서도 가난하고 어려움 중에 있는 이들을 바라보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6. 교회와 사회 안에서의 대화

교회 안팎의 보이지 않는 장벽이 대화와 소통을 가로막고 있다. 한국 사회는 세대 갈등, 젠더 이슈와 갈등, 정치적 갈등, 빈부 격차와 지역 불균형이 더욱 심화되고 있으며, 교회 안에서는 단체 간, 본당 간, 교구 간, 신자와 사제 사이, 교회와 세상 사이에 벽이 존재한다. 더불어 한국 사회 특유의 아파트 문화와 개인주의의 영향이 교회 내 소통 체계에도 많은 어려움을 주고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교회 구성원 간 ‘소통 장애’의 어려움이 더욱 부각되었다. 교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신자들과 교회 주변에 머무는 신자들 사이에 벽이 더 높아진 느낌이라고 한다. 또 젊은 세대는 기존의 본당 문화가 자신들과 더 이상 맞지 않는다고 말한다. 신자들 사이에 존재하는 심리적 물리적 간격을 좁히고, 본당을 비롯한 교회 문화를 일신하는 노력이 시급한 과제로 인식되었다.

수도자들 가운데서는 수도자들의 세속화, 개인주의, 세대 차이 등이 시노드 정신과 삶, 서로 간의 대화와 소통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 또 오늘날 많은 본당에서 수도자의 존재와 역할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의문만큼 교회 안에서 수도자들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 확인할 수 있었고 수도자들이 본연의 정체성을 되찾기 위한 쇄신의 여정이 요청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교회의 모든 지체가 수도자의 정체성에 대한 이해를 성장시킬 필요가 있다고 본다. 교회 전체가 쇄신하는 이 여정에서 수도자들이 앞장서는 모습을 통해 성령의 활동이 역동성을 발휘하게 될 것을 기대한다.

현재 논의가 되는 사회적 현안에 대해 교회가 참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교회 안에서 사회적인 담론에 대한 논의 자체가 없어서 교회의 대사회적 목소리에 전혀 힘이 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회적 변화에 발맞춰 여러 가지 사회 문제에 교회가 함께 고민하고 극복해 가는 모습이 필요하다.

타 종교와 관련해서는 오늘날 본당 차원에서 어떤 긴밀한 관계를 맺거나 종교적 유대를 형성하고 있지 않으며 앞으로 상호 교류의 필요성에 대한 열망도 높지 않아 보인다고 한다. 현재는 공동 사회 현안에 대한 협력과 일치를 통하여 타 종교와 소통하는 방법이 가장 효율적으로 보인다는 의견이 있었다. 역사적으로 한국의 종교들은 각자의 고유한 가르침과 연대성을 가지고 종교와 종파를 떠나 제반 문제점에 대한 의견을 함께 나누고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하지만 이는 대사회 문제에 대한 연대이지 여정의 동반자라는 본질적인 측면에서의 관계 정립이라고 보기에는 부족함이 있다는 의견이다.

 

7. 다른 그리스도교 교파들과 함께

하나의 세례 안에서 일치하지만 다르게 신앙을 고백하는 그리스도인들 역시 우리와 함께 걷는 동반자이다. 그렇지만 다른 그리스도교 교파와 친교를 맺지 못하는 현실이다. 서로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이 만연하다. 가톨릭 교회 안에 다른 교파에 대한 편견과 우월감이 여전히 작용하고 있다. 또한, 일부 개신 교회는 가톨릭 교회를 비롯하여 다른 모든 교파를 이단으로 규정하여 대화 자체를 불가능하게 한다. 교회 일치에 대한 중요성은 공감하지만, 사실 그에 관한 대화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막막하다.

그리스도인 일치를 위한 대화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가톨릭과 다른 교파의 차이를 알아야 하며, 이를 통하여 다른 교파들에 대한 이해와 배려, 그리고 다름을 인정할 수 있다.

교구와 본당 차원에서 갈라진 그리스도인들을 만나 대화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교리적 충돌 지점이나 분열의 이유 등을 논쟁하기보다는, 먼저 경청하는 자세를 가지고 공동선의 실현을 관심사로 삼아야 한다. 서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먼저 우리 스스로 끊임없는 기도와 교리 공부, 성경 공부를 통하여 내면적인 힘을 키우고, 사회 안에 빛과 소금으로서 복음을 실천하는 삶으로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삶을 살아가면서, 다른 교파의 그리스도교인들과 대화해 나가야 한다. 다른 교파와의 대화에서는 교리의 차이점에 대한 논쟁에 매달리기보다 ‘그리스도인’이라는 공통점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필요하다. 그렇게 되면 함께 공동선을 추구하며, 공통의 사회 문제(이주 노동자, 이주 여성, 소외계층, 아동 문제, 생명, 생태 환경 등)에 대한 대책을 함께 마련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8. 권위와 참여

교회 안에서 ‘권위’가 ‘권위적’ 또는 ‘권위주의’라는 부정적 표현으로 많이 사용되었다. 교회 구성원은 권위를 조직 안에서 책임자의 통치, 그에 따른 복종 등 상하 관계의 논리로 잘못 인식하는 경우가 많았다.

성직자의 권위 의식은 다양한 방면에서 문제로 제기되었다. 성직자들이 개인적 생활에만 관심을 두고, 기도와 성사 거행에 정성을 다하지 않고 성경 말씀에 기초하지 않은 강론이나 교리교육을 하는 등 하느님에 관해 가르치는 직무에 소홀함으로써 사제의 권위가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고 신자들과 교회 공동체에 부정적인 영향으로 이어진다고 진단했다.

권위주의적 태도는 사제들뿐 아니라 평신도들 사이에서도 문제로 지적되었다. 사목 위원이나 단체 임원들이 텃세를 부리거나 권위주의적이고 고압적인 자세, 사도직 단체 활동의 봉사 직무에 대한 차별화의 모습은, 공동 목표를 향해 나아감에 있어 구별과 분리를 일으키는 원인으로 관찰된다.

교회 구성원들 간의 관계는 전반적으로 ‘수직적이며 닫힌 구조’로 체험되고 인식되고 있었다. 자유로운 의사소통의 부재, 사제 중심적 또는 사제의 독단적 결정에 의한 것으로 보이는 교회 운영, 그리고 설사 신자들의 의견이 반영된다고 하더라도 극히 소수의 의견만이 고려된다는 것 등이 언급되었다. 평신도들은 교회의 관리와 운영이 모두 성직자에게 편향된 모습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시노달리타스 정신을 뒷받침할 수 있는 구조와 조직이 필요하다는 논의로 이어졌다. 곧 이미 교회법에서 제시하고 있는 사제평의회, 교구 사목 평의회, 본당 사목 평의회, 재무평의회 등이 실질화 내실화하고, 더욱 활발하게 운영될 필요가 있음을 역설하였다. 이미 교구와 본당 단위에 ‘사목 평의회’가 설치되어 있는 경우에도, 이 ‘몇몇 사람’에 해당하는 평의회의 구성원이 ‘모든 사람’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지 못해 일반 평신도들은 분리되고 소외되는 느낌이 든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러한 구조와 조직이 어떻게 구성되고 운영되는가가 무엇보다 중요하게 인식되었다. 먼저, 사목 평의회가 하느님 백성에 대한 대표성을 높이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 제시되었다. 각 기구의 위원을 임명·선출할 때 다양한 연령대를 아우르고,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며, 경제적 부유함이나 사회적 지위 같은 세속적 기준이 아니라 그리스도교적 기준에 적합한 봉사자들로 구성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또한 교회가 세상의 전문 분야와 관련된 일을 하게 되는 경우 신앙심을 지닌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누구도 소외되거나 일부 사람들이 독점하는 일이 없도록 정기적인 구성원들의 변화와 순환이 이루어지는 공동체 운영도 강조되었다.

더불어 사목 평의회의 핵심 기능은 ‘자문과 점검’이어야 하는데, 우리 교회의 현실은 ‘집행과 실행’이라는 측면에만 맞춰 있어 존재 목적이 ‘자문 기구’, ‘경청 기구’로 재인식하여 자리 잡아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결정을 만들어가는 것’과 ‘결정을 내리는 것’의 조화가 있어야 하고, 평의회는 ‘만들어가는 것(making)’에 참여하고 그것을 목자에게 자문하고, 목자는 그중 ‘결정을 내릴(taking)’ 수 있도록 본질적으로 쇄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제도적 장치는 어떤 특정한 단계에서만 마련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단계에 걸쳐, 곧 본당의 여러 단계를 비롯하여 각 지구와 교구, 더 나아가 주교회의와 보편 교회에 이르기까지 충만히 마련되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9. 식별과 결정

지금까지 교회 내 의사 결정은 사제 중심적 내지 독단적으로 내려졌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났다. 본당에서 신자들의 의견이 반영된다고 하더라도 소수의 의견만 반영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었다. 공동체 전체보다 몇몇 주요 임원들과 본당 신부가 상의해서 주요한 의사 결정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하였다. 이렇게 충분한 참여와 토의 과정 없이 결정된 사안은 냉소와 비판, 무관심의 대상이 된다고 진단하였다.

그렇지만 결정을 내리는 성직자들 역시 자신에게 과도하게 부과된 책임 의식과 결정 구조 속에 어려움을 느낄 때가 있음이 확인되었다. 평신도들 편에서는 대화를 원하지만 막상 대화에 나서는 것에는 수동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수도자들은 의사 결정 과정에서 배제될 때 무력감을 느끼며, 의사 결정 과정에서 공동 협의의 한 주체로서 역할이 존중받기를 희망하였다.

교구와 본당의 대형화가 의견 개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의견도 제시되었다. 그러므로 신자들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도입하여 발언의 기회를 제공하고, 책임감과 참여 의식을 향상시키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점이 무엇보다 강조되었다. 연령, 구역·반, 단체 등 소공동체 모임을 통해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논의하며, 이 과정에서 다수가 아닌 소수의 의견(반대 의견)도 묵살하지 말고 고려해 주기를 희망하였다. 더불어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 역시 식별과 결정의 과정에 배제되지 않고 참여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의사 결정 과정에서 회의의 진행 방식 역시 중요하게 언급되었다. 경청과 자유로운 발언, 대화를 위해서 자리 배치, 회의 주재자(사제보다 평신도가 진행하는 편이 나음), 회의 중 기도와 침묵의 시간 마련 등이 중요한 요소로 언급되었다. 이번 시노드 여정이 좋은 모범이 됨을 체험하였으며, 이러한 방식이 교구와 본당에 뿌리내리기를 바란다는 의견이었다.

더불어 의사 결정 과정에 있어서 합당한 근거를 형성하는 것은 ‘여론’이 아니라 ‘하느님 말씀’에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되었다. 곧 공동체의 구성원 개인의 이익이나 주장에서 벗어나 공동체의 영적 선익을 먼저 생각하며, 하느님께서 지금 우리에게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중요 결정을 내릴 때 형식적인 시작·마침 기도가 전부였음을 성찰하며, 중요한 문제를 결정할 때는 특별한 지향으로 전례의 시간을 가지고 회의에 임하기를 희망하였다. 교회 공동체의 결정이 곧 성령께서 하시는 결정이 되기 위해서는 사안에 맞는 기도를 선정, 신자들이 지속적 지향을 두고 기도를 바치며 미사 전례를 통해 성령의 도우심을 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이러한 식별의 과정을 통해 내린 결정에 대해서는 주요 과정과 내용을 반드시 공동체에 다시 알려주어야 구성원의 참여와 공동체 의식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10. 시노달리타스 안에서 이루는 우리의 양성

시노드 정신을 올바로 이해하고 자신에게 맡겨진 사명을 실천하는 삶으로 나아가기 위한 양성이 필수불가결한 요소임에도 아직 만족스럽게 이해되고 있지 못하다. 시노드 정신이 단순한 신학적 개념으로 남지 않고, 생활 방식이자 활동 방식으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이 시노드의 여정이 하나의 이벤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대화와 체험의 공유를 통해 이해와 양성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또한 타인의 짐을 함께 짊어질 수 있는 동반자 의식을 함양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교회 구성원들은 시노달리타스의 중요성을 의식하며 이에 대한 교육과 양성을 기다리고 있다.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모두 각자의 신원에 맞게 시노달리타스의 여정을 밟아가야 한다.

경청과 참여와 대화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교회 구성원 모두 하느님의 자녀답게 말하는 능력과 경청 방법, 그 안에서 성령의 말씀을 식별할 수 있는 능력을 배울 수 있는 교육의 기회가 필요하다. 또한 하느님 백성으로서 동등하지만 고유한 품위와 권한과 책임 의식을 배양할 수 있도록 교회에 대한 이해와 신앙인의 올바른 자세에 관한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개진되었다. 더불어 평신도들이 개개인의 열성과 의지로 교육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교회 공동체 안에서 더 많은 권한을 주고 사명감을 심어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서로 배우고 나눔으로써 교회의 사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만남과 대화, 체험의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

성직자들은 자신의 신원과 사명을 심화하는 지속적인 양성 과정을 밟아가야 한다는 점이 주목되었다. 사제들이 기도의 힘, 은총의 힘으로 살아야 하지만 영적 힘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시노달리타스 정신에 따른 사제들의 초기 양성(신학교)부터 시작해 시노달리타스를 살아가기 위한 지속 양성, 병환이나 소진된 힘을 회복하기 위한 돌봄 양성 등 연차별 단계별 양성 과정이 필요하다. 또한 급격히 변화하는 사회를 이해하고 함께 대화할 수 있도록 새로운 문화와 트렌드를 하느님 백성의 양성에 적절히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III. 결론
한국 교회는 시노달리타스를 통해 교회의 사명 곧 복음화를 이 지역 교회에서 실현하는 데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와 그 어려움의 원인이 무엇인지 깨닫고, 더불어 복음화를 위해 지속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성령의 이끄심을 통해 식별하였다.

첫째, 하느님 백성 구성원들인 평신도, 수도자, 성직자들이 저마다 자신의 고유한 정체성을 충만하게 실현하지 못하고 있음을 깨닫고 이를 성찰하였다. 곧 각자의 고유한 역할과 사명을 충분하게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것의 가장 큰 원인은 구성원들의 관계가 교회적이기보다는 세속적으로 이해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교회 구성원들이 친교와 시노달리타스를 향한 회심을 통해 각자의 고유한 방식으로 정체성과 사명을 살아가며 모두가 함께 하느님 백성의 공통된 사명을 함께 수행한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성찰하여야 한다. 이러한 성찰을 바탕으로 평신도, 수도자, 성직자의 양성 과정은 각자의 정체성을 올바로 인식하고, 상호 경청과 동반의 중요성을 확인하며 실천하는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이루어져야 한다. 특별히 하느님 백성의 구성원 모두가 함께하는 시노달리타스 여정에서 전례, 성체성사와 기도의 중요성이 강조될 필요가 있다.

오늘날 한국 교회에서 말씀과 성체성사를 기초로 한 전례에 대한 신자들의 열망이 있지만, 이 안에는 형식적이고 역동적이지 못한 측면이 여전히 존재한다. 하느님 백성의 모든 구성원은 세례성사를 위한 준비 단계부터 전례의 충만하고 능동적인 참여자와 봉사자임을 인식할 수 있도록, 특히 ‘성사의 의미에 대한 교육’을 통하여 전례에 더욱 역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식과 프로그램으로 체계적인 교육을 받아야 한다.

둘째, 한국 교회에서 하느님 백성은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기 위하여 서로 더 많이 소통해야 한다. 따라서, 사목자와 평신도 그리고 수도자가 서로 경청하고 소통하면서 시노달리타스의 방식으로 지역 교회의 복음화를 실현할 수 있도록 노력하며, 이를 위해 교구 차원에서 교회법과 각종 교회 문헌에서 명시하고 있는 사목 평의회가 실질적인 역할을 하도록 활성화하는 것은 물론, 본당을 비롯한 신자들의 공동체 안에 다양한 소통의 창구가 제도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셋째, ‘변방으로 나아가는’ 하느님 백성의 노력은 시노달리타스의 실현을 통한 복음화의 주요 과제이다. ‘착한 사마리아인의 행동 양식’은 사랑에 대한 증언들이 동반된 형제애를 증진시킨다. 이는 주변부의 고통이 헌신에로의 초대임을 받아들이고 환대로 동반하는 여정을 위해 ‘변방으로 나아가는’ 노력을 의미한다. 주변부로 나아가는 교회의 관심과 실천은 교회의 근본 사명임을 자각하여야 한다. 우리에게 주변부는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 특히 여러 어려움과 고통에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들, 가난한 이들, 이주민과 난민, 북한 이탈 주민, 독거노인, 경제적 궁핍에 시달리는 노인, 미혼모, 국가 폭력에 희생된 이들, 청소년과 어린이, 소외된 여성들, 여러 가지 이유로 신앙생활을 쉬고 있는 교우들, 타 교파·타 종교인들, 생명의 가치를 훼손하는 모든 세속적 흐름에 대항하는 의로운 이들 등일 것이다. 교회는 약하고 어려운 사람들 안에서 하느님 사랑을 드러내며, 늘 깨어서 이들에게 다가가고 함께하는 여정의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 한국 교회가 하느님의 정의와 공동선 증진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을 토대로 세상과 대화하고 어려움 속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그들을 통해 얻는 사랑의 체험들은 교회의 삶을 쇄신하고 변화시킬 것이다.

넷째, 한국은 오랜 기간 전쟁과 분단으로 고통받아 왔다. 여전히 존재하는 이념 대립은 한국 사회의 분열을 초래하고 있다. 이런 특수한 삶의 자리에서 한국 교회는 지치지 않는 평화의 증언자로서 한반도의 화해와 통일, 그리고 북한 지역의 복음화를 향한 지원과 협력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다섯째, 지구가 공동의 집임을 깊이 깨닫고 생태적 회심에 따라 그동안 한국 교회에서 미진하였던 생태계와 환경 보전을 위한 실천과 운동을 더욱 적극적으로 펼쳐야 할 것이다. 교회는 교회 자신만을 위해 존재하지 않으며 하느님 백성은 세상, 그리고 하느님이 창조하신 것들과 유리되어 살아갈 수 없다. 자연과 세상, 그리고 인간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기에 하느님의 백성은 세상 안에서 성령의 뜻을 읽으며 서로 소통하고 모든 피조물과 함께 보편적 친교를 이루어야 한다.

시노드를 위한 경청과 나눔 안에서 말씀은 하느님의 백성을 양육하였고, 성령께서는 우리를 이끌어 그분의 은사를 통해 그리스도 안에서 세례받은 이로 살아가도록 성장시켰다. 한국 교회의 하느님 백성은 공통의 사명과 책임 속에서 한국 교회의 시노드 여정의 활력과 기쁨을 느끼며 이 종합 보고서를 제출하며, 한국 교회가 보편 교회와 함께 친교, 참여, 사명의 시노드 교회를 향해 나아가도록 하는 데 필요한 동력이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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