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상식 팩트 체크] (9) 주님 부활 대축일은 양력일까? 음력일까?
- 작성일2024/03/04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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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력과 음력 모두 사용한 방법으로 결정
니케아공의회에서 결정된 방법
‘춘분 뒤 보름달 다음에 오는 주일’
역법 다른 정교회와는 차이 있어
2025년 희년엔 날짜 통일되길 기대
바티칸 시스티나경당의 프레스코화 ‘325년의 니케아공의회’
주님 성탄 대축일은 12월 25일입니다. 그럼 주님 부활 대축일은 몇 월 며칠일까요? 대충 4월쯤이었던 것 같은데 정확한 날은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올해 주님 부활 대축일은 3월 31일입니다. 그런데 지난해는 4월 9일이었고, 지지난해는 4월 17일이었습니다. 설·추석을 음력으로 쇠는 우리로서는 양력 날짜가 들쑥날쑥한 것이 낯설지만은 않습니다. 어쩐지 음력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주님 부활 대축일의 음력 날짜를 보니 올해는 2월 22일, 지난해는 2월 19일, 지지난해는 3월 17일입니다. 양력도 음력도 딱 들어맞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주님 부활 대축일은 어떻게 정할까요? 주님 부활 대축일은 춘분 뒤 보름달이 뜬 후에 오는 주일로 정합니다.
춘분은 밤과 낮의 길이가 같아지는 날입니다. 태양이 기준이다 보니, 보통 양력으로 세는 날이지요. 양력으로 평년에는 3월 21일이, 윤년에는 3월 20일이 춘분입니다. 그런데 ‘보름달이 뜨는 날’은 음력 15일입니다. 그리고 다시 ‘주일’은 양력입니다. 굳이 따지자면 주님 부활 대축일은 양력과 음력을 모두 사용해서 정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왜 이런 복잡한 계산법이 나왔을까요? 주님 부활 대축일은 그리스도인 예수님께서 파스카 신비를 완성한 날, 곧 예수님께서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것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구약의 파스카 축제와 연결되는 날이다 보니 초기 유다인 신자들은 유다력으로 파스카 축제일인 니산(nisan)달 14일에 성찬례를 지내며 주님 부활 대축일을 기념했습니다. 유다력은 우리 음력처럼 달의 삭망을 기준으로 하는 역법입니다. 그러면서도 춘분이 있는 달을 한 해의 첫 달인 ‘니산’달로 삼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럽지역의 신자들은 유다력의 파스카 축제일이 아니라 그 다음에 오는 주일에 주님 부활 대축일을 기념했습니다. 예수님이 안식일 다음날, 바로 주간 첫날인 ‘주일’에 부활하셨기 때문입니다. 또 당시 유럽에서 사용하던 율리우스력과 유다력, 이집트 지역 등이 정한 춘분 날짜가 달라 각 지역마다 주님 부활 대축일 날짜가 달라지고 말았습니다. 같은 그리스도인이면서도 어느 곳에서는 단식과 참회를 하고, 어느 곳에서는 부활 축제를 벌이는 웃지 못할 풍경이 벌어진 것이지요.
그래서 325년 니케아공의회 교부들은 「거룩한 부활절에 대한 거룩한 니케아공의회 교령」을 통해 춘분 후 보름달 다음 주일에 온 교회가 함께 주님 부활 대축일을 지낼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날에도 주님 부활 대축일의 일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16세기 기존 율리우스력의 오차를 수정·보완한 그레고리오력이 도입됐지만, 동방 정교회는 기존 율리우스력을 따르면서 ‘춘분’ 날짜가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다행스럽게도 동방정교회의 바르톨로메오 총대주교는 “(가톨릭과 동방정교회)양측 대표가 주님 부활 대축일 날짜를 통일하는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며 “주님 부활 대축일 통일은 2025년 희년의 가장 중요한 순간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2025년은 니케아공의회 1700주년이라 주님 부활 대축일의 통일이 더 기대됩니다.
출처 : 가톨릭신문 |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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