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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상식 팩트 체크] (10) 신부님도 가끔 ‘핑크’를 입는다?
  • 작성일2024/03/11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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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에 두 번 입을 수 있는 ‘장미색 제의’

각각의 축일과 전례 시기에 따라
상징과 의미 드러내는 색깔 지정
사순 제4주일과 대림 제3주일에
장미색 제의로 기쁨·즐거움 표현


신부님하면 어떤 색이 떠오르시나요? 평소에는 수단의 검은색이 떠오르고 미사 중에는 전례시기에 따른 여러 색이 떠오릅니다. 그런데 신부님이 ‘핑크’를 입을 때도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전례에서 색깔은 전례의 의미를 한눈에 보여주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사제는 전례에 따라서 다른 색깔의 전례복을 착용해서 신자들에게 그날 전례의 의미를 알려주고, 전례에 더 깊이 참여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줍니다. 「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은 “거룩한 옷에 여러 가지 색깔을 쓰는 것은 거행하는 신앙의 신비의 특성과 전례주년에 따라 진행되는 그리스도교 삶의 의미를 겉으로도 더욱 효과 있게 드러내려는 것”이라고 그 의미를 설명합니다.(345항)

전례복의 색깔을 활용한 것은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특히 12세기 인노첸시오 3세 교황님은 전례 축일과 각 시기에 따라 전례복의 색상을 사용하도록 규정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전례 안에서 활용했습니다. 이후 비오 5세 교황님이 이 규정을 「로마 미사 경본」에 반영했습니다.

교회는 오랜 전통에 따라 각각 전례를 나타내는 색깔을 지정하고 있습니다.

먼저 흰색은 그리스도의 거룩한 변모와 부활한 그리스도의 옷을 상징하면서 영광, 결백, 기쁨을 드러냅니다. 주로 부활·성탄 시기나 주님과 성모님, 성인들의 축일에 사용합니다. 뜨거운 사랑과 피와 불을 상징하는 빨간색은 주님 수난 성지 주일, 주님 수난 성금요일, 성령 강림 대축일, 주님의 수난 행사, 순교자들의 축일 등에 사용합니다. 초록색은 신자들의 생활과 소망을 의미하며, 연중 주일과 연중 평일에 쓰입니다. 보라색은 죄에 대한 뉘우침과 속죄, 그리고 고행과 금식을 나타냅니다. 사순·대림 시기나 위령미사에 사용합니다.

이 밖에도 성대한 전례 중에는 황금색을, 장례·위령미사 때는 검은색을 쓰기도 합니다. 또 각 주교회의가 사도좌에 제안해 각 지역교회에 필요한 전례색을 쓰기도 하는데요. 한국 교구들에서는 특별히 성대하고 기쁜 전례 예식 때는 황금색을, 죽은 이를 위한 미사와 시간 전례에서는 흰색을 사용합니다.

그리고 1년에 딱 2번 입을 수 있는 색이 있습니다. 바로 장미색이라고도 부르는 분홍색입니다. 장미색 제의는 오늘 사순 제4주일과 대림 제3주일에 입습니다. 이날들은 장미색 제의를 입는 주일이라 해서, ‘장미주일’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 두 주일은 각각 즐거워하여라 주일(Gaudate, 사순 제4주일), 기뻐하여라 주일(Laetare, 대림 제3주일)이라고 부릅니다. 각각 그날 주일미사 입당송의 첫 단어에서 따온 말입니다. 사순과 대림은 각각 참회와 절제를 통해 부활과 성탄을 준비하는 기간입니다만, 곧 다가올 부활과 성탄을 희망하면서 기뻐하고 즐거워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물론 반드시 장미색 제의를 입어야 하는 것은 아니기에, 장미색 제의를 사용하지 않는 본당도 있습니다. 혹시 오늘 ‘핑크’ 옷을 입은 신부님을 보지 못하더라도, 장미주일의 의미를 기억하면서 다가오는 예수님의 부활을 장밋빛처럼 환한 마음으로 기다리면 어떨까 합니다.


출처 : 가톨릭신문 |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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