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소개

2005년 성탄 메시지
  • 작성일2020/03/12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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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성탄 메시지]

 
하느님 마음에 드는 사람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 (루카 2,14)
 
 
 
 
아기 예수님의 평화가 신자 여러분의 가정에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대림절의 뜻 깊은 시기를 보내고 기쁜 주님의 성탄을 맞게 되었습니다. 이 기쁜 소식은 하느님의 성전이 있는 예루살렘에서부터 당연히 시작되어야 하는데, 베틀레헴 들판의 목동들에게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두려움에 사로잡힌 목동들에게 하느님의 천사는 아기 예수님의 탄생의 기쁜 소식을 알려주며, “갓난아기가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어있는 것을 보게 될 터인데 그것이 바로 그분을 알리는 표이다.”라고 설명해줍니다. 목동들은 천사로부터 기쁜 소식을 전해 듣고 베틀레헴으로 달려가서 구유에 누워있는 아기를 만나게 됩니다. 그 아기를 알아보는 표시는 사람들이 상상할 수도 없는 너무도 소박하고 인간적인 모습이었습니다. 그 자리는 꾸밈으로 포장되거나 화려함도 없는 그저 가난함의 “구유”가 있을 뿐이었습니다.
 
 
 
 
하느님 마음에 드는 사람들은 누구이겠습니까? 정직하고 진실한 사람, 세상에 살면서도 마음은 이미 천상 것을 그리워하는 사람, 하느님을 두려워하면서도 사랑하는 사람일 것입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세상은 혼란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어느 것이 옳고 어느 것이 그릇된 삶인지를 분간하기가 힘들 때도 있습니다. 우리 신앙선조들은 비록 가난하고 어려운 가운데에서 살았을지라도 지조를 지키는 선비정신을 바탕으로 세상을 살았습니다. 그래서 당장 내 앞의 이익이 되는 것이라도 옳은 것이 아니면 받아들이지 않고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 없이 살려고 했습니다.
 
 
 
 
정치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는 현재 살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올바른 가치관도 신앙적인 삶도 이끌어 가기가 힘겹게 느낄 때가 많을 수도 있습니다. 요즈음 우리 생활 깊숙이 영향을 주는 것이 있다면 웰빙이라는 바람일 것입니다. 이 풍조는 ‘내일의 희망을 안고 현재의 고통과 어려움을 잘 극복하자’는 정신보다는 ‘미래야 어떻게 됐든 오늘이 행복하면 된다.’는 극단적인 자기중심이나 현실주의로 몰고 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누릴 수 있는 현재의 것을 가능한 즐기는 삶의 목표로 바뀔 수 있습니다. 우리의 이 세상이 현실만족만을 내세우는 방향으로 나간다면, 당연히 자본주의의 병폐인 소비문화를 부추길 것이고 ‘금전이면 다 통한다.’는 물질 만능주의로 빠져들 위험도 클 것입니다. 그러한 가치관에 젖어 살다보면 신앙은 거추장스러운 장식에 불과하고 주님의 탄생 사건은 이해될 수 없는 지난날의 이야기로 남겨질 수도 있습니다.
 
 
 
 
이번 겨울은 다른 해보다 유난히 춥고 서해안과 호남지역으로는 많은 눈으로 큰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이런 소식을 접하며 우리는 이런 저런 걱정으로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요즈음의 상황은 가득이나 경제적으로 어려웠는데 의지할 곳 없는 가난한 이들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힘든 현실 앞에 아기 예수님께서 고통 받는 그들과 함께 해 주시기를 우리 모두 마음을 모아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이제까지 우리는 정치적으로도 많은 혼란스러움을 겪고 있는데, 이번에는 지방 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정가는 술렁이고 있습니다. 깨끗하고 정의로운 선거를 하자는 구호를 내세우면서도 막상 선거운동 중에는 혼탁하고 실망스러운 분위기로 치닫는 경우들을 우리는 보아왔습니다. 이제 진정한 법 정신과 성숙한 민주정신이 바탕이 될 때 비로소 남북통일 과업과 세계평화건설 대열에 들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봅니다. 이번에는 참으로 양심적이고 나라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을 정치 봉사자로 선택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모두가 현실직시 할 수 있는 눈으로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느님께 간절히 청해야 할 때입니다.
 
 
 
 
성탄시기를 맞는 우리는 어두운 들판에서 양떼를 지키며 천사를 만났던 목동들처럼 우리 자신의 위치에서 성실하고 진실하게 살면서 하느님의 사랑받는 신앙인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우리는 뜻 깊은 교구설정 40주년을 보내고 ‘생명을 지키는 가정’의 해를 맞아 희망의 시기를 맞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로 어려웠던 한 해였지만 하느님께서 베풀어 주신 은혜에 감사하며 기쁜 주님의 성탄축일 맞아야 하겠습니다. 나아가 어려운 이웃과 함께 가진 것을 나누는 우리 삶을 통하여 주님의 나라를 증거 하고 어둠 속에서도 주님의 빛을 비추며 주님께서 얼마나 좋으신지 세상 끝까지 전합시다.
 
 
 
 
하느님께는 영광과 찬미가 되며 진정한 평화가 이 땅위에 내리기를 기도하며, 아울러 주님 성탄의 기쁨과 평화가 함께 하기를 빕니다.

 
 
2005년 성탄절에
원주교구장 주교 김 지 석 야고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