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부활 메시지
- 작성일2020/03/12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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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부활 메시지]
주님의 부활을 여러분과 함께 기뻐하며 축하합니다.
우리는 주님 부활의 증인
그동안 우리는 거룩한 사순절을 통하여 주님의 수난과 죽으심에 참여했고 부활의 기쁨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죽음을 이기신 주님의 부활은 우리 신앙의 바탕이며 힘입니다. 밤이 아무리 캄캄하다 하더라도 날이 밝으면 그 어두움은 사라집니다. 주님의 부활도 빛과 같아서 위협적인 죽음의 세력이라도 역동적인 생명으로 바꾸어 놓습니다. 이제 고통과 슬픔의 수난은 사라지고 부활은 우리를 밝게 비추고 있습니다. 부활성야의 전례시작은 ‘빛의 예식’으로 시작합니다. 우리는 어두움 속에서 부활초에 불을 밝히며 하느님께서 어둠에서 빛을 창조하신 그 신비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구약의 탈출기는 이스라엘 자손들이 이집트를 탈출하여 홍해의 한 가운데 마른땅을 건넜던 사실과 광야의 삶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거칠고 황막한 사막에서 이스라엘 백성은 많은 시련을 겪어야 했습니다. 사십 여 년의 기간이 끝나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땅으로 들어 갈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부활시기에 구약의 이 사건을 묵상하며 주님의 부활사건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아들이셨지만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인간이 겪어야 할 수난의 고통과 죽음을 맞아야 하셨습니다. 우리는 영광의 부활이 있기 전에 고통의 수난과 십자가가 있었음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마르코 복음은 안식일이 지난 다음 날 마리아 막달레나와 야고보의 어머니 마리아가 예수님 무덤을 찾은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무덤에 들어가 보니 한 젊은이가 하얗게 긴 겉옷을 입고 앉아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러나 그 젊은이는 그들을 안심시키며 주님 부활의 기쁜 소식을 전해줍니다. 그리고 베드로와 다른 제자들에게도 예수님께서 생전에 말씀하신대로 갈릴래아로 먼저 가실 것이고 그곳에서 뵙게 되리라는 사실을 전하라고 일러줍니다. 제자들이 주님의 부활을 미처 깨닫지 못하지만 뒤 늦게 주님을 뵙고 나서야 깨닫습니다. 그들이 겪은 실망과 슬픔이 컸기 때문에 바로 그 그늘에서 벗어 날 수는 없었지만 뒤 늦게나마 그 기쁨을 나누며 부활하신 주님을 뵙게 됩니다.
우리 주님께서는 죽음의 어두움에 머무르지 않으시고 부활의 빛으로 세상을 밝히셨습니다. 주님의 부활은 죽음의 슬픔을 기쁨으로 바꾸어 놓습니다. 제자들은 큰 기쁨과 함께 부활하신 주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자들은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세상에 나가 주님의 복음을 선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주님의 부활은 제자들 뿐 아니라 우리에게도 빛의 증인이 될 수 있게 해줍니다. 사도 바오로의 말씀대로 이제 우리는 그리스도 예수님과 하나 되는 세례를 받고 그분과 함께 죽고 묻혔으며 아버지의 영광을 통하여 그리스도께서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나신 것처럼 우리도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되었습니다(로마 6,3-11).
우리는 부활 성야 미사 중에 세례 서약 갱신을 통하여 촛불을 들고 서서 세례 때에 한 신앙의 약속을 새롭게 합니다. 세례로 파스카 신비에 참여하며 마귀와 그 행실을 끊어 버리고, 교회 안에서 하느님을 섬기겠다고 다짐하며 세례 서약을 새롭게 합니다.
오월에는 지자체 선거가 있어 벌써부터 선거열기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양심적이고 진정으로 주민을 위하고 산재된 나라 일을 위해 정직하게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을 유권자들이 현명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이번 선거가 좀더 성숙된 시민의식과 진정한 민주주의의 발판이 되는 계기가 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주님께서 부활의 영광을 위해 먼저 십자가의 고통과 죽음을 맞으신 것처럼, 우리도 어려움이 있다하더라도 흔들림 없이 진리를 증거하며 부활의 증인으로 세상을 비추는 빛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와 함께 죽었으니 그분과 함께 살리라고 우리는 믿습니다.” (로마 6,8)
2006년 부활대축일에
천주교 원주교구장 주교 김 지 석
천주교 원주교구장 주교 김 지 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