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소개

2009년 부활 메시지
  • 작성일2020/03/12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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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부활 메시지]

“나눔을 통한 봉사와 이웃 사랑”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주님 부활의 기쁨과 평화가 여러분 가정에 가득하시기를 빕니다.
 
 
수난과 죽음을 이기시고 주님께서는 부활하셨습니다. 구약의 어떤 사람도 스스로 죽음으로부터 부활한 적이 없습니다. 그러기에 주님 생전에 몇 차례 부활에 대한 가르침과 예고를 하셨지만 제자들은 이해하지 못했고 무덤에 다다랐던 마리아 막달레나와 제자들도 빈 무덤만을 확인하고 당황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요한 20,9)에서도 이 사실을 전하고 있습니다. “사실 그들은 예수님께서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나셔야 한다는 성경 말씀을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주님의 제자들처럼 죽음을 체험하지 못한 우리에게도 예수님 부활사건은 생소한 것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당신 부활을 깨닫지 못했던 제자들에게 부활의 모습을 보여주신 것처럼 우리에게도 그 기쁨과 영광을 나누어 주시리라는 희망을 간직할 수 있습니다. 제자들이 즉시 주님의 무덤에서 주님의 부활을 깨닫지 못했다하더라고 얼마 후에 사도 베드로는 두려움이 아닌 기쁨과 용기를 갖고 주님의 수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의 증인으로 다음과 같이 선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분께서 유다 지방과 예루살렘에서 하신 모든 일의 증인입니다. 그들이 예수님을 나무에 매달아 죽였지만, 하느님께서는 그분을 사흘 만에 일으키시어 사람들에게 나타나게 하셨습니다.”(사도 10,39-40) 이와 같이 주님의 부활사건은 제자들이 체험한 것처럼 우리에게도 한 없는 용기를 갖게 해줍니다.
 
 
우리의 현실은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경제와 정치적인 혼란에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주님의 수난과 죽음이 주었던 슬픔과 아픔이 이 현실에서 재현되는 듯합니다.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는 실직자들이 늘어나고 그 고통을 겪어야 하는 그들 가정의 시름도 더욱 깊어가고 있는 현실입니다. 더 우리를 아프게 하는 것은 젊은이들의 실직자가 늘어나고 사는 것이 막막한 사실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이 불안은 우리에게 큰 고통이 되고 있습니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고통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 평범하면서도 분명한 진리가 우리의 문제를 푸는 지름길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의 고통은 우리 각자가 나누려는 실천에서부터 해결될 수 있습니다. 진리는 먼 곳에, 그리고 추상적인 이론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가까이에 있는 것입니다. 현실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우리 선조들이 어려움을 끈기와 슬기로 풀어나간 것처럼 우리도 하나하나 극복해 나갈 수 있습니다. 그 길은 우리 스스로가 사랑의 공동체를 만들고 일치 하는 데에서부터 가능한 것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사회의 여러 상황에서 비판만을 내세우며 남에게 탓을 돌리는 모습들을 보아왔습니다. 우리의 이러한 현실을 보면 과거에 나라를 어지럽혔던 사색당파의 어두운 면을 보는 것 같습니다. 사실 우리 자신을 반성해 본다면 누구의 잘잘못을 파헤치며 무조건 비방과 자기주장만을 내세우기보다는 먼저 자신의 부족함을 고백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그래서 우리 스스로 먼저 사랑으로 내 이웃의 상처를 감싸며 치유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사랑의 바탕이 마련될 때, 비로소 우리는 먼저 우리가 할 수 있는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것입니다. 용서와 화해가 있는 곳에는 진정한 나눔의 실천이 따를 수 있고 그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나오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경제가 어렵다고 한탄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 이웃과 작은 것부터 나누고 배려할 수 있다면 정치적으로 또 사회적인 운동으로 전개하는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사회 안에서 제일 힘든 것은 사회 깊숙이 뿌리박고 있는 극단적인 이기주의입니다.
 
 
초대 교회 공동체에서 서로 가진 것을 나누었던 표양이 우리에게 좋은 지침이 될 수 있습니다. 부활의 기쁨은 신자들이 서로의 것을 나누는 것에서 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비록 교회가 박해받는 어려웠던 시절이었지만 사랑의 공동체는 그 모든 것을 극복하고 기쁨과 희망으로 가득 찰 수 있었습니다. 이런 역사적 사실을 사도행전은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습니다. “그분께서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나신 뒤에 우리는 그분과 함께 먹기도 하고 마시기도 하였습니다.” (사도 10, 41ㄴ).
 
 
우리는 경제적 정치적으로 어려운 현실이라고 해서 희망마저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죽음을 이기신 주님의 부활은 우리에게 현실의 어려움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계십니다. 우리는 무기력하게 현실을 한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도와주시도록 간절히 기도하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하나 실천해야 할 것입니다. 세상이 이기적이라고는 하지만 우리의 나눔 정신이 있으면 서서히 어려움이 걷히고 찬란한 주님의 모습이 드러날 것입니다. 세상이 어렵다고 해서 우리마저 한탄한다면 누가 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겠습니까? 주님께서는 부활하심으로서 이 현실을 올바로 보고 난관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이정표를 주셨습니다. 이제 우리는 주님 부활의 기쁨을 함께 나누며 봉사를 통하여 이웃에게 사랑을 실천합시다.

 
 
 
 
천주교 원주교구장 주교 김 지 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