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사순 제3주일 교구장 메시지
- 작성일2020/03/23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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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사태 속에서 사순 제3주일을 맞이하며 원주교구 교우 여러분들에게
+ 찬미예수님,
친애하는 원주교구 교우 여러분!
사순 제 3주일입니다. 아직도 미사를 함께 하기 위해서는 코로나 19 사태가 진정되기를 기다려야 하는 답답함이 있습니다. 그러나 용기를 잃지 말고 인내합시다. 사도 바오로께서는 로마 교회에 보내는 서신에서 말씀하십니다.“우리는 환난도 자랑으로 여깁니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환난은 인내를 자아내고, 인내는 수양을, 수양은 희망을 자아냅니다. 그리고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로마 5,3-5) 사도 바오로의 이 말씀은 오늘날 어려움을 겪는 우리들에게 하시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이 어려움을 인내로 견디며 희망을 가집시다. 그간 우리가 얼마나 편하게 서로 만나고, 자유롭게 오갈 수 있었는지를 돌이켜 보며,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신부님들이 신자들을 그리워하고, 신자들이 미사를 그리워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우리는 모세를 통하여 지도자의 책임에 관한 것을 읽을 수 있습니다. 모세 시대에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에서 해방시켜준 은혜를 잊어버리고 먹고 마시는 일이 궁핍하여 모세에게 불평하였습니다. 어쩌면 우리들의 모습일 수 있습니다. 고마운 일에 대해 감사하는 것은 잠깐이고 다시 어렵게 되면 불평불만을 쏟아내는 것은 이스라엘 백성들만의 태도는 아닐 것입니다. 모세는 불평하는 백성들을 위하여 바위에서 물이 터져 나오게 하는 기적을 보여줍니다. 그곳이 마싸와 므리바 였다고 합니다. 훗날 백성들이 하느님을 믿지 못하고 불평한 이 사건 때문에 모세는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에 들어가지 못하고 네보 산에서 삶을 마감하게 됩니다. 신명기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저것이 내가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야곱에게, ‘너희 후손에게 저 땅을 주겠다.’하고 맹세한 땅이다. 이렇게 네 눈으로 저 땅을 바라보게는 해주지만, 네가 그곳으로 건너가지는 못한다.”(신명 34, 4) 지도자의 운명은 그런 것입니다. 백성들의 잘못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존재들입니다. 과거 임금들은 가뭄이나 천재지변에 대한 책임을 져야 했습니다. 그러므로 몸을 깨끗이 하고 손수 기우제를 드렸습니다. 책임감이 강한 지도자들이 많이 필요한 우리 시대입니다.
제2독서는 예수님이 우리의 죄 때문에 죽으셨다는 것을 전해줍니다. “우리가 아직 죄인이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돌아가심으로써, 하느님께서는 우리에 대한 당신의 사랑을 증명해 주셨습니다.”예수님이 우리의 죄 때문에 죽으신 것은 책임 때문이 아니라 사랑 때문이었습니다.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친구를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요한 15,13) 그렇습니다. 예수님은 우리 죄인을 위하여 목숨을 내 놓으면서 하느님의 크신 사랑을 보여주셨습니다. 예수님이 이런 사랑을 보여주신 것은 우리도 그렇게 하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나의 계명이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5,12) 요즈음 대구를 찾아가서 코로나 19와 싸우는 의사와 간호원들을 비롯한 많은 자원 봉사자들을 봅니다.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우리 시대의 고마운 애국자들입니다.
오늘 복음은 물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줍니다. 물은 생명과 직결됩니다. 보름 정도 굶을 수는 있어도 물을 마시지 않으면 가능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몸의 80%가 수분이라 했습니다. 젊을수록 몸에 수분이 많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날마다 많은 양의 물을 섭취해야 합니다. 고대 철학자 탈레스는‘물’이야말로 만물의 근원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만큼 필수적이고 중요하다는 뜻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영원한 생명을 위한 물을 말씀하십니다. 다시는 목마르지 않는 물을 언급하십니다. 공자님은‘아침에 도를 깨치면 저녁에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하신 바 있습니다. 공자님은‘도(道)’가 목말랐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 때 국가대표 축구 감독이었던 히딩크는‘배가 고프다.’고 했습니다. 그가 고팠던 것은 골이었고, 승리였습니다. 여러분은 무엇에 갈증을 느낍니까? 여러분이 목말라 하고, 배고파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예수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물은 무엇일까요? 오늘 야곱의 우물가에서 사마리아 여인과 대화를 나누었던 문맥을 살펴보면, ‘사랑’이 아닐까요?
이스라엘 사람들과는 적대감을 지녔던 사마리아 사람이었습니다. 더욱이 남녀의 차별이 강했던 시대였습니다. 사마리아 여인이 예수님께 던진 질문에서도 그런 상황을 잘 엿볼 수 있습니다. “선생님은 어떻게 유다 사람이시면서 사마리아 여자인 저에게 마실 물을 청합니까?”사마리아 여인에게 진정으로 필요했던 것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친교’, 자신의 어려운 처지를 알아주는 ‘관심’, 한 인간으로 대접해주는 ‘배려’가 우물물보다 더 간절했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은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 여자는 물동이를 버려두고 고을로 가서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사마리아 여인은 영원한 물을 찾았습니다. 물동이를 버려둔 채 복음을 전하기 시작했습니다. “와서 보십시오. 그분이 그리스도가 아닐까요?”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사마리아 여인은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예수님에게서 다시는 목마르지 않는 생명의 물을 얻었습니까? 여러분은 예수님에게서 복음을 들었습니까? 여러분은 과연 예수님에게서 그리스도를 보았습니까?
사랑하는 원주교구 교우 여러분! ‘자가 격리’처럼 지내는 이 사순절의 시기에 사마리아 여인처럼 예수님과 깊은 대화를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소외된 사람들, 어려운 사람들을 배려하고, 만나주고, 대화로 친교하시는 주님을 본받는 사순시기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과 하느님이 사랑과 성령의 친교가 여러분 모두에게 함께 하시길 빌며, 강복합니다.
여러분의 주교 조규만 바실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