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소개

2007년
우리의 터전인 가정․이웃․환경
둘째해 : 소외된 이웃과 함께 하는 우리
  • 작성일 : 2020-03-12
친애하는 교우 여러분, 금년 한 해는 국내외적으로 복잡하고 어수선한 시기였다고 생각됩니다. 그칠 줄 모르는 이라크 전쟁, 세계 도처에서 일어나는 끔찍한 테러로 말미암아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되고 최근에 불거진 북한의 핵실험 파장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우리가 알지도 못하는 곳에서 많은 이들이 불안과 위기에 시달려야 하고 가까이에는소외된 이웃들의 고통과 아픔들이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누르고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신앙의 바탕인 하느님 사랑에 대한 말씀과 더불어 “네 이웃을 네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레위 19,18)는 구약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이웃사랑에 대해서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심판 때에 구원의 조건인 선인으로 표현하는 양과 악인으로 표현하는 염소의 구분을 이웃사랑 실천으로 삼으셨습니다. 그래서 선인들에게 “내가 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헐벗었을 때에 입을 것을 주고, 나그네 되었을 때에 따뜻이맞아들였고, 병들었을 때 돌보아주었고, 감옥에 있을 때에 찾아 준” 사랑 실천을 설명하고 계십니다.(마태 25,35-37). 이 복음 말씀은 여러 번 들어 와서 그 내용을 외울 정도입니다. 그리고 생각이나 이론적으로 쉽게 받아들일 수 있지만 생활 속에서 실천한다는 것은 사실 어렵다는 것이 우리의 솔직한 고백입니다. 복음 실천의 중요성에 대해서 야고보 사도께서도 “믿음에 실천이 없으면 그러한 믿음은 죽은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야고 2,17). 

  이 복음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보면, 제2차 바티칸 문헌에 교회는 특히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과 함께 기쁨과 어려움을 나누며 그들의 고뇌에 동참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과 끊임없는 대화를 통하여 인생의 열망과 난제들을 알고 그들에게 복음의 빛과 평화를 가져다주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교회의 선교활동에 관한 교령 「만민에게」제2장 12).

  베네딕토 16세 교황님께서 2005년에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들에게 보내신 “하느님은 사랑이 십니다”라는 회칙서론에서 예수님께서 구약의 하느님 사랑의 계명(신명 6,4-5)과 함께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레위 19,18. 마르 12,29-31 참조)는 말씀을 하나로 묶으셨다고 설명하시며 특히 이웃 사랑의 계명에 대한 교회의 실천이 따라야 한다는 것을 가르치십니다. 아울러 사랑은 이제 더 이상 단순한 ‘계명’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우리에게다가오시는 사랑의 은총에 대한 ‘응답’이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십니다.   

  우리가 말하는 ‘소외된 이웃’에 대한 범위는 넓고 다양합니다. 사회복지 시설에서 외롭게 생활하는 노인들, 무의탁 노인들, 가정의 울타리가 무너지고 희생되는 자녀들, 고아원의 어린이들이 모두 우리의 소외된 이웃입니다. 또한 장애인, 노숙자, 재소자, 코리안 드림을 쫒아 한국 땅에 와서 고통을 받는 외국인 노동자들, 그리고 북한으로부터 탈출해서 이곳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새터민’들도 우리의 소외된 이웃이며 더 나아가 우리와 함께 한 믿음을가진 교우 중에 가정형편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신앙생활을 제대로 못하는 냉담자들도 소외된 이웃일 수 있습니다. 우리 주위에서 자주 만나는 이 소외된 이웃을 우리가 마음을 쓰지 않으면 쉽게 마음이 무디어지고 사회로부터 외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우리의 마음을 새롭게 하며 그들에게 다가 가려고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절약하며 힘들게 살아가야 하는 우리 자신이지만 부족한 것이나마 서로 나눌 수 있는 사랑의 마음이 가장 중요하며 그것을 바탕으로 소외된 이들의 벗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요즈음 들어 부쩍 우리를 어렵게 하는 것은 빈부차가 심각할 정도로 크다는 것입니다. 아쉬운 것 없는 부유한 사람들은 자칫 잘못하면 소외된 이들의 고통에 대해서 얼굴을 돌릴 수 있고 쉽게 무관심해질 수 있습니다.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해서 잘 나누는 것은 아닙니다.비록 생활이 어렵더라도 복음의 정신과 사랑이 바탕이 된다면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나눌 수 있을 것입니다. 

  내가 가지고 있어서 던져주는 식의 도움보다는 우리 자신이 쓰기에도 부족한 것을 함께 나누려는 마음이 주님 앞에서 더욱 소중한 것입니다. 그리고 꼭 물질적인것만이 나눌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없어지는 물질보다는 시들지 않는 따뜻한 관심과 배려의 마음이 더 고마울 것입니다.

  냉대와 불신 속에 닫혀 있던 이들의 마음을 여는 것은 한 마디의 진실 된 말, 따뜻한 미소가 될 수도 있습니다. 무조건 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고통에 함께 하며 내가 나눌 수 있는 것을 찾아 할 수 있는 일부터 먼저 시작해야 합니다. 그것이 아무리 작고 보잘 것 없다하더라도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에게 기적을 베풀어주신 주님의 놀라운 손길이 함께 하실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떠한 냉소나 무관심에서 지치거나 실망하지 않고 주님의사랑을 소외된 이웃과 나누며 어려운 이 땅에 씨를 심고 물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비록 겨울에는 무의미한 것 같지만 봄이 오면 새싹이 돋고 꽃을 피우며 놀라운 결실을 맺을 주님의 날이 올 것입니다. 그래서 소외된 이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힘겨운 그들의 몸을 부축하며 그들의 가슴에 그리스도의 희망을 새겨 줄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소외된 이웃에게 한 걸음 더 다가서는 작은 사랑의 마음을 전함으로써 함께 살고 있는 우리의 이웃부터 시작하여 교구 전체가 주님의 복음 정신 안에서 따뜻한 정으로 하나 되는 주님의 나라를 건설합시다.
 

2006년 11월 그리스도 왕 대축일에
                      천주교 원주교구장  주교   김 지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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