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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7월 성시간 묵상글
  • 작성일2020/06/18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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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품은 자는 고개 숙이는 것을 패배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요한 바오로 2세 성인 교황님의 참회
 
근대 교황님들은 모두 뛰어난 지도자이자 영성가였습니다. 그중에서도 요한 바오로 2세 성인 교황님은 굉장히 짧은 기간 내에 성인품에 올랐지요. 그분은 특히 한국에 두 번이나 방문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더욱 친숙한 분이기도 합니다. 요한 바오로 2세 성인 교황님의 행적을 간단히 표현한다면 한마디로 용서와 화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용서와 화해는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고 하느님의 은총을 입어야 가능한 덕행입니다.
구세주의 탄생 이천 년을 기념하는 특별 대희년에서 강조된 주제가 바로 용서와 화해였습니다. 그해 312일을 참회의 날로 규정한 요한 바오로 2세 성인 교황님은 참회의 표시인 보라색 제의를 입고 전 세계에서 모인 신자 1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거행된 사순 시기 미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가톨릭교회는 진리를 추구한다는 명목으로 다른 그리스도교 교회에 행한 폭력, 그리고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에게 보인 불신과 적의에 대해 용서를 구하고자 합니다.” 이날은 가톨릭교회의 역사를 새로 쓴 중대한 날로 기억됩니다. 그리고 같은 해 629일 교황청을 방문한 세계 동방 교회 대표단과 만난 자리에서 가톨릭교회가 동방 교회와의 관계에서 책임 있는 행동을 하지 못한 점에 대해 하느님께 용서를 빕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대희년의 핵심은 화해와 평화의 소명이며, 가톨릭과 동방 교회는 더욱 적극적인 화해와 형제적 사랑의 실천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지요. 특히 가톨릭 교회가 그리스도교에 누를 끼쳤던 행동과 악을 저지른 행위에 대해 솔직하게 용서를 구했습니다.
그분의 영성이 바로 이런 모습으로 드러난 것입니다. 그 당시 전 세계의 언론이 교황님의 참회 선언을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가톨릭 교회가 지난날의 과오를 솔직하게 시인한 것은 참된 그리스도교 정신을 실천한 용기 있는 행동이었다고 내용으로 말이지요. 우리나라 언론에서는 가톨릭 ‘2,000년간 과오역사적 참회”, “교황 참회 선언의 의의와 파장이라는 제목과 함께 마침내 가톨릭교회가 보편적 사랑을 실천한다고 평가했습니다.
바로 이것이 예수님의 가르침입니다. 그분의 가르침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경천애인敬天愛人이라고 할 수 있지요. 하느님에 대한 사랑과 이웃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그리스도의 삶입니다. 이러한 사랑에서 파생되는 것이 용서와 화해이며, 사랑을 가진 사람이 용서와 화해를 할 수 있는 것이지요. 요한 바오로 2세 성인 교황님이 예수님을 본받아 자신의 지위와 상관없이 고개 숙였던 것처럼 우리도 그럴 수 있어야 합니다. 사랑을 품은 자는 고개 숙이는 것을 패배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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