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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 핵발전소건설 예정구역지정고시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서
  • 작성일2014/10/23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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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 핵발전소건설 예정구역지정고시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서
 
지난 10월 9일 삼척시민들이 보여준 주민투표는 지역민 스스로 자신의 삶과 운명을 결정하고자 한 주민자치의 위대한 서사시이자, 평화적인 저항운동의 상징이다.
공권력의 명령이 도덕 질서의 요구나 인간의 기본권 또는 복음의 가르침에 위배될 때, 국민들은 양심에 비추어 그 명령을 따르지 않을 의무가 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2242항) 이러한 부당한 공권력에 대한 저항은 주민들의 도덕적인 의무인 동시에 인간의 기본권이기도 하다.
주민투표라는 방식이 실정법상 구속력이 없더라도 이를 통해서 나타난 삼척주민들의 뜻과 의지까지 모두 무효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삼척 주민들이 자신들의 미래와 행복을 위해 선택한 주민투표는 어디까지나 도덕적인 의무를 충실히 이행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삼척 핵발전소건설 예정구역지정고시를 즉각 철회하라!!!
 
나라 안팎으로 핵 발전에 대한 위험경고가 나타나고 있으며 세월호 사건 등으로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마당에 대한민국 정부는 핵발전소를 더 늘려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역주행하고 있다. 정부의 규제완화, 성장주의 논리 뒤에는 언제나 그 수익을 향유하는 소수 특권층이 숨어 있다. 삼척원전 개발을 둘러싸고 가장 많이 제시되는 명분 역시 낙후된 지역경제 활성화이다.
성장을 동반한 개발 논리는 인류에게 기회와 번영을 확대해주지만 안타깝게도 그 기회와 번영은 불평등을 통해 이루어져 왔다. 성장과 개발을 하면 할수록 인류는 더 많이 불평등해지며, 성장과 개발이 빈곤퇴치를 목표로 삼지만 오히려 빈곤을 심화시킨 사례가 더욱 많다. 이는 성장과 개발의 과정이 자연스러운 진화가 아니라 특권층을 위한 정치적 기획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성장개발에 기댄 핵발전이 아닌 재생가능에너지를 중심으로 하는 지속가능한 발전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대한민국 정부는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을 철회하고 재생에너지를 기본으로 하는 지속가능한 에너지정책을 수립하라!!!
 
제주 해군기지와 밀양 송전탑 정책 추진과정에서 나타난 것처럼 정부는 주민참여를 통한 대화, 갈등관리능력 등이 이미 바닥을 보이고 있다. 결국 정부의 무리한 정책 강행으로 인해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끼리 갈라지고 서로를 적대시 하는 풍토가 만들어져, 오랜 동안 지켜왔던 지역공동체가 파괴되고, 주민들 사이의 미풍양속이 흐트러지고 있다. 삼척원전을 둘러싼 일련의 사태는 정부의 부분별한 정책추진에 기인한 것이므로 주민갈등에 대한 책임 또한 정부당국에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삼척 지역갈등을 조장한 주범임을 인정하고 삼척 주민에게 정중히 사과하라!!!
 
무자비하고 극도로 경쟁적이며 점점 더 부패해져가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정사회’를 대안으로 하는 지역공동체의 활동이 필요하며, 지속가능한 대안을 만들기 위한 공동의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의미에서 정부는 삼척 주민투표의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여 삼척 핵발전소 예정지역 지정을 즉각 철회하고, 갈라진 삼척 민심을 수습하기 위한 사과와 반성을 통해 겸손한 정부의 모습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2014년 10월 15일
천주교 원주교구 정의평화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