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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기쁨>가정에 관한 세계주교대의원회의 후속 교황 권고 이해하기
  • 작성일2016/04/11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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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에 관한 세계주교대의원회의 후속 교황 권고 이해하기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첫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Evangelii Gaudium)에는 예수님께서 강생하신 지 이천년이 지난 오늘날 또 다시 많은 나라에서, 심지어 서양에서조차 낯선 분이 되셨다고 나와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현실적으로 우리 대화 상대자들이 우리가 말하는 것의 배경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다고 여겨서는 안 됩니다. 또한 그들이 우리가 말하는 것과 거기에 의미와 아름다움과 매력을 부여하는 복음의 핵심을 연결 지을 수 있다고 짐작해서는 안 됩니다”(「복음의 기쁨」, 34항).

그래서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화법은 단지 ‘쇄신’만이 아니라 더 나아가 참된 언어의 ‘회개’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그 목적은 분명합니다. 복음의 선포가 의미 있고 모든 이에게 전달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복음은 단순히 이론적이거나 사람들의 현실 생활과 동떨어진 것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가정에 대하여 말하고, 가족들에게 말을 하는 데에 문제는 교리의 변경이 아니라, 일반 원리의 토착화로 사람들이 이를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언어는 현실의 모든 가정이 내딛는 모든 발걸음에 힘을 주고 위로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께서는 당신의 말씀을 경청하는 사람들에게 사려 깊은 언어로 말씀하고자 하십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식별 대화가 필요합니다. 

식별을 하려면 진리에 관한 특정한 주장이나 선택을 미리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당신의 전임자들과 마찬가지로,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께서는 우리가 목자로서 우리의 신자들, 모든 사람, 가정, 개인이 처한 다양한 상황을 식별할 것을 요청하십니다. 이러한 식별은 예외적인 경우에만 유용한 것이 아닙니다. 식별은 모든 삶의 구체적인 현실을 밝히기 위하여 하느님 말씀에 자신을 여는 지속적인 과정입니다. 이는 우리가 성령을 따르도록 해줍니다. 성령께서는 우리 모두 사랑으로 구체적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여 행동하도록 격려하시며 우리가 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힘을 북돋워주십니다. 로욜라의 이냐시오 성인의 말씀에 따르면, 식별의 특징에는 객관적 진리의 파악만이 아니라 그 진리를 선하고 건설적인 정신으로 표현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식별은 목자들이 늘 자기 양들의 구원을 위하여 착한 목자이신 주님과 나누는 대화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사고방식은 대화의 특징을 지녔습니다. 교황 성하께서 ‘미완성된’ 것이라고 말씀하신 사유는 매우 대화적인 것입니다. 대화는 자기중심적이거나 독백, 또는 추상적인 것이 아니어야 합니다. 대화는 다른 이들의 생각이나 우리의 생각을 옳은 것으로 단정하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께서는 ‘자기 안에 갇혀’ 대화를 하지 못하는 두 가지 인간 유형을 지적하십니다. 이 가운데 어떤 이는 자신을 자기의 지식과 감각에 환원시켜 버립니다(영지주의로 지칭된 유형). 또 다른 이는 자신을 자기의 능력에 환원시켜 버립니다(신펠라지우스주의로 지칭된 유형). 대화를 위해서는 우리가 본질적으로 사회적 존재이며 개인만으로는 불완전하다는 분명한 인식이 있어야 합니다. 이는 근본적으로 긍정적인 것입니다. 그러한 확신이 있어야 우리는 우리 자신 안에 갇혀 있지 않고, 우리 존재의 근원인 사랑에 우리 자신을 열기 때문입니다.

대화의 문화에는 모든 이를 포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이’가 단순히 개인들의 총합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여기에서 ‘모든 이’는 하나가 된 백성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교황 성하께서는, 우리가 교회를 이러한 충실한 하느님 백성으로 여겨야 한다고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교황 성하께서는 포괄적인 사회관을 지니고 계십니다. 이러한 포괄에는 다양성의 수용, 생각이 다른 이들과의 대화, 다양한 능력을 가진 이들의 참여의 촉진을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대화 식별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교황 성하께서는 『치빌리타 카톨리카』(Civiltá Cattolica) 직원들의 알현에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영적 식별은 인간과 문화의 현실 안에서 하느님 성령의 현존을 인식하고자 합니다. 성령 현존의 씨앗은 세상의 일들, 인간의 감정과 열망과 마음 속 깊은 절박함, 그리고 사회적, 문화적, 영적 상황 안에 이미 심겨 있습니다”(2013년 6월 14일). 따라서 목자들은 모든 상황을 주의 깊게 식별하여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요한 바오로 2세, 권고 「가정 공동체」[Familiaris Consortio] 84항; 베네딕토 16세, 권고 「사랑의 성사」[Sacramentum Caritatis], 29항 참조).

사목을 법과 대조되는 것으로 여겨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진리에 대한 사랑은 법과 사목의 접점입니다. 진리는 추상적이지 않으며 모든 믿는 이의 인간적이며 그리스도인다운 여정에 함께합니다. 사목은 또한 단지 신학의 부차적인 현실 적용이 아닙니다. 이는 사목을 교리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교리를 그 사목적 본질과 원천에서 떼어 내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비의 언어는 진리를 삶 안에 구현합니다. 그래서 교황 성하께서는 교리를 교회의 사목적 사명에 도움이 되도록 재상황화(re-contextualization)하는 것에 관심을 두고 계십니다. 교리는 그것이 적용되는 사목적 상황에 비추어 그리스도교 케리그마의 핵심과 연관하여 해석되어야 합니다. 여기에서 영혼들의 구원(salus animarum)이 최상의 법(suprema lex)이라는 사실을 늘 명심하여야 합니다. 이는 교회법의 마지막 조항에 잘 드러나 있습니다. “아울러 교회법적 공평을 지키며 영혼들의 구원을 명심하여야 한다. 이것이 교회에서 항상 최상의 법이어야 한다”(교회법 제1752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