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의 날 담화
- 작성일2016/05/18 10:55
- 조회 3,068
2016년 환경의 날 담화 지구는 우리가 돌봐야 하는 ‘공동의 집’입니다 하느님께서 사랑으로 창조해 주신 이 지구는 우리만이 아니라 우리 후손들이 대대로 의지하며 살아가야 할, 하나 밖에 없는 소중한 유산입니다. 하느님께서 당신의 영과 지혜로 빚어주신 이 지구는 억겁의 세월을 거치며 오묘한 질서와 아름다운 조화 속에 완성되어 왔고, 그 안에 수많은 생명이 따뜻한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공존해 온 우리 모두의 삶의 터전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만물의 정점에 우리 인간을 창조하시며 우리에게 당신이 빚으신 모든 피조물의 조화와 질서를 유지하고 보호하도록 맡기셨습니다. 하느님이 137억년이나 되는 세월을 두고 태우고 식히고 빚어내고 살려내신 이 아름다운 별을 우리 인간들은 하늘을 찌르는 오만과 만용과 무지로 불과 2백여년 사이에 멋대로 수탈하고 폭행하고 짓밟아 왔습니다. 오늘날 이 별 구석구석에서 고통의 신음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흙과 물과 공기와 생명체들 모두가 죽음에 이르는 병에 걸려 신음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흙의 먼지로 빚어졌다(창세 2,7)”는 것을 잊었습니다. 기후변화는 전 지구적 차원의 문제로서 환경뿐만 아니라 사회, 경제, 정치와 부의 분배에까지도 심각한 영향을 미칩니다. 오늘날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과도한 폭염, 열대야, 가뭄, 홍수, 폭설 등의 비정상적인 기상 현상은 바로 기후변화의 결과입니다. 또한 기후변화는 인간에 의한 환경오염 및 서식지 파괴와 함께 지구상의 많은 생명체의 멸종을 불러와 생물 다양성에도 큰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후변화의 위기가 한계상황에 봉착하고 있음을 인식한 각국 지도자들은 늦게나마 국제적인 협력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작년 11월 프랑스 파리에서 195개국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지구온난화를 막고자 지구 평균 온도 상승폭을 2℃까지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기후변화에 관한 파리협정’을 만들어냈습니다. 이번 파리협정은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한 과거의 국제협약보다는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파리협정의 전문(Preamble)에는 그동안 가톨릭교회가 촉구해 온 가난한 나라와 취약 계층에 대한 배려, 성과 세대 간 평등, 어머니인 지구에 대한 배려, 노동 정의, 지속 가능한 생활양식의 추구 등 온 지구가 함께 살 수 있는 길을 제시하고 있어 희망적인 전망을 보여줍니다. 좁은 국토에서 집약적인 경제발전을 이룬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2015년도 OECD 삶의 질 지표에서 우리나라 환경의 질은 36개국 중 30위, 삶의 질은 27위, 미세 먼지는 33위, 수질 만족도는 26위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가 얼마나 생태와 환경에 무관심하고 무책임한가를 잘 드러내 주는 수치입니다(환경부 자료, 2016). 작년과 올봄, 우리는 미세먼지로 인하여 맑은 하늘을 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PM2.5라고 하는 초미세 먼지는 호흡기 환자와 심혈관 환자의 조기 사망을 유발할 수 있고, 만성적으로 노출될 경우 암을 유발할 수도 있어 2013년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하였습니다. 중국에서 넘어오는 영향도 있지만 최근에는 미세 먼지의 50% 이상이 경유자동차와 석탄화력발전소 등 국내에서 배출된다고 합니다. 선진국에서는 경유차가 도시로 진입하는 경우에 벌금이나 통행세를 부과하여 도심의 미세 먼지를 개선하고 있는데, 우리도 ‘도로 다이어트’나 ‘차량 운행 요일제’와 같은 교통 수요 관리와 경유차에 대한 관리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화석연료에 의한 탄소 의존형 사회를 ‘100% 재생 에너지 사회’로 바꾸는 것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앞으로 세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입니다. 정부는 화석에너지와 핵에너지 위주의 옛 발상에서 벗어나 태양, 바람, 물, 생물체 등 재생 가능한 생태친화적 대체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개발하는 연구와 정책에 진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우리 자신부터 솔선하여 가정, 학교, 직장에서 에너지와 소비를 줄이는 절약을 생활화하고 검소와 절제를 실천하며 지구를 살리는 전위대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체계적인 화학물질 관리 또한 안전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노력입니다. 2007년 유럽의 신화학물질 관리 정책을 시작으로 전 세계적으로 화학물질의 안전성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추세로, 한국도 2015년부터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이 발효되어, 시장에 유통되는 모든 화학물질의 위해성 정보 제출을 의무화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습기 살균제로 수많은 이들의 생명이 희생되고 회복 불가능한 치명적 건강 손상으로까지 이어진 작금의 사태는 우리 정부, 산업계, 학계가 얼마나 무관심과 무대책으로 일관해 왔는가를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종께서는 우리의 생태적 회심을 촉구하시면서 “적은 것이 많은 것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자기를 비우고 작아질 때 우리는 풍요로워집니다. 환경을 보전하는 일은 우리의 책임이자 미래의 희망입니다. 우리와 함께 삶을 나누는 누이이며 두 팔 벌려 우리를 품어주는 아름다운 어머니인 지구를 돌보는 일에 적극 참여하는 그리스도인이 됩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