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취소를 촉구합니다
- 작성일2016/08/19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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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취소를 촉구합니다
최근 강원도 양양군이 설악산에서 추진하고 있는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우리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파괴하는 행위입니다. 작년 7월,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에서는 설악산을 비롯한 자연공원 내 케이블카 사업에 대한 반대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종교계만이 아니라 사회 각계각층에서도 케이블카 사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자연생태계의 보루인 보호지역을 지켜야 한다는 절박감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자연생태계를 보전하자는 요청에 대한 정부의 답변은 매우 실망스러웠습니다. 작년 8월,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는 표결로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조건부 허가하였습니다.
설악산은 국립공원일 뿐만 아니라 국가문화재인 천연보호구역,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등 겹겹의 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곳입니다. 이것은 자연과 인간, 현 세대와 미래 세대의 공존을 위해 보호되는 특별한 공간이라는 의미입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은 물론 미래 세대를 위해 자연생태계를 지키고 보호해야 합니다. 지금 당장의 이익을 위해 다른 생명과 미래 세대의 권리를 빼앗는 일은 그 자체가 불의입니다. 공공재인 자연환경을 망가뜨리며 케이블카를 짓는 것이 바로 이러한 불의에 해당합니다. 공공의 자연을 무분별하게 훼손했을 때 얼마나 참담한 결과가 오는지, 우리는 이미 4대강사업에서 충분히 배웠습니다. 강에 이어 이제 산마저 망가뜨리는 것은 ‘우리 공동의 집’을 스스로 허무는 것이며, 인간과 하느님의 관계를 훼손하는 행위입니다. 그리스도교는 하느님께서 자연을 창조하셨으며, 자연은 인간이 창조주 하느님을 만나는 성스런 장소이며, 인간은 자연을 돌보고 보살피는 사명을 부여받았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가장 엄격하게 보호되어 온 설악산이 훼손되면, 전국의 명산들이 훼손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실제로 정부는 케이블카사업을 시작으로 산지에서 각종 관광 개발을 무분별하게 허용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정부에게 당부하고 경고합니다. 경제성장을 이유로 환경을 파괴하는 어리석은 생각과 정책을 당장 포기하십시오. 우리는 자본을 배불리는 눈먼 성장이 아니라, 생명과 인간의 영혼을 풍요롭게 하는 지혜로운 성장이 필요합니다. 인간의 삶의 토대를 무너뜨리는 사회는 미래가 없습니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마땅히 취소되어야 합니다. 특히 최근의 상황은 작년 국립공원위원회의 결정이 과연 타당하게 내려졌는지 심각한 의문을 갖게 합니다. 1년 만에 사업비가 크게 늘어났고, 보고서 조작과 같은 양양군의 불법이 검찰에 의해서도 확인되었습니다.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보호해야 할 동식물이 훨씬 더 많이 발견되었고, 케이블카로 인한 훼손 또한 크게 늘어났습니다. 1년 전 국립공원위원회가 경제성과 환경성을 정당하게 평가했다고 보기 힘든 상황입니다.
2016년 8월 10일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강 우 일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