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성탄 메시지
- 작성일2020/03/12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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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성탄 메시지]
"그러자 동방에서 본 별이 그들을 앞서가다가,
아기가 있는 곳 위에 이르러 멈추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성탄의 기쁨과 은총이 여러분의 가정에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오늘 태어난 아기가 자라나서 하느님에 대해서 또 구원에 대해서 알려줍니다.
하느님이 새로운 생명으로 세상에 오신 것이요, 이로써 '우리와 함께 계시는 하느님' 곧 '임마누엘'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성탄은 바로 사람이 되어 세상에 오신 하느님과 온 세상의 만남을 기뻐하는 축제입니다.
성탄의 소식을 온 세상이 기뻐하는 이때에,
그분의 탄생에 얽힌 이야기에 주의를 기울여 봅니다.
성경은 그 분의 탄생을 둘러싼 흥미로운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해줍니다. 메시아의 탄생을 수 천 년 기다려온 이스라엘은 정작 그 일이 벌어졌을 때 알아채지 못합니다. 반면에 그 생명을 찾아 먼 길을 나선 사람들이 있었다고 성경은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그들은 동방에서 온 박사들이었습니다. 이스라엘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들, 곧 이방인들이 별을 보고 그 먼 길을 찾아와 경배한 것입니다.
그토록 고대하던 메시아 탄생을 거부하였던 이스라엘과 먼 나라에서 찾아와 그분의 탄생을 기뻐하며 경배한 이방인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집니다. 시작부터 그러하더니 공생활 중에도 예수님은 이스라엘과 기득권세력에게 반대 받는 표적이 되고 세리와 창녀, 이방인에게 오히려 환영을 받습니다. 마침내 배척당하고 십자가에 못박혀 죽으시고 부활하신 후, 그분에 대한 이야기, 곧 복음도 이스라엘보다 이방인들에게서 더욱 환영받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구유에 누여진 아기처럼 힘없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보잘 것 없는 모습으로 오셔서 그런 분들과 함께 하십니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도움으로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음에도 불구하고 힘없는 사람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 보잘 것 없는 사람들을 곧 잘 무시합니다. 메시아를 고대했던 이스라엘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그리스도인을 자처하면서 정작 우리 곁의 예수님을 외면합니다. 그래서는 안됩니다. 우리 삶의 가장 작은 이들을 통해 다가오시는 예수님에게 우리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예수님을 만나뵈었던 동방박사들의 이야기를 다시 한 번 들여다봅니다.
별을 보고 먼 길을 와서 아기 예수님을 만나 뵙고 경배를 드렸던 동방의 박사들, 그들의 여정이 얼마나 걸렸는지, 얼마나 멀었는지, 몇이 함께 했는지는 정확히 알 길이 없습니다. 다만 목적지를 알 수 없는, 별이 인도하는 낯설고 긴 여정을 생각해 봅니다. 별을 따라 추운 밤길을 걷다보면 고향의 안온함이 그리웠을 것이고 이 길의 끝에 기다리고 있을 그 무엇에 대한 회의가 들기도 하였을 것입니다. 구름에 가려 별이 보이지 않을 때는 의심이 들었을 것이고 그래서 헤로데 왕에게 가서 길을 묻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무엇도 그들의 발걸음을 막지 못하고 마침내 그 분들은 아기 예수님을 만나 경배 드리고 그들의 정성을 바칩니다.
우리도 하느님을 향해 길을 떠나야 합니다.
용기를 가지고 하느님을 향해 떠나는 자에게는 별이 보입니다. 지치기도 할 것이고 회의와 의심이 찾아들 때도 있을 것입니다. 이기심과 욕심의 구름이 별을 가리기도 할 것입니다. . 그래도 가야합니다. 보잘 것 없는 모습으로 우리의 손길을 기다리는 아기 예수님이 있을 초라한 구유로 나아가야 합니다.
힘없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보잘 것 없는 이들이 바로 우리가 바라보아야할 별입니다. 이기심과 욕심의 구름을 걷어내야 그 별이 보입니다. 그들을 위해 내 손을 내밀 때 구름이 걷히고 별이 보일 것입니다.
'나눔과 희생'의 성체성사가 바로 그 길을 걷는 우리의 힘이요 양식입니다.
어려운 때입니다.
남북의 긴장은 최고조를 향해 달리고 있고, 평화의 길은 자꾸 멀어지는 듯합니다. 일촉즉발의 위기 속에서도 화해와 평화를 외치는 목소리는 힘이 없습니다. 화해와 평화를 향한 노력에 우리의 힘을 보태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때일수록 고통스런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더욱 힘이 들고 소외됩니다.
일부 사회복지재단의 비리로 기부금이 크게 줄어든데다 정부의 복지예산 삭감으로 사회복지시설들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비리를 저질러 벌을 받아야 할 사람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잘못한 이들에 대한 미움과 증오로 내가 내밀었던 따뜻한 손을 거두어들일 때 정작 도움을 받아야 할 사람들의 숨통이 같이 조여듭니다. 사실은 이러한 때 더욱 많은 사랑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고향을 떠나 낯선 땅에서 춥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결혼 이주민들을 비롯한 다문화 가족들, 좀 더 나은 삶을 꿈꾸며 목숨을 걸고 고향을 떠나 새로운 삶의 보금자리를 튼 탈북 새터민들, 그들에게도 새로운 고향에서 맞잡을 수 있는 우리의 따뜻한 손이 필요합니다. 그들은 우리시대, 우리에게 다가온 이방인이요, 보잘 것 없는 작은이로서 또 다른 그리스도입니다. 우리가 그들을 외면할 때, 우리는 메시아를 외면했던 이스라엘인이 됩니다.
추운겨울에 성탄이 자리하고 있는 것은, 당신을 믿는 그리스도인을 통해 세상이 아직은 살아 갈만큼 따뜻하다는 것을 알려주고자 하는 것이라 여기며, 그런 삶을 살고자 노력하는 모든 이에게 뜨거운 박수와 격려를 보냅니다.
이 어려운 시기에 맞이하는 올해의 성탄이 예수님을 주님으로 믿고 따르는 우리 모두에게 따뜻한 희망과 기쁨이 되기를 기도하며, 여러분 모두에게 평화를 빕니다.
"그러자 동방에서 본 별이 그들을 앞서가다가,
아기가 있는 곳 위에 이르러 멈추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성탄의 기쁨과 은총이 여러분의 가정에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오늘 태어난 아기가 자라나서 하느님에 대해서 또 구원에 대해서 알려줍니다.
하느님이 새로운 생명으로 세상에 오신 것이요, 이로써 '우리와 함께 계시는 하느님' 곧 '임마누엘'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성탄은 바로 사람이 되어 세상에 오신 하느님과 온 세상의 만남을 기뻐하는 축제입니다.
성탄의 소식을 온 세상이 기뻐하는 이때에,
그분의 탄생에 얽힌 이야기에 주의를 기울여 봅니다.
성경은 그 분의 탄생을 둘러싼 흥미로운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해줍니다. 메시아의 탄생을 수 천 년 기다려온 이스라엘은 정작 그 일이 벌어졌을 때 알아채지 못합니다. 반면에 그 생명을 찾아 먼 길을 나선 사람들이 있었다고 성경은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그들은 동방에서 온 박사들이었습니다. 이스라엘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들, 곧 이방인들이 별을 보고 그 먼 길을 찾아와 경배한 것입니다.
그토록 고대하던 메시아 탄생을 거부하였던 이스라엘과 먼 나라에서 찾아와 그분의 탄생을 기뻐하며 경배한 이방인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집니다. 시작부터 그러하더니 공생활 중에도 예수님은 이스라엘과 기득권세력에게 반대 받는 표적이 되고 세리와 창녀, 이방인에게 오히려 환영을 받습니다. 마침내 배척당하고 십자가에 못박혀 죽으시고 부활하신 후, 그분에 대한 이야기, 곧 복음도 이스라엘보다 이방인들에게서 더욱 환영받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구유에 누여진 아기처럼 힘없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보잘 것 없는 모습으로 오셔서 그런 분들과 함께 하십니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도움으로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음에도 불구하고 힘없는 사람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 보잘 것 없는 사람들을 곧 잘 무시합니다. 메시아를 고대했던 이스라엘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그리스도인을 자처하면서 정작 우리 곁의 예수님을 외면합니다. 그래서는 안됩니다. 우리 삶의 가장 작은 이들을 통해 다가오시는 예수님에게 우리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예수님을 만나뵈었던 동방박사들의 이야기를 다시 한 번 들여다봅니다.
별을 보고 먼 길을 와서 아기 예수님을 만나 뵙고 경배를 드렸던 동방의 박사들, 그들의 여정이 얼마나 걸렸는지, 얼마나 멀었는지, 몇이 함께 했는지는 정확히 알 길이 없습니다. 다만 목적지를 알 수 없는, 별이 인도하는 낯설고 긴 여정을 생각해 봅니다. 별을 따라 추운 밤길을 걷다보면 고향의 안온함이 그리웠을 것이고 이 길의 끝에 기다리고 있을 그 무엇에 대한 회의가 들기도 하였을 것입니다. 구름에 가려 별이 보이지 않을 때는 의심이 들었을 것이고 그래서 헤로데 왕에게 가서 길을 묻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무엇도 그들의 발걸음을 막지 못하고 마침내 그 분들은 아기 예수님을 만나 경배 드리고 그들의 정성을 바칩니다.
우리도 하느님을 향해 길을 떠나야 합니다.
용기를 가지고 하느님을 향해 떠나는 자에게는 별이 보입니다. 지치기도 할 것이고 회의와 의심이 찾아들 때도 있을 것입니다. 이기심과 욕심의 구름이 별을 가리기도 할 것입니다. . 그래도 가야합니다. 보잘 것 없는 모습으로 우리의 손길을 기다리는 아기 예수님이 있을 초라한 구유로 나아가야 합니다.
힘없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보잘 것 없는 이들이 바로 우리가 바라보아야할 별입니다. 이기심과 욕심의 구름을 걷어내야 그 별이 보입니다. 그들을 위해 내 손을 내밀 때 구름이 걷히고 별이 보일 것입니다.
'나눔과 희생'의 성체성사가 바로 그 길을 걷는 우리의 힘이요 양식입니다.
어려운 때입니다.
남북의 긴장은 최고조를 향해 달리고 있고, 평화의 길은 자꾸 멀어지는 듯합니다. 일촉즉발의 위기 속에서도 화해와 평화를 외치는 목소리는 힘이 없습니다. 화해와 평화를 향한 노력에 우리의 힘을 보태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때일수록 고통스런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더욱 힘이 들고 소외됩니다.
일부 사회복지재단의 비리로 기부금이 크게 줄어든데다 정부의 복지예산 삭감으로 사회복지시설들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비리를 저질러 벌을 받아야 할 사람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잘못한 이들에 대한 미움과 증오로 내가 내밀었던 따뜻한 손을 거두어들일 때 정작 도움을 받아야 할 사람들의 숨통이 같이 조여듭니다. 사실은 이러한 때 더욱 많은 사랑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고향을 떠나 낯선 땅에서 춥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결혼 이주민들을 비롯한 다문화 가족들, 좀 더 나은 삶을 꿈꾸며 목숨을 걸고 고향을 떠나 새로운 삶의 보금자리를 튼 탈북 새터민들, 그들에게도 새로운 고향에서 맞잡을 수 있는 우리의 따뜻한 손이 필요합니다. 그들은 우리시대, 우리에게 다가온 이방인이요, 보잘 것 없는 작은이로서 또 다른 그리스도입니다. 우리가 그들을 외면할 때, 우리는 메시아를 외면했던 이스라엘인이 됩니다.
추운겨울에 성탄이 자리하고 있는 것은, 당신을 믿는 그리스도인을 통해 세상이 아직은 살아 갈만큼 따뜻하다는 것을 알려주고자 하는 것이라 여기며, 그런 삶을 살고자 노력하는 모든 이에게 뜨거운 박수와 격려를 보냅니다.
이 어려운 시기에 맞이하는 올해의 성탄이 예수님을 주님으로 믿고 따르는 우리 모두에게 따뜻한 희망과 기쁨이 되기를 기도하며, 여러분 모두에게 평화를 빕니다.
2010년 12월 25일 예수성탄대축일에
천주교 원주교구장 주교 김 지 석
천주교 원주교구장 주교 김 지 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