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성주간 월요일 교구장 메시지
- 작성일2020/04/06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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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미예수님,
사랑하는 원주교구 교우 여러분!
많이 답답하고 마음이 울적한 성주간이 시작되었습니다. 사순 제5주일부터 신자들과 함께 하는 미사를 시작하려 했습니다만, 교육부가 4월 6일 개학을 한다기에 정부 방침에 따라 그 시기를 미루었습니다. 마침 춘계 주교회의 때라 주교님들과 상의하여 각 지역 형편에 따라 4월 6일 학교 개학일을 전후로 재개하자고 논의했습니다. 그래서 원주교구는 성지주일을 재개 시작 일로 잡았습니다. 그러나 아직 많은 본당의 주임 신부님들이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이견을 제시했습니다. 혹시라도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교회가 입을 타격과 사회적 시선과 확진자 자신과 그 주변 신자들이 입게 될 마음의 상처를 고려해 주기를 청했습니다.
정의와 진리를 위한 것이라면, 정부의 압력과 사회적 시선에도 우리의 계획을 밀고 나가야 하는 것이지만, 오늘날의 경우는 그런 경우와 다릅니다. 만일에 발생할 확진자와 그 주변 사람들이 갖게 될 상처는 쉽게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아직도 하느님께서 우리를 보호해 주신다는 믿음이 부족한 까닭이기도 합니다. 주님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 생긴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해 생긴 것은 아니다.”때로는 목자도 양 떼를 따라가야 할 때도 있다는 어떤 노사제의 말씀도 생각이 났습니다. 그래서 또 다시 마음 아프게 뒤로 미루게 되었습니다.
마침 4월 8일 수요일 사제 평의회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그날 충분히 토의하고 결정할 것입니다. 아마도 성삼일에는 강화된 사회적 격리 등의 정부 방침을 반영하여 시행하게 되리라 봅니다. 박해시대에는 죽음을 각오하고 미사에 참여했다는 것을 강조하며, 오늘날의 주교님들의 이러한 결정이 미온적이고 비겁하다는 분들의 의견들이 서신으로 제시되기도 합니다. 그런 생각을 가진 분들도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모든 것을 떠나서 미사의 중요성과 그 은총, 그리고 현실적 상황 등을 충분히 고려하여 결정될 것입니다. 조금만 더 참아 주시고, 이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여, 우리 모두가 기쁘게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마스크 없이 살 수 있는 세상, 사회적 거리 없이 악수하며 가까이 할 수 있는 삶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를 새삼 깨달으면서, 그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우리 함께 기도합시다.
오늘 영성체송에는 시편 102편이 실려 있습니다. “곤경의 날에 당신 얼굴 제게서 감추지 마소서. 당신 귀를 제게 기울이소서. 제가 부르짖을 때, 어서 대답하소서.” 오늘날 우리들의 심정을 그대로 대변하는 것 같습니다.
미국을 비롯하여 유럽에 확산되고 있는 이 사태를 보면, 그들보다 사정이 좋은 우리나라입니다. 그나마 감사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 다가올 여파로 입게 될 경제적 타격은 심각하리라 예상됩니다. 오늘날 이 지구는 모두가 연결되어 있는 지구촌입니다. 혼자만, 한 나라만 잘 살 수 있는 세상이 아닙니다. 이웃뿐만 아니라 이웃 나라를 위해서도 기도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세계의 모든 확진자들과 이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분투하는 모든 의료인들과 봉사자들을 위해서도 함께 기도합시다. 하느님의 은총으로 여러분의 건강과 기쁨과 평화를 빕니다.
여러분의 주교 바실리오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