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소개

2021년 7월 25일 세계 조부모와 노인의 날 교구장 주교님 강론
  • 작성일2021/07/23 00:13
  • 조회 1,531
+ 찬미예수님,

사랑하는 원주교구 교우, 수도자, 사제 여러분!

   오늘은 제1차 세계 조부모와 노인의 날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간절한 바람에 따른 것입니다. 교황님의 바람은 필요하고 옳은 일입니다. 교황님은 노인들에 대한 관심이 지극하십니다. 할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신앙에 대해 자주 말씀하십니다. 최근 회칙 [모든 형제들]에서도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었는데, 인공호흡기 부족으로 세상을 떠나게 된 노인에 대해 마음 아파하며 그들을 기억해 주기를 당부하셨습니다(35항 참조). 오늘날 노인들에 대한 무관심과 푸대접이 심각하다 여겨서 조부모와 노인의 날을 설정하였다고 생각합니다. [교황청, 평신도와 가정과 생명에 관한 부서]에서 그렇게 전하고 있습니다. “세계 조부모와 노인의 날을 지내기로 한 결정은, 최근 들어 세계 곳곳에서 감염병의 세계적 유행이 휩쓴 흔적과 노인 세대의 고통이 두드러진 시기에 이루어졌습니다. 노인들이 홀로 쓸쓸히 세상을 떠나고 그들을 위한 장례조차 변변히 치르지 못한 상황에 온 교회가 깊은 아픔을 느꼈습니다.”


   노인들에 대한 무관심과 푸대접은 우리나라에서도 다르지 않습니다. ‘동방예의지국’이라는 말과 더불어 어른들을 공경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오랜 전통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전통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은 벌써 오래 되었습니다. ‘장유유서’를 이야기하면 꼰대가 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시어머니가 자주 찾아오는 것이 싫어서 시어머니가 알아듣지 못하는 외국어로 이름을 붙인 아파트를 선호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멀리 제주도로 여행을 가서 시부모들을 버리고 돌아온다는 농담같지 않은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현대판 고려장인 셈입니다. ‘장사익’이라는 가수가 부른 ‘꽃구경’이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어느 봄날 어머니에게 꽃구경 가자고 어머니를 업고 산을 오릅니다. 어머니는 자꾸 한웅큼씩 한웅큼씩 솔잎을 따서 가는 길 뒤에다 뿌립니다. 아들이 솔잎은 뿌려서 뭐 하느냐고 묻자, 어머니는 아들이 혼자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잃고 헤맬까 걱정이 되어서 그랬다는 이야기입니다. 아들은 어머니를 산에 버리려고 하는데, 어머니는 아들이 길을 잃을까 걱정합니다. 슬픈 이야기입니다. 슬픈 이야기로 끝나지 않고, 가슴 아픈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노인들에 대한 폭행이, 노인들의 고독사가 심심치 않게 오늘날 뉴스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또 본당마다 신부님들이나 단체장들은 노령화로 본당과 단체의 어려움을 이야기 합니다. 노인들 자신들조차 나이가 들어서 활동을 할 수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습니다. 부정할 수는 없는 현실입니다. 그러나 아직 우리는 우리들에 대한 하느님의 은총을 스스로 제한할 필요가 없습니다. 노인으로서 역할이 있습니다.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우리는 구약에서 활동하신 많은 성조들과 성인들이 노인들이셨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175년을 하느님 말씀을 따라 살아간 아브라함을 알고 있습니다. 120년을 살며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로부터 구원한 모세를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기 예수님을 만나 축복을 한 시므온과 안나를 알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할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신앙 체험에 비추어 “노인들은 어린이들과 젊은이들에게 신앙을 가르치는 데에 없어서는 안 될 연결고리”라는 점을 강조하셨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의 말씀을 인용하면서 노인들의 기도를 강조하셨습니다. “노인들의 기도는 세상을 보호할 수 있고, 다른 많은 이들의 노고보다 어쩌면 더 통찰력 있게 세상을 도울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의 기도는 가장 소중한 자원입니다. 곧 여러분의 기도는 빼앗겨서는 안 되는 교회와 세상의 허파입니다”([복음의 기쁨] 262항).


   사랑하는 할아버지, 할머니!

   노년의 삶이 짧지 않습니다. 성서에는“저희의 햇수는 칠십년, 근력이 좋으면 80년, ...어느 새 지나쳐 버리니 저희는 나는 듯 사라집니다.”(시편 90,10) 요즈음은 의학이 발달해서 90년, 운 좋으면 100세를 삽니다. 하느님과 함께면, 그 긴 시간을 은총의 시간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힘내세요. 하느님이 계시잖아요. 교황님은 이번 노인의 날을 맞이하여 주제로“내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20)는 주님의 약속의 말씀을 선택하셨습니다. 주님은 분명 우리 노인들도 젊은이들과 다르지 않게 사랑하십니다. 그리고 또 귀여운 손주 손녀들이 있지 않습니까? 우리 교회는 위로는 부모를 공경하고, 아래로는 자녀들을 사랑하라는 하느님의 계명에 충실하고자 노력할 것입니다. 저는 우리 교회가, 세상의 흐름과 달리, 가정을 지키고, 노인을 존경하는 공동체의 모범을 이 세상에 보여 줄 수 있기를 희망하고 기도합니다.

   교황님께서 허락하신 전대사와 더불어 하느님의 은총으로 여러분 모두에게 기쁨과 평화와 건강을 빕니다.

제1차 세계 조부모와 노인의 날(2021년 7월 25일)에
천주교 원주교구장 조 규 만 바실리오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