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근처의 공원을 산책하다 개망초와 강아지풀 사이로 빼꼼이 고개를 내민 애기똥풀을 발견하곤 쪼그리고 앉아 가만히 들여다본다. 네 방향으로 내민 노란 꽃잎이 앙증스럽다. 아무도 보아주는 이도 아무도 관심을 가지는 이도 없는데 이 꽃은 누굴 위해 이렇게 맑고 영롱한 노란 빛깔의 꽃잎을 만들었을까? 문득 나리꽃을 비유하시며 “너희야 얼마나 더 잘 입히시겠느냐?” 하신 예수님의 말씀이 떠 오른다.
한해살이 들꽃도 이토록 아름다운데 나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고, 얼마나 맑고 향기로운 꽃잎을 만들고 있을까? 갑자기 눈물이 난다.
나는 수묵담채로 꽃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한다. 맑은 수묵을 기본으로 채색하는 한국화 기법을 통하여 맑고 영롱한, 그리고 향기로운 꽃을 한땀 한땀 기도하는 마음으로 그린다. 아무도 모르게 피었다 지는 들꽃처럼 알아주는 이 없어도 나는 아름다운 들꽃과 함께 때로는 울고 때로는 웃으며 그 길을 갈 것이다